탑 건 2: 세련된 극화와 CG VS 탑 건 1: 더 풍부한 서사와 물량
스포일러가 함대기 몇 대처럼 등장합니다.
탑 건 2를 보고 나서 오랫동안 탑 건 1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마치 항공모함에 착륙한 뒤에 식지 않은 전투기의 엔진의 열인 양 내부에 남아 있었다.
물론, 중학생 때 그 영화를 봤다는 기억은 남아 있지만,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그 세부는 일일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 시대에 그 영화가 최고 수준의 작품이었다는 얼버무리는 정도의 문장은 적을 수 있어도 사실 누군가 1편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혹시 물어본다면 제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란 솔직한 사실이 나로 하여금 "넷플릭스"에 떠 있는 이 작품을 끝내 보도록 만들었다.
요즘 시대에 맞게 결론만 간단히 먼저 간추리자면, 이 1편을 다시 찾아서 본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탑 건 1에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와 남지 않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와 탑 건 2에서 되살리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와 굳이 살리지 않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그 시대에 감동적이었던 요소와 지금의 시대에 감동적이었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대중과 관객,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적은 돈을 쓰고도 이만큼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대가 이렇게 흘러오지 않았다면, 이 모든 작업을 위해서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평론가 수준의 직업으로 영화 감상문이나 평론, 리뷰를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시간을 확보한다면 1,000여 편 이상의 인류 역사상의 주요 작품은 수년에 걸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다. OTT 서비스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와차" 등과 KT와 SK, LG U+ 등의 IPTV에 나와 있는 영화들만 소정의 비용을 들여서 보고자 한다면 수없이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나같이 중년에 이른 뒤에 육아와 업무 등으로 체력적인 여유와 시간이 없는 기혼 직장인이라고 하더라도 양적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감상을 남길 수 있다.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수없이 깔려있는 국내외의 리뷰 사이트와 위키 등의 집단적 지성이 수거한 정보를 통해서 교차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시대에 나는 영화 감상문을 왜 쓰고 있는 것일까?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 일을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내가 쓰는 글에는 나름의 소매상 같은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작업을 할 시간이나 에너지마저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이를 대신 찾아서 정리해서 제공해주는 역할이자, 오랜 시간 축적된 시대의 변화를 40년 이상의 영화 관객을 충실히 해온 경험과 더불어 여러 영화의 사이에서 "관객의 관점"에서 메워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탑 건 1과 2"를 이야기하는 것은 역할에 충실한 선택이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내가 느낀 차이점은 아래와 같았다.
1) 일단, 어렸을 때의 기억으로는 남아 있는 것이 수많은 F-14 톰 캣 함대기를 띄우기 전의 항공모함 갑판에서 연기가 낀 채로 분주히 전투기와 전투기 조종사, 엔지니어 등등이 갖가지 제스처를 마치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초반에 제목과 더불어 주요 스태프와 연기자의 이름이 나오는 중에 종소리가 계속 반복되는 OST와 더불어 웅장하게 나오는데, 기억 속 내용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컸다.
이 장면은 영화의 성공 이후에 코미디 패러디물로 만들어진 "못 말리는 비행사"에서 희화화되었다. 다들 갑판 위에서 정말로 춤을 추고 있었고, 자욱이 피어오르는 연기는 핫도그의 소시지와 빵을 굽는 중에 나온 것이었고, 실제의 톰 캣보다 많이 작고 단순한 생김새의 모조 전투기들이 분주히 움직였던 그 장면의 기억이 좀 더 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웃겼었던 것인지 다시 복기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의 함대기를 띄워 올리고 다시 착륙을 시키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거대한 스케일의 항공모함의 위용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강력한 미국의 해군 소속 항공 부대의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그 장면을 굉장히 잘 비틀어서 웃음거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바람이 빠져나오듯이 웃음이 절로 났던 것이다. 그 격차가 엄청났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2) 첫 적기가 미 항공모함이 움직이던 중에 나타나고 이에 대응해서 출격한 함대기에서 조종사 "매버릭"은 보조 조종사인 "구스"와 더불어 적기와 조우한 뒤에 실질적인 공중전을 벌이기보다는 천재적인 조종 능력으로 적기 바로 위에 "코크 피트"를 전투기를 뒤집어 들이대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적 조종사의 사진을 찍으며 조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같은 독단적인 행동은 기억 속에서보다도 훨씬 더 담대하게 이뤄졌고, 영화 전반을 흐르는 "매버릭"의 조종사로서의 뛰어남을 영화의 끝까지 어필하는 장면으로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지게 된다.
항공모함의 지휘자는 미국 영화의 전통적인 클리셰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처럼 또한 "대머리"로 나오는데, 심리적으로 "대머리"가 더 힘이 세고 더 키가 커보인다는 고정관념에 입각한 효과를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탑 건 2"에서 "에드 해리스"가 왜 전통을 이어가는 듯한 해군 제독 중 하나로 등장했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항공모함 내부에서든 기지에서든 이 인물은 커다란 시가를 입에 물고 담배 연기를 뽑아내는데, 이 역시 강한 남자의 수십 년간 반복된 클리셰로서, 또한 오랜 흡연자로서, 반가웠다. 이 시대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할 장면이겠지만.
3) "탑 건 2_매버릭"에서 잘 관리된 외모의 "톰 크루즈"가 나왔고, 그간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거의 매년 그가 나왔던 영화를 봐왔기 때문에 20대 때의 그가 어떤 외모와 느낌을 갖고서 연기를 했었던 것인지 명확한 기억은 없었으나, 보는 내내 이른바 "젊고 예민한 반항아"의 이미지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신체 자체의 실루엣은 크게 바뀐 바가 없을 정도지만, 인상에는 큰 격차가 느껴진다.
당대에 최고의 하이틴 스타에서 바야흐로 성인 연기자로서의 성공의 가도에 오른 이 영화 속의 그는 그 영화 속의 그 어떤 배우와 비교해서도 특출해 보이는 이미지를 제대로 드러냈고, "켈리 맥길리스"가 연기한 "찰리" 역할의 배우가 반해서 완벽하게 매료되어 버리는 스토리 상의 내용에 아무런 이의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거부 불가능한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3) "탑 건 2"에서 "제니퍼 코넬리"가 맡은 역할인 "페니 벤자민"이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매버릭", 곧, "피트 미첼"과 불장난을 했던 "해군 제독의 "딸"로 언급되었던 것도 "탑 건 1"을 보는 중에서야 제대로 알게 된 내용이다.
4) "찰리"가 술집에서 처음으로 "매버릭"과 대면하는 장면은 "매버릭"과 "구스"의 튼튼한 파트너십과 더불어 그다지 아주 노래를 잘 부르는 실력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당시 시대의 관점에서 유쾌하기 그지없는 "매버릭"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금의 시대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잘 나오기 어렵겠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떠올려 보자면 그럴듯했다. 하이틴 영화의 끄트머리를 수놓고 있는 배우가 할만한 뮤지컬에 가까운 장면이었다는 수긍이 생긴다.
5) 다만, 지금의 시대에서는 정말로 일어나기 어려운 장면은 "매버릭"을 살짝 거절한 "찰리"가 여자 화장실로 들어갈 때 "매버릭"이 이를 뒤쫓아 들어가서 화장실 안에서, 열정적으로, 필요 이상의 야한 대사와 더불어, 유혹을 다시 시도하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진 않지만 살짝 당혹스러웠다.
이런 장면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머릿속에 전혀 없었는데, 지금의 시대에서는 "갱스터 무비나 누아르물 등의 영화"가 아니고선 "건전한 스토리를 추구하는 블록 버스터"에선 쉽게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보면서도 지금과 다른 좀 더 "남성 중심주의적"이었던 그 시대가 떠오르게 된다.
6) "탑 건" 교관 중에 하나인 "찰리"는 반항아인 "매버릭"의 열렬한 구애를 "가르치는 이"와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거절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하고 둘이 약간 이상의 케미를 느낄 정도로 오랜동안 대화를 하긴 한다. 그렇지만 정말로 식사만 하고 헤어지게 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기억 속에서는 이 둘 간의 만남이 활활 타는 것처럼 바로 불붙는 것으로 남아 있지만, 나름 그 시대에 걸맞은 남녀 간의 밀당이 영화 속에서는 벌어지고 있었다. 이 둘 간의 사랑이 불붙는 타이밍은 이 이후에 "미그기"와 냉전 기간 중에 처음으로 조우한 파일럿인 "매버릭"이 교전 수칙에 따르면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을 했다고 여럿 앞에서 비판한 "찰리" 앞에서 교육장을 박차고 나간 "매버릭"을 따라나선 "찰리"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였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있었어도 그 상황에서 당신이 한 조종술은 천재적인 것이었어요. 그렇다는 말을 사람들 앞에서 할 수는 없었어요. 왜냐면 모든 사람이 내 마음을 다 알게 될 것 같았거든요.'
완벽하게 "매버릭"에게 매료되어버린 "찰리"의 열정과 솔직함을 담은 고백의 대사가 기억 속에 왜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역시 새롭다고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7) 절친이자 파트너인 "구스"가 사고로 죽게 되는 장면은 "적기인 미그기"가 나타난 상황에서 "탑 건" 중에 명실공히 1등으로서 앞서 가던 "아이스맨"보다 더 높은 공적을 세워서 1등을 하고자 했던 "매버릭"이 "아이스맨"이 탄 전투기가 미그기와 자신의 톰 캣 사이에서 요격을 시도하기 전에 방해가 된다며 자기 앞을 가리지 말고 나가라고 독촉한 뒤에 "아이스맨"이 빠져나가자마자 닥쳐온 제트 기류에 "매버릭"의 기체가 휘말리면서 추락하게 되었을 때, "매버릭"과 "구스"가 동시에 비상 탈출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후 군사 법정에서 "매버릭"이 법적인 책임이 없음이 밝혀지게 되지만, "매버릭"은 판결과는 상관없이 자책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내 오랜 기억에는 "매버릭"이 "구스"의 죽음에 대해서 자책감을 꼭 느껴야 할 필연이 없었지만 다시 보니, 과도한 "매버릭"의 승부욕이 불러들인 절친의 희생이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니 "탑 건 2"에서 해군 제독이 된 "아이스맨"이 "그것을 이제는 잊어야 한다(It's time to let go)"라고 말하며, "탑 건 1"에서 사실은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자책감의 원인인 "구스"의 죽음에 대한 자책감을 잊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필연성이 여기에서 더 잘 체감된다.
1편에서 분명히 이를 극복하고 다시 복귀하고 승리하는 마무리를 지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음을 확실하게 하는데, "아이스맨, 톰 카잔스키"를 연기한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명배우(그가 "탑 건 2"에서 한 대사는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것이라 한다) "발 킬머"의 등장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8) 자책감으로 인해 최고의 "탑 건"으로서의 영광을 차지하고자 했던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망가지면서 수료식마저 참여하지 않고 도망치려 하는 그를 쫓아간 "찰리"가 실망했다는 표현을 남긴 채 "매버릭"을 떠나면서 자극을 던져주고 그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만드는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 디테일이어서 보는 동안 꽤 새롭게 느껴졌다.
9) "탑 건 2"가 더 잘 만들어지고 세련된 극화를 구성하고 있음을 "탑 건 1"의 최종 수료식과 더불어서 부여된 갑작스러운 임무에 수료생들 중 일부가 참여하고 미그기 6기와 맞붙어 공중전을 벌이게 되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설명해준다. 이 장면으로 갑작스럽게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썩 매끄럽지 않아 보였다. 물론, 그 시대에는 그것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을 것 같긴해도.
이 장면은 "매버릭"이 자신의 "자책감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극복하고 영웅적인 행위를 마무리한 뒤에 갈등을 봉합하고 보다 성숙한 승리자로 변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필연성이 모자란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 부분에서 "죠셉 코신스키" 감독이 만든 "탑 건 2"는 "탑 건 1"에 비해서 대폭적으로 서사를 줄이면서도 필연적으로 보이지 않을 만한 장면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 세련미와 절제미의 차원에서는 속편이 전편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10) "토니 스캇" 감독의 "탑 건 1"이 "탑 건 2"를 넘어서는 측면은 훨씬 더 공중전에 있어서 화끈한 "미그기"와의 접전이 벌어졌고, 주조연 배우의 이른바 "리즈 시절"이 펼쳐지기 때문에 더 매혹적인 로맨스와 라이벌 전이 흥미진진하도록 만들었다는 점, 그 시대에서는 유일무이의 스케일과 독창성으로 우뚝 선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그 시대에 있어서는 축약되고 쿨하기 그지없는 서사였긴 했지만, 인물 간의 서사가 보다 풍성하게 나왔기에 극화로서의 상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11) 마치 전매특허라도 된 것처럼 공중에서 기체를 수직에 가까이 세우면서 "브레이크"를 걸어 추격해 오는 적기를 앞으로 내보내고 뒤에서 요격하는 "매버릭"의 공중전 기술은 전편에서 나온 것이나 속편에서 나온 것이나 극화 속에서의 효과성의 수준은 높다. 다만, 시대의 변화를 충실히 담은 발달된 촬영 기술과 CG가 발휘된 속편의 영상은 비교 할바 없이 속편이 더 뚜렷하고 뛰어나다.
12) 여성의 인권이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서는 사실 대중문화 속에서 상당히 떨어진다 싶은 시대가 그 시대였고 그렇게 보일만한 장면이 일부 나오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아주 크게 다른 시대상을 보이진 않았다. 흡연자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는 것 하나만큼은 제대로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오히려 지금보다 더 리버럴해 보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13) 끝나지 않은 냉전의 영향으로 언제라도 접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영화 속에서 내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속편에서는 국가 간 전투기의 기능 차이가 줄어들면서 큰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적과 싸워야 하는 난감함을 드러냈다면 전편에서는 적과 아군 기 간에 커다란 기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프로파간다 적으로 영화를 볼 적에게 압도적이다 싶은 인상을 주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
군사 기술 면에서 그 같은 차이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준 효과는 그만큼 “매버릭”의 파일럿으로서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준 것이다.
"매버릭"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동시에 성공적인 "탑 건"으로 복귀하는 끝장면은 전편이나 속편이나 거의 판박이를 찍듯이 같은 모습으로 끝맺음하고 있어서 이런 "해피 엔딩"을 빼놓고 "탑 건"이란 시리즈가 더 반복해서 만들어질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탑 건"을 한 참 이후의 시대에도 다시 볼 관객에게도 이 "해피 엔딩"은 필수 요소일 것이다.
최근 국내 개봉작의 흥행을 보다 보니 "탑 건 2_매버릭"은 "범죄 도시 2"에 이어서 2위를 기록하면서 "한산_용의 출연"보다도 더 많은 관객 동원을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담고 있는 메시지의 수준 고저를 떠나서 그만큼 한국 관객의 즐겁게 블록 버스터 영화를 보고자 하는 니즈를 가장 잘 충족한 영화가 이것이었기 때문에 받아 마땅한 흥행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1. 일단, "톰 크루즈"는 자신에 대한 한국 관객의 호감도를 지속적으로 계속 관리해왔고, 매 자신의 개봉작마다 너무 자주 온다 싶을 정도로 한국에 오는 인물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2. "탑 건" 자체가 사실 강대국인 미국의 위용과 힘을 사방에 널리 알리는 작품으로서의 이른바 정치적/외교적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주가 되기보다는 영화 속의 갈등과 주인공의 자기 자신을 극복해 가는 과정 등의 갈등 해소 과정, 인간 간의 신뢰 회복 등의 내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드라마를 구축함으로써, 타국가의 관객마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보다 매력적인 스토리로 마무리를 지었다.
3. "비상선언"에서 "다수를 위한 소수 희생 미화"나 "시대에 맞지 않은 신파 강요"같은 관객의 저항이 일어나게끔 만든 요소 외에도 더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것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지향하는 영화처럼 사실에 대한 고증과 조사를 충분히 하고 이를 반영했다'라는 감독의 변과는 전혀 다르게 실제 항공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이 불편하게 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과 다른 여객 항공기에 대한 서투른 이해가 남발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거의 사실을 무시하는 것처럼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자문사 쪽으로부터의 반발을 "크게 일어나게 만든 무신경함"이 흥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평론의 글에 대해서 엠바고를 채우는 등 전근대적인 언론 통제를 시도한 제작/유통사의 정말로 "시대착오적이기 그지 없는 대응"은 관객 대부분에게 이 제작/유통사의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길 정도였다.)
그러나 "탑 건"은 초음속 전투기를 다루는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며 군사적인 정보가 제대로 된 감수와 검증, 조사와 더불어 일부 실제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극적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자문을 준 쪽에서도 아량을 베풀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로 제대로 현실을 반영한 탓에 전문가들의 반발을 낳지 않았고, 지속적인 흥행 순환을 도울 수 있었다.
4. "한산"은 물론 민족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흥행을 올리도록 수많은 한국 관객에 봐야 된다는 당위를 지니고 만들어진 영화일 수 있고, 국내에서 최고의 흥행작이 될만한 이른바 자격을 가진 영화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감정을 쥐었다 놓았다 해왔던 "민족주의"에 입각한 극화에 더 이상 이전만큼 열광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그것을 강조하는 극화를 만드는 이들이 얼마나 게으르고 시대착오적이며 관객의 수준을 저 밑바닥에 깔린 저급 동물의 수준처럼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동안 수많은 티켓값을 그 같은 영화에 뿌리면서 점차적으로 알게 되어버린 것 같다.
5. 항일이나 극일이나 한국이 계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일 수는 있다. 그러나 반일 등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돈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추구해서 흥행 및 수익 상향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뻔한 계산을 하면서 극화에 사용한다면 최소 수백만 이상의 관객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단호하게 결정한 것 같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지만 더 이상 일본은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으로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국가다. 이전과도 같은 분노의 대상이 되기에는 왠지 모르게 점점 더 추레해지고 있는 나라에 라이벌 감정을 이전처럼 느끼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포츠에서 한일전이 벌어지면 이겨야겠지만, 영화 속에서 "일본인"이란 이유로 거의 무조건 "악마화 된 빌런"으로 그려지는 것은 점점 더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런데 "충무로"는 아직도 그렇게 해야 돈을 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혹시 지금 이순간 이곳에 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