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Dec 18. 2022

<드라이브>-순수 사랑꾼 드라이버

사랑 밖에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드라이버

"라이언 고슬링"의 우수에 가득 차 있는 눈이 다시 절절히 나오는 이 영화를 한창 호평받을 때는 정작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보았다. "그레이 맨"과 "블레이드 2049", "라라 랜드" 등 일단 그가 나온 영화 중에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었다. 연승이나 연속 홈런, 연속 안타 등의 느낌으로 지속 중이다.


전에 "베이비 드라이버"를 봤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유사한 작품을 하나 더 보기가 꺼려졌다는 것이 이제야 "넷플릭스"에 떠 있는지 오래된 이 작품을 보게 된 이유다. 그런데 보자마자 결이 확실히 다른 작품이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출처 : Following Films

제작연도만 봐도 2011년에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이 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 "드라이브"이고 2017년에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만들어 재기 넘치는 뮤직 드라이브 액션이란 새로운 느낌으로 순식간에 끝까지 봤던 기억이 살아 있지만 후행하는 유사한 ”드라이빙 액션“이었다.


다른 영화 두 편이지만 굳이 강도들이 돈을 훔쳐서 도망갈 곳까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엄청난 운전 솜씨로 범죄를 성공시키는 “드라이버”란 소재의 보다 원조격인 영화는 “드라이브”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인 “라이언”은 극 중에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또한 불리지도 않기 때문에 무명의 존재로 정체성이 “드라이버”라는 것만 일관되게 나타난다.


은행털이나 강도짓을 하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단 5분까지만 도주할 수 있는 장소에 데려다 줄뿐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는다고 철저하게 의뢰자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일만을 하는 것은 “트랜스포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설정이지만 그것과도 또한 다르다.


이 이전이나 그 이후에도 "라이언 고슬링"의 전형적이다 싶은 배역이 가진 다소 불우한 과거와 더불어, 결핍된 애정 때문에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여자와 가족이 될 개연성이 있는 존재에게 거는 높은 기대와 더불은 순수함과 희생이 가득히 묻어 있는 애정은 이 영화 속에서 마치 어떤 원형이라도 된 것처럼 또렷하게 잘 형상화되어 있다. 이 이미지가 계속되는 성공작에서 자꾸 반복적으로 나온다. “크레이지 수튜피드 러브” 정도의 영화만 빼고.

출처 : IMDB

이 영화는 형식미나 상징성에 대한 고려와 더불어 오랜 영화사 속의 테크닉과 미학도 높은 수준에서 알게 모르게 만들어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한 범죄 스토리 물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예상이 되면서도 그 예상을 무리 없이 벗어나는 또 다른 장면의 연결이 잔잔하게 파장이 큰 울림을 갖고 내면의 깊은 곳을 자극한다. 하나하나의 화면의 구도와 형식, 분할에도 심혈을 기울여 배치한 공이 있었다.


참여한 배우 모두의 면모도 지금 시대에 각 영화 속에서 각각 전설과 같은 연기를 하는 주요 배역을 맡고 있는 중량급으로서 단 한 명의 배우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준의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을 정도다.


"라이언"의 상대역인 여배우 "캐리 멀리건"은 그 이듬해 "위대한 개츠비"에서 전혀 상반된 배역을 맡았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소속이란 후광과 배경을 떠나서 그 2011~2013년의 시기에 할리우드에 그와 같은 앳된 외모 속에 깊이를 머금은 극단적으로 상반된 연기를 해낼 여배우가 많지 않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캐리"의 교도소에서 돌아온 골칫덩어리 수준의 남편을 맡은 "오스카 아이작"은 그 전후의 영화 속에서 그가 맡은 배역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마치 ""윌리"를 찾아라처럼" 어려운 현상인양, 이 영화 속에서도 정말 그가 맞는지 타이틀롤이 올라갈 때까지 긴가민가할 햇갈릴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다. 어이없고 허무한 죽음도 그가 아니었다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싶을 정도의 임팩트가 있다.


차량과 범죄, 로맨스, 액션을 엄청나게 빠르고 커다란 규모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권하는 것이 맞겠지만, 보다 잔잔한 수준에서 가슴에도 울림이 오는 느낌을 받으면서 보고 싶다면 "드라이브"를 권한다. 여기에 통통 튀는 리듬과 하이틴의 감성을 추가하고 싶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이브 마이 카>-상호 이해를 위한 자아성찰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