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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25. 2022

<블랙 팬서 2_와칸다 포에버>-후도감 높은 서사

애도와 고립, 복수, 화해, 용서 등을 가득 담고도 넘치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술자리에 모여서 상대방의 잔을 채워주면서 일부러 가득가득 넘치기 직전까지 따르면서 이것이 상대방에 대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정"의 높이다라고 이야기했던 애주와 애정을 혼용했던 문화 이야기다.


영화를 마주하고 있는 관객을 잔을 받아 든 그런 상대방으로 비유하자면, 여럿이 아는 사람이 모여 가서 같이 본 영화가 아니라면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등이 그 관객 1인에게 이것저것 섞고 조제해서 내민 술잔 하나를 받아 쥐고 들이마시게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일한 소재/주제로 만들어진 잔은 거의 없으므로 종종 그것은 "칵테일"이라 불릴만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과연 이 "칵테일"이 어떤 맛인가를 떠나서 풍부한 재료와 더불어 인심 가득히 담겨 가득히 잔을 채운 상태로 주어지면 일단은 받아 쥔 관객의 마음도 맛을 떠나서 다소 풍성해지는 법이라, 이 작품, "블랙 팬서"라는 1편의 레시피가 상당히 좋았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눈앞에 떠오른 "칵테일"인 "와칸다 포에버"라는 2편은 간신히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히 영화의 내용을 채우고 관객의 시선도 포만감으로 채웠다. 오래전 술자리 용어로 "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출처 : Cosmoplitan



금년 말에 이르러서 "블랙"이라는 단어를 단 DCEU의 부활탄을 쏘아 올린 "블랙 아담"과 MCU의 년내 개봉작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 "블랙 팬서 2"의 대결은 나름 관심이 기울어졌던 부분이었다.

출처 : Pursue News

"블랙 아담"의 경우 임팩트를 주는데 실패한 "샤잠"의 외전 형식을 채택하고 등장한 한계가 있었기에 그만큼 가득히 잔을 채운 형상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걸출한 두 배우인 "드웨인 존스"와 "피어스 브로스넌"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전달했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웠다. 그 영화만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글만을 쓸 때에는 극찬이 가능했지만, 역시나 곧이어 개봉된 "블랙 팬서 2"를 보게 되니 차이가 나타났다.


"블랙 팬서 2"는 주연 배우인 "채드웍 보즈먼"이 대장암으로 요절함에 따라, 원래 MCU나 기타 DC 등의 블록버스터 작품에서 자주 했던 방식대로 다른 중량급의 배우로 교체하고 나서 변경 없이 그대로 주연배우가 처음과 동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벌거벗은 임금님" 행차 같은 "007" 프랜차이즈 시리즈 같은 방식의 주연 배우 교체를 하는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블랙 팬서 1"을 성공으로 이끌고 "블랙 팬서 2"도 지휘하게 된 "라이언 쿠글러"의 제작 방향은 그런 방식이 아니고 기존 주연배우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퇴장한 것으로 만들고 그의 여동생이 "블랙 팬서"의 왕좌를 받게 되는 가장 어렵고도 우회로가 길고, 반발도 많을만한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MCU"의 실질적인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이 같은 의견을 그대로 존중해서 받아주고 감독의 뜻대로 영화를 만들어가게끔 자율권을 주었다고 하며, 이에 호응해서 만들어진 품질의 수준은 위험한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물론 이 같은 창작자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어서 만든 작품은 뛰어난 수준의 감독이나 작가에겐 기대이상의 성과를 가져올만한 유인이 되지만, 종종 제대로 된 흥행과는 거리가 먼 결과로 돌아와 실패작이 되기도 한다.


"토르: 러브 앤 썬더"의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은 흥행 성적을 남긴 작품조차도 감독의 경박한 작법에 대한 실망감을 낳았고, 드라마 시리즈로서 기대감을 낳았던 "쉬헐크"도 과도하게 성적으로 분방한 가운데 구심점이 없는 작품으로 어정쩡한 결말을 낳게 만들었는데, 여러 감독들의 작품의 영상 품질의 상향과 스토리의 연결성을 줄기장창 추구했던 "케빈 파이기"의 MCU의 성공작으로 보기에는 낮은 수준의 성취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왜 이 작품에 대해서 어려운 길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를 하게 되었냐면, 그 이유는 아래의 2가지로 간추려 진다.


1. 빌런의 서사를 잘 구성해 냈다.

"네이머"라는 DCEU에서는 "아쿠아맨"과 대응이 될만한 해저 제국의 왕이자 인간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능력의 소유자를 처음으로 MCU에서 출연시켜서 극화를 만들어 갔음에도 독립적인 시리즈 한편을 온전히 잘 내부에 만들어 넣은 것인 양, 존재감을 일으켜 세우고 "와칸다"와 대립하는 제국인 "탈로칸"의 역사를 몇 개 안 되는 점프컷과 내레이션을 담은 시적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장면 안에서 함축적이고도 감각적으로 잘 담아 선사했다.


수백 년간 드러나지 않았던 "탈로칸" 해저 제국의 위용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고, "네이머(Namor==> Roman의 스펠링을 거꾸로 배열한 '사랑이 없는 아이'란 뜻이다.)"이자 자신의 국민들에겐 "루쿨칸"으로 불리는 강력한 "안티 히어로"의 지상과 수중, 공중에서 그 어떤 히어로에게도 손색없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극 속의 다양성과 신선함을 극대화해 냈다.

출처 : Entertaiment Weekly

2. 여러 서사의 결합이 압도적으로 잘 이뤄졌다.

"블랙 아담"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임팩트" 있는 장면이 그 영화 자체로서는 매우 뛰어난 효과와 더불어 있는 "액션씬"으로 느껴졌었고 실제로 "블랙 팬서 2"의 각각의 액션 장면과 대치해서 비교하자면 하나하나의 액션 시퀀스는 "블랙 아담"이 더 강렬한 느낌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블랙 팬서 2"의 강점은 "트찰라 왕"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평화를 표면적으로 외치지만 취약해진 "와칸다"를 몰래 쳐들어가는 서구 열강의 모순된 행위에 대한 "와칸다"의 단호하고 절도 있는 대응과 더불어 "비브라늄"을 찾아내는 기계를 발명하여 수중에서 채굴을 시도하다가 압살 당하는 미국 특수부대의 선박에서 호러물의 느낌을 자아내는 긴박한 씬이 연결되기도 하면서, "네이머"가 이끄는 "탈로칸"이 가져오는 "물"이 펼쳐내는 다채로운 영상이 결합되면서 심심할 여지가 전혀 없는 밀도 높은 스토리와 씬의 결합으로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서사를 갖고 있다는 데 있었다.


"외전"의 형식으로 이전의 DCEU와 단절되면서 새로운 서사를 다시 창출해가는 입장의 "블랙 아담"이 결국 "블랙 팬서 2"를 넘어서는 흥행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는 이 같은 압도적인 "서사"의 후도의 차이에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출처 : marvelblog.com

물론, 적지 않은 관객은 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내 개봉한 영화 중에서 글로벌 흥행 5위를 기록하고 있고, MCU 영화로서는 "닥터 스트레인지_대혼돈의 멀티버스" 바로 아래 순위를 기록 중이다.


압도적인 작품성으로 격차 높게 갈린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그 아래 순위를 기록 중인 "더 배트맨" 아래에 또한 많은 욕을 먹은 "토르_러브 앤 썬더"도 포진하고 있어 의미 없는 작품이라 욕조차 먹지 않는 작품에 비해서 칭찬과 욕을 함께 먹는 작품이 상품의 흥행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이미 예견하고 있는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4.0"이 마치 "바이블"의 지위를 누릴만한 "책"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흥행 순위를 높이는데 조력을 했었을만한 비판을 좀 늘어놓아 보려고 한다.


1. 정신이 없다.

그만큼 "블랙 팬서 1"과 결합된 풍부한 서사를 기억하고 쫓아가야 하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른바 인지적 부담감이 높아지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와칸다"의 "여왕"이 되기 위한 특별한 "허브"를 들이켜고 나서 "트찰라"의 동생인 "슈리"가 사후 세계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마주하게 된 이미 죽은 선조는 그 누구도 아닌 "블랙 펜서 1"에서 왕위를 찬탈하고 "와칸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킬몽거"였다.


그는 "슈리"에게 자신이 내려야 했을 행동의 동기 2가지 중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슈리"의 딜레마를 약점을 삼아 공격한다. "킬몽거"의 서사에 대한 내용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장면을 진지하게 이해하며 듣기에는, 살짝 거북함과 더불어 정신이 없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복수심에 휩싸이거나 아니면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의 성공을 위한 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굴레를 씌우는 "킬몽거"의 "슈리"의 내면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사는 그만큼 파괴적인 힘이 있고 정곡을 찌르는 것이라 "슈리"는 이를 터놓고 자신의 조력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마저 피하려고 애를 쓴다.


==> 정신없는 서사의 중첩 속에서 이 내부의 고민은 "슈리"가 택하는 제3의 결론을 더 훌륭한 결정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기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그것이 중요하게 느껴지기엔 나머지 다른 이야기의 존재감도 너무 무겁다. 다만 극을 쫓아가는 집중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다채로움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2. 빌런의 존재감이 뒤로 가면서 맥없이 약해진다.

"타노스"의 으리으리한 대형 빌런으로서의 존재감과 비교하자면 최근 MCU 작품의 빌런은 일단 등장 시에 보여주는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임팩트에 비해서는 너무 급격하게 추락하는 면모를 종종 보이며, 단발성의 퇴장으로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기에 경쟁사의 히어로물에 비교해서 김 빠지는 기분이 더 드는 편이다.


"블랙 팬서 2"에서도 "슈리"가 "네이머"를 제압해 가는 과정은 왠지 그런 기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 약간의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슈리"의 존재감과 무게는 "트찰라"의 것과도 같은 질감으로 다가간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 "네이머"는 극단적으로 "슈리"와 긴박하게 반목하며 전면전까지 불사한 상황까지 간 뒤에 "슈리"와의 결전에서 패한 뒤에도 자신의 왕국의 존재를 기밀로 놓아두고 그대로 "와칸다"의 연맹의 지위까지 획득하여 지상의 다른 국가와 "와칸다"가 분쟁을 갖게 되면 다시금 지상의 국가와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극 중 내용을 마무리 함으로써 '비즈니스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3.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그만큼의 매력을 그 어느 쪽으로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아이언 하트"란 이름을 내걸고 나타난 천재 소녀 "리리 윌리암스"는 안타깝게도 높은 수준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물론, 그것을 목적으로 나타난 캐릭터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하면 그냥 그대로 지나갈만한 것이지만, "와칸다"의 기술력과 더불어 만들어진 "아이언 하트" 슈트가 보여준 위용은 귀여움과 다소간의 유용성, 공력무기로서의 그럭저럭 쓸만한 기동을 가졌다는 느낌 정도다.


일본 특촬물에서 목격한 것 같은 "슈트"의 디자인은 다소 소녀 취향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많이 희화화되어서 웹상에 뿌려질 정도로 실소를 자아냈다. 그런 천재성을 지닌 소녀임에도 "토니 스타크"와 같은 사업을 영위한 서사가 없기 때문이겠지만, 이를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슈리"의 이야기에도 그저 쉽게 따를 뿐 자신의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슈트에 대한 자기 몫을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순히 따라가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면에서도 "아이언맨"의 후계자 구도에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캐릭터가 그임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소녀의 목숨을 모든 것을 무릅쓰고 구해준 것이 "슈리"이기에 당연한 이야기 흐름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눈에 뜨이고 오래 기억될만한 존재감은 남기지 못한 것이 이 캐릭터가 끝에 맞게 된 운명 같다.


==> 어떤 존재감을 누리면서 향후 시리즈에 나타나게 될지 살짝 의문이 가는 캐릭터로 마무리되었다.


상기의 비판은 절묘하게도 영화가 어떤 강점을 이 반대면에 지니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비판을 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작품 외에 다른 어떤 작품을 신뢰를 갖고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가거나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구입해서 볼 것인가 생각해보자면 이외에 유사한 수준의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을 정도로 이 작품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이렇게 비판받는 부분을 넘어설 만큼의 또 다른 강점이 나오거나 비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더 치밀한 극화를 짜내지 않는다면 2023년의 극장가에서 이전과 같은 연쇄적인 성공을 MCU가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아직 보지 못한 "아바타_물의 길"이 내놓는 흥행 결과나 평가가 이후 MCU 작품의 진행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하기에 늦지 않게 이 작품을 볼 생각을 하고 있다. 금년이 마무리되기 전에 만약 "아바타_물의 길"이 MCU 작품뿐 아니라 "탑 건 2_매버릭"마저도 넘는 흥행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전체적인 극화의 제작 방향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새해 선물로 이 작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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