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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08. 2022

<놉>-정체 모를 비행 포식자의 공포

잘 만들어진 "미지의 비행 생명체"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이미 수많은 평론가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본지는 좀 된 영화지만 감상문을 쓰기가 좀 머뭇거려졌다. 왜냐면, 일단 그런 평론가의 글에 비해서 여실히 영화를 한편 보고 나서 포착하는 바가 떨어지는 바를 들킬 것 같은 두려움이나 어설프게 잘못 해석한 내용이 그분들의 글과 비교해서 보란 듯이 드러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쪽은 직업적으로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분이고 나는 오래되긴 했지만 어쨌든 취미 삼아 글을 쓰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화 속의 미지의 포식자인 비행접시 모양의 괴물만큼의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포식자가 우글우글하는 곳에서는 잡아 먹힐 수 있는 생명체는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다만, 아주 많은 이들이 글을 쓰는 이른바 블록버스터나 최고의 흥행작에 대해서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낙엽 속에 낙엽을 감추듯이 내 글도 수준의 고저를 불문하고 그저 많기만 한 수많은 글 사이에 묻혀버리듯이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흥행 수준은 별로이긴 하지만 작품의 내부에 있는 상징성과 군데군데 좀 신경을 기울여서 본다면 나온다는 인류의 "영상물", 곧, "영화의 역사"에 대한 비유적인 내용이 많이 나왔다는 것과 풍자와 신랄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도 찾아볼 수 있다는 면에서,


"일반인보다 많은 영화에 연관될 수 있는 지식"을 지닌 평론가에겐 환영받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감히 이런 작품에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취미 생활인이 감상문을 단 다는 것은 미안한 일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적은 수의 몇 명의 인간이 마치 "놉"에서 제까짓게 아무리 거대 외계 포식자 생명체라고 해도 꿀리지 않고 대결해서 결국에는 복수했듯이, 포식자가 갖지 못한 비대칭적인 능력이 잡아 먹히는 쪽에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인 "조던 필"의 작품 중에 "겟 아웃"이나 "어스" 등을 전혀 보지 않아 왔었다. 공포물 등을 찾아보는 것으로부턴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했고, 역시나 "기회비용"의 문제에서 같은 시간을 들여서 봤을 때 더 재미있을 영화를 보려다 보니 계속 그 차례가 밀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할 필요 없는 생각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어서 "놉"은 보고 나서 꼭 감상문 하나 정도는 써줘야겠다는 결심이 오늘에야 들었다. 어찌 되었든 내 글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써주는 글이니 내 입장에서는 베푸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출처 : The Cosmic Circus

잡설을 다소 길게 썼지만 이만 줄이고 영화를 본 결론을 서둘러 여러분이 피로감을 느끼기 전에 쓰자면, 이 영화는 "죠스"나 "에이리언 1", "프레데터 1" 등의 미지의 최고 포식자급 생명체가 지구 내외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홀연히 나타나 여러 인간을 잡아먹거나 숙주로 삼거나 사냥의 대상으로 삼는 계열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시대는 지난 듯한 느낌이 들긴 해도 재미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여기에 평론가적 기질을 지니고 사진과 영상, 영화, 티브이, 온라인 영상물 채널 등으로 이어지는 영상물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여러분에겐 짜릿함을 선사할 수 있는 상징성과 비유가 넘실 거리고 있는 듯하다. 다만, 나는 이런 것을 거론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타입의 작가도 아니고 이런 것이 절로 눈에 포착되고 머리로 이해되는 관객이자 시청자도 아니다. 따라서 그런 이야기가 잘 내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분이라면 당연히 이 영화는 재미있기 어렵다.


SF물이나 액션물, 심리 스릴러물 등등에서 짜릿한 영상과 치밀한 스토리의 전개 등을 추구하고 있는 관객이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다소 불편함과 지루함이 올 수 있다. 흥행이 감독의 명성에 비해서는 그렇게 높게 일어나지 않았고, 일반적인 평을 봐서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든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착상은 매우 잘 이뤄진 것 같다.


UFO가 빈번히 나타나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히고 있어도 아직도 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런 UFO의 정체가 무엇이다란 속 시원한 성명을 내지 않는다.


Unidentifined Flying Object라는 유명한 표현에서 미국 정부는 최근 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 즉, UAP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 영화 속의 대화에서 나온다.


그렇게 바꾸게 된 의도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줄이기 위해서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작중 인물의 대사가 나오면서 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키워드를 하나로 만들면 정보가 축적되고 관심이 커지고 덕후가 늘어나는 법이니까.


그렇게 여러 영상을 통해서 나타났던 외계 생명체는 왜 공개적으로 제대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채널을 통해서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해석을 아래와 같이 잡았다.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정복하거나 없애거나 파괴하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와 더불어 자신을 숨기고 있다."


흐릿한 사진과 영상 속에서만 나타나는 식별이 또렷하게 되지 않는 접시 형태의 그것이 외계인의 지구인 납치설도 낳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설을 계속 낳아왔다면 사실은 외진 곳에서 구름 같은 모양으로 자신을 휘감고 숨어 있다가 지상에 보이는 먹을 것을 향해 달려드는 포식자 그 자체는 아닐까?라는 착상 자체는 독창적이고 이 포식자 자체와 그 포식자가 행동하는 방식은 매우 잘 형상화되었다.


출처 : Space.com



그러나 문제는 당하는 쪽의 인물이나 생명체 등이 보여주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피하거나, 대응하거나 복수하고자 하는 모습이 나타난 포식자에 비해서 뚜렷하게 느껴져 오질 않았다. 때문에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고자 애쓰면서 다시 포식자를 공격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대다수의 관객이나 시청자가 자신을 이입시키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화 안에 있는 인간과 자신이 같은 인간 동류라고 느낄 수 있는 여러 연결 고리가 다 엇나가 버렸다는 느낌이 있다. 그것은 인종이나 사는 지역, 문화권의 차이 같은 문제가 아니다.


1. 할리우드 산업에 말을 빌려주는 말 목장의 두 남매를 둔 아버지가 하늘에서 떨어진 금속 물질에 맞아 사망하게 된 장면은 왠지 모르게 비극으로 그려지지 않고, 두 남매도 이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슬퍼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말을 빌려주러 간 오디션 같은 곳에서 이 두 남매는 여전히 슬픔을 드러내지도 않고, 서로 티격태격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시늉만 오간다.

출처 : Bloody Disgusting

2. 고디 쇼에서 침팬지가 쇼 전체 참석자에게 폭력을 가했던 내용이 점프컷 등으로 나오면서 잔인하게 침팬지가 인간에게 폭력을 가했으리라 보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생략된 것은 그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었겠지만 이후에 정체불명의 포식 생명체의 내부로 수많은 인간이 들어가 소화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보여주었던 감독이 그것을 점프컷 처리했을 이유가 충분히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출처 : 왼쪽/Empire Online, 오른쪽/Polygon


3. 그 양쪽의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오게 된 이 재미없는 느낌을 받은 스트레스를 그래도 저널리스트나 언론인, 기자, 평론가 등등은 '"조던 필" 감독이 영화의 역사를 군데군데 흩어지게끔 배치해서 상징성과 비유를 가득히 담아 하나 버릴 것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같은 자기 합리화를 함으로써 이 영화의 진면목을 자신과 (자신의 동류 들이) 캐치해서 잘 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그렇지만 일반 관객들은 그렇게 해석할만한 특별한 이유도 없고, 평소에 상업 영화를 봐온 것처럼 직관적으로 봐서는 재미없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를 "조던 필" 감독의 유명세나 전작의 위대함을 근거로 한 변명을 하며 넘기는 "자기 합리화"를 진행할만한 충분한 기재를 머릿속에 갖고 있지 않다. "놉"의 포스터를 보고 감독의 이름조차 인식 못한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의 대부분은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5. "임금님이 벌거벗었데요"라고 외치는 것처럼 "이 영화 재미없데요"라고 솔직하게 외치는 군중이 단 한 명이라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면 이 영화의 흥행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상징성과 비유로 똘똘 뭉친 독립 예술 영화를 표명하고서 영화의 역사를 상징과 비유를 섞어서 그렸다고 포스터에 캐치 프레이즈로 적어 놓았다면 수많은 그 관객은 처음부터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렇게 했다면 더 많은 관객이 이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맬 일은 적어도 덜 일어났을 것이다.


6. 극중 중반부에 주인공들은 하늘에 일정 위치에 계속 떠 있는 구름 속 포식자가 땅 위의 생명체를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 소화시키는 괴물체인 것을 알았다. 그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인원들만 자기 손으로 꼭 끝장을 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질 않았다.


7. 움직이지 않는 구름을 이미 찍은 CCTV가 녹화한 영상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공권력을 움직일 수 없다고 미리 생각하고 신고하거나 투고하는 것 자체를 미리 포기하는 지나치게 똑똑한 이 두 남매와 CCTV 기술자의 모습은 내내 답답함을 보는 이의 내장에 꾸준히 집어넣는 듯한 느낌으로 지속된다.


8. 남들이 찍어낼 수 없는 특별한 영상을 찍어 내는 것에 목숨을 거는 촬영기사가 그전에 이미 죽었어야 했을 만큼의 무모한 행동을 괴물의 모습을 수동 필름 카메라에 어느 정도 담아낸 다음에 갑작스럽게 괴물에게 스스로 먹히려는 듯이 하다가 결국에는 잡아 먹히는 내용이 왠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9. 모터 사이클을 타고 매직미러 헬멧을 쓰고서는 무모하게 포식자 아래로 뛰어들어 결국에 잡아 먹히는 기자 또는 프리랜서 파파라치 같은 인물 등등 모두 부조리 극이라도 만들 듯이 한껏 부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 투쟁을 반복하는데. 이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가 어렵다. 일부러 불완전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다.


10. 이걸 이해 못 하는 관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런 상징성과 비유를 평론가 수준의 관객에겐 납득하게 만들더라도 대다수의 대중 관객이 이해 못 할 불완전한 수준으로 극화를 연출해 놓고도 "블록버스터"급의 흥행을 만약에라도 바랬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보"다.


11. 감독이 흥행의 고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어떻게든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야 그나마 이 영화를 이해할 힌트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UFO를 다루는 내용 중에 모든 음모론보다 인구와 생명체가 희소한 지역의 공중과 산 위에 숨어 있다가 지상에 있는 생명체를 발견하거나 그와 눈이 마주치면 가차 없이 다가가서 포식하기 위해 빨아들이는 비행 생명체가 있다는 착상을 사실 임직 하게 형상화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럴듯한 모습으로 구상해낸 것은 인정해주어야만 하는 이 영화가 도달한 독보적이고도 독창적인 쾌거다.


출처 : Tumpik


적어도 이 새로움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는 것이 맞으리라 생각한다. 그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모든 관객에겐 추천할만하다. 그러나 "죠스"와 "프레데터", "에일리언" 급의 대중의 눈높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들어진 영화보다는 좀 불친절하고 자연스러움이 모자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므로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직관적으로 즐거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관객에게는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그분의 시간을 다소 지루한 경험 속에 빠뜨리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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