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Oct 22. 2022

<버즈 라이트 이어>-임무에 대한 강박관념

임무에 그 자체에 대한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힌 자신과 싸우다

스포일러가 제목에서부터 나와 있습니다.


이제 외계인과 싸우는 스토리는 수많은 히어로물이 다종 다양한 상태로 다 점유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이 나와서 관객과 시청자가 지겨워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인지 그다지 신선한 형태로 SF영화에서 잘 등장하지 않게 되는 트렌드가 생긴 것 같다.


"버즈 라이트 이어"를 보게 되면 느껴지는 것이 "라이트 이어"의 한국어 번역인 "광속"으로 나는 우주선을 타는 씬이 십 수 번 반복되면서 왠지 모르게 "탑건_매버릭"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 안에서 진지한 형태로 묘사된 "임무 수행"을 위한 "자기 극복"의 스토리 라인이 또 다른 변형으로 반복되는 듯한 기시감이다.


유튜브의 짤막한 영상이나 "레고"가 들어가는 영화 정도에만 관심이 있는 아들을 잘 꼬셔서 결국에는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꼬시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소개차 보여준 영상은 이 작품의 "메이킹 필름"이었다.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우디"와 "버즈"를 만들어 내는 설정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버즈"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강박관념으로 내뱉는 대사는 우스운 동시에 이 "캐릭터 상품 장난감"의 원본이 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결국 장난감으로 만들어졌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원본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봐야겠다는 착상이 픽사의 제작진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내용이 설득력 있어 보였다.

출처 : The Skimm

우선 "토이 스토리" 안에 이 캐릭터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원화가 그려졌고, 캐릭터의 성격과 더불어 수많은 설정 요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하는 내용이 나름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그러고 나서 다시 원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보는 것은 일종의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출처 : Yahoo Movies UK
출처 : Screen Crush


더구나 아들도 "토이 시리즈“를 여러 편 보았기 때문에 이 일상과 잠깐 간격을 가지고 붕 떠있는 캐릭터인 "버즈"와 왠지 집에 와서도 마치지 못한 일에 대한 상념에 빠져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종종 떠나 있는 나와의 유사점도 있기 때문에(물론, 적지 않은 하드 한 일을 직업으로 하는 아빠나 엄마와 살고 있는 아이에겐 이 캐릭터가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렵지만 같이 보겠다는 동의를 얻었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고집이 세어지는데 이렇게라도 같은 문화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다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한 번이라도 더 갖고 싶다. 그래서 소원 성취를 했고, 그 결과 같이 본 "버즈 라이트 이어"는 수준급으로 잘 만들어져 아빠와 아들, 더불어 엄마까지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고, 본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할 충분히 의미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 영상이 잘 결합된 작품이다. 자기 직전에 보고 난 이후 좀 더 행복한 느낌을 안고 잠에 들었으니까.


이런 일상의 소소한 가족 간의 실랑이를 하나의 예제로 해서 서로 나누는 감정과 추억, 들인 수많은 시간의 가치보다 이 애니메이션 속의 "메인 세계"에 살고 있는 "버즈"와는 다른, 임무 그 자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 일절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또 다른 "버즈"는 일거에 수많은 이의 삶을 일순간에 다 뒤돌려 버리려 하는 "악행"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결말에 이르러서 갈등이 해소된 뒤에 청하는 잠은 그만큼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가족의 일상이 그만큼 더 소중한 것임을 알려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만큼만 읽어도 이제 여러분 중에 이 영화를 볼지 말지를 결정할 만큼의 충분한 정보는 다 주어진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대해서 더 보고자 한다면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면 된다.



"버즈"는 임무에 대한 강박관념과 사명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능력자"로서 우주 레인저 부대 소속이다. 그의 임무는 지구를 떠나 우주를 광속으로 비행하고 있는 우주선에 냉동 상태로 잠들어 있는 1,200명을 데리고 지구를 구원할 수 있는 제2의 거주 행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출처 : Ja Monkey

도착한 행성에 내려서 파악한 바 인류에게 해가 될 덩굴 식물과 호전적인 비행 대형 벌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긴급하게 다시 착륙해 있던 우주선에 올라타서 다시 우주로 나가려고 했지만, 자신의 조종술에 대한 믿음과는 달리 높은 산에 부딪쳐 긁힌 우주선은 행성의 지상에 다시 추락하게 된다.

출처 : Ja Monkey

이에 자책하는 "버즈"는 임무에 실패한 벌로 "레인저"를 그만두고 군사 법정에 서고자 하지만 그가 그대로 임무를 수행해내는 것이 더 낫다는 상관인 "엘리샤"의 조언을 받아 그대로 임무를 수행하기로 마음을 먹는 단순함을 보여준다. "임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웃음을 계속 유발한다.


이 우주선을 다시 "광속"으로 비행하도록 해서 다른 행성으로 향하게 할 "하이퍼 크리스털 우주선 연료"를 제대로 재생산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 행성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냉동으로부터 해제된 이들을 이끌고 행성의 자원을 이용하여, 공격적인 덩굴 식물과 비행 벌레들로부터 거주지를 보호하는 막과 울타리가 쳐진 거주 구역을 1년여에 걸쳐 만들고 나서 어느 수준 이상의 과학 기술을 이곳에 정착시킨다.

출처 : Twitter Disney Animation Promos

그 기술에 의해서 새롭게 조합된 "우주 연료"를 넣고 4분가량의 광속 비행을 성공시킨다면 그 연료를 사용해서 인류가 다른 행성을 찾아 나가도록 할 수 있으므로 해당 태양계 내의 태양의 반경을 돌아서 높아진 속도로 광속에 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실패해서 우주 미아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가까스로 벗어나 지구로 돌아온 바 행성의 시간은 4년여 가량이 지나간 것을 확인하게 된다.

출처 : IGN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에서도 상대성 이론에 입각해서 나온 내용으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이에게 흐르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나머지에게 흐르게 된다는 내용이 아주 자세한 설명까지는 덧붙지 않고 나온다. 돌아온 숙소에 "엘리샤 호손 사령관"은 안드로이드 고양이 "삭스"를 간병용으로 주고, 이 이후에"삭스"는 "버즈"와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야옹야옹야옹" 소리를 반복하면서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럴때마다 머리를 360도로 계속 회전하는 장면은 어이없는 귀여움에 실소를 자아낸다.


동시에 "삭스"는 "하이퍼 크리스털"의 공식을 연구하면서 안정성이 높은 우주 연료를 만드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작업을 시작하고, 한 번씩 비행 시도를 할 때마다 4년은 "버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상을 희생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시험 우주 비행을 쉼 없이 반복한 버즈는 62년에 달하는 시간이 흐르도록 그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호손 사령관"은 동성 애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나중에는 죽음을 맞이한 뒤에 영상을 남겨 "버즈"에게 보내기도 한다. 이후에 부임한 "사령관"은 이제는 이대로 이 행성에 살기로 결정 내렸으므로 더 이상 시험 비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삭스"를 폐기 처분하도록 부하에게 명령한다.


"버즈"는 "삭스"가 안정적인 연료를 만드는 공식을 발견했음을 알게 되고, "삭스"를 잃는다면 더 이상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숙소를 탈출해서 이 공식을 적용한 연료를 만들어 마치 "탑건_매버릭"의 "매버릭"처럼 무단으로 시험 비행을 해서 성공시키고 다시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도착한 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호손 사령관"의 손녀인 "이지"를 만나 그가 같이 구성한 팀의 일원과 함께, 갑자기 행성 상공에 나타나 지구인 거주지를 공격하는 "저그"라는 로봇을 데리고 온 정체불명의 외계에서 온 존재와 싸우고 있는 상황임을 알게 된다.


이 이후의 내용은 군데군데 깨알 같은 디테일이 잔뜩 나오는 아기자기한 내용이어서 세세하게 설명하기가 미안하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스포일러는 "저그"라는 외계 로봇의 두목인 "저그 황제"의 정체가 다름 아닌 "광속"으로 비행을 마치고 지구에 도착한 또 다른 평행 세계로부터 온 존재인 "버즈"라는 것이다.


메인 스트림 세계의 "버즈"는 임무에 사로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정착민이 지난 수십 년간 만들어온 일상으로 만들어진 정착지의 역사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이를 지키며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방향을 갖고 있었지만, "저그 황제"안에 들어가 있는 "버즈"의 방향은 달랐다.


안정적인 연료로 먼저 행성에 도착한 이후 현재의 정착지 사령관이 우주로 나가는 것을 반대하며 체포하려고 하자 시험 우주선으로 다시 우주로 나가 앞 선 우주 로봇 문명과 만나 기술과 대량의 로봇을 확보한 뒤에 정착지 행성으로 돌아와 그 행성에서 비행에 실수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하고 모든 것을 실패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 그의 방향이었던 것이다.

출처 : The Disney Blog

사실 이 갈등과 딜레마는 "나비 효과"와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에서 대표적으로 이미 다뤄졌던 내용이기 때문에 아주 충격적이고도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임무"에 대한 강박관념을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변형된 메시지로 나타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 일상을 더 잘 누리는 것에 대한 요청이 사명감이나 목적의식보다 더 중시되는 현시대에 이르러서 우리는 이미 "잠정적인 퇴사"라고 하여, 직장에서 그저 경영자가 요구하는 매출과 수익의 신장을 위해서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제대로 된 보상 없이도 과도하게 업무를 했던 지난날의 직장인과는 다르게 그저 급여를 적정하게 받고 별다른 피해가 없다면 그 급여 수준에 적정한 수준의 업무만 수행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버즈"가 그런 수준의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과도하게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와 사명에 몰입해서 하는 행동이 이제는 더 이상 멋진 히어로의 모습으로 인식되지 않게 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강박관념을 살짝 웃음거리로만 만들었던 "토이 시리즈" 전체의 평균적인 흥행 성적과 비교하자면 "버즈 라이트 이어"의 흥행은 유감스럽게도 낮았다. 그만큼,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임무"에 대한 과몰입을 일부는 영웅시하는 이 극화가 적절 이상의 즐거움과 교훈을 선사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업 자체도 사실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기업문화라고 할지 아니면 더 커다란 이상이나 목표를 향한 헌신을 유도하지 못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정신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속도를 내기만을 요구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기 때문에, 이른바 "훈련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기업에 대한 "주인 정신"을 가지고 지시하는 일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 낼 만한 "무형적인 지향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버즈"같은 타입의 인물을 좋아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그의 행동에서 나와 같은 면모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적어도 그는 그저 더 급여를 잘 받고 영웅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표로서의 상이나 승진 같은 것을 바라면서 "임무"를 수행했던 존재가 아니다.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인류에게 보다 살기 좋은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고, 자신이 임무 수행 중에 했던 실패를 만회하려는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최소한 단 몇 명이라도 이 같은 인물이 어떤 보상과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면 넓게는 인류, 좁게는 한 조직은 복을 받은 것이다.


대다수의 나머지가 그런 임무에 대한 강박관념 없이도 보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는 그 웃기고 비효율적이고 고지식해 보이는 인물의 역할이 나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인물이 나머지의 행복과 안녕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존재라면 그저 그것은 커다란 해악을 가져오는 악당일 뿐이고, 이를 제거하거나 제어해야 하는 것은 이를 알게 된 우리의 의무다.


나치의 밑에서 착실하게 유대인 학살을 차곡차곡 행정적인 절차를 철저하게 밟아서 진행한 "아이히만" 등으로 대표되는 인물들은 재판에 회부되어서 취조하는 과정에서 그저 주어진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했고, 진실로 그것이 옳았던 것이라고 일관성이 있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기계적으로 오직 주어진 임무만을 수행하는 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는데 이 작품은 나름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 생각을 우리 아이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느 순간에.


 




매거진의 이전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생활인 멀티버스 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