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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11. 2017

<라라 랜드>-꿈과 사랑의 소환

꿈과 사랑을 아쉬워하기보다는 그 매력을 다시 느껴보라는 영화다.

라라 랜드는 우리의 낙원이 우리가 꿈과 사랑을 멈춤 없이 추구하며, 서로를 이끌어갈 때 나타난다라는 삶의 진실을 하나 제대로 표현해준 영화다.


 영화의 초반부는 교통 정체로 수많은 차들이 도로에 멈추어 있는 중에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과거의 꿈들과 헤어진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뮤지컬 영화답게 모두 차 밖으로 나와 춤과 노래를 부르는 다이나믹한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의 마법과도 같은 씬이다. 트릭에 걸린 마술쇼의 관객들처럼 영화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마니까.

차 위로 뛰어오르고, 차들 간의 공간으로 뛰어다니고 날렵하게 춤을 추면서 관객들을 짜릿한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다가, 영화 속 두 남녀가 잠시간 스치는 장면이 나온다.


가는 길이 바쁜 쪽은 클락숀을 울리고 투덜거리며 지나가고, 멍하니 멈춰 있었던 쪽은 겸연쩍으면서도 짜증을 내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정체 구간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험이 있었을 관객들의 현실로부터 영화 속의 환상 속으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수많은 극화에서 반복되는 우연한 만남이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관객들은 노련한 연출가의 손에 의해서 영화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여자는 배우가 되기 위해 수많은 작품들의 오디션을 보고 있지만, 계속해서 미끄러지고 있는 중이고,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재즈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연주를 하다가 쫓겨난다.



이들이 만나게 된 후의 스토리는 일면 전형적으로 흘러가지만, 화면과 음악의 조화, 장면 장면이 교차되는 데 있어서 영화는 기존의 뮤지컬 영화의 문법만을 쫓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계속 다채롭게 반복되는 재즈 음악들처럼 일면 자유로운 변주와 돌발적인 화면의 변화를 하나의 테마 멜로디를 중심으로 만들어 간다.


영화가 하나의 재즈 음악처럼 능수능란한 연주를 하듯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리듬감을 느끼면서 스토리와 영상을 쫓아가게 된다.


둘이 다시 재회하게 된 곳은 다시 한번 오디션에서 미끄러진 여자가 기분 전환 삼아 친구들과 들린 레스토랑에서, 남자가 지배인의 경고를 받고도 무엇인가에 취한 양 자신만의 연주를 하고 나서, 해고를 당하는 순간이다.


이 부분이 후반부에 가면서 다시 반복되기 때문에, 이 재즈 음악과도 같은 구성으로 테마를 중심에 깔고, 다시 변주를 덧붙이는 발랄한 영화의 구성이 군더더기 없이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는 다시 해석되고, 두 주인공의 회상 너머 관객 자신의 회상도 덧붙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두 연인은 서로 꿈을 쫓아가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함께 하게 되고, Take On Me라는 다소 시대에 뒤진 유로팝을 연주하던 옥외 파티장에서 다시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악이지만, 가사에 맞게 서로를 선택한 뒤에, 늦은 밤에 다시 만난 그들이 가로등 아래의 벤치에서 서로 간의 호흡이 완전무결하게 잘 맞춰진 춤을 추는 것으로 급작스러운 사랑의 진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낸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호흡과 완전 무결한 연출이 이뤄졌다.

비록 사실적인 극화의 구성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흐르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리얼리티다. 음악과 영상, 환상을 오가는 구성 속에서 우리는 가슴 깊숙이 묻어 놓고 살고 있던, 순수한 꿈에 대한 동경과 끝 간 데 없이 높아졌던 사랑의 느낌을 다시 체험한다. 여운이 깊게 남아 있어, 서로 헤어지기 싫었던 사랑의 초반 풍경도 떠오르게 되고, 두 눈을 찔끔 감고 보내버린 꿈의 모습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겪듯이 사랑은 서로 간의 오해와 더불어 엇갈리게 되고, 시간이 흘러 각자 서로에게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사라져 간다. 그 사랑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라도 해주는 것처럼, 둘 간의 후회와 더불어 관객들의 후회도 같이 돌아보고 만져주듯이, 짧은 점프컷들로 후회가 되는 선택을 했던 부분들을 재현하며,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떠했을지를 물어본다. 그런 물음은 물론 비슷한 양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것이기에, 관객들은 또한 저마다의 회상에 빠져들게 되었으리라.


영화는 꿈과 사랑을 다시 찾아가라고 말해주기보다는, 영화 초반에 그런 식의 말을 하긴 했더라도, 꿈과 사랑으로부터 멀어진, 또는 둘 중에 하나만 택했던 우리에게 그 두 가지와 더불어 있었을 때의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었나를 떠올리게 해주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정확하게 재현해낼 수 없는 정통의 재즈 연주처럼 이미 흘러가 버린 것이다.


여러가지 이미지와 이미 나온 씬들의 변주가 흐르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리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남녀가 조금만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면, 같이 꿈과 더불어 사랑까지 같이 나눌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남겨 주지만, 현실에 속한 대부분의 우리와 같이, 아쉬운 시선을 교차하며, 서로의 일상으로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해주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치명적인 선택이 이뤄졌던 포인트다, 그가 유명 재즈뮤지션의 제안만 거부했다면......

라라 랜드는 우리의 낙원이 꿈과 사랑을 멈춤 없이 추구하며, 서로를 이끌어갈 때 나타난다라는 삶의 진실을 하나 제대로 표현해준 영화다. 대부분은 이 영화 속의 두 남녀처럼, 재능 있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되지 못하지만, 관객으로서의 우리에게 다른 영화 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던 내부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판타지를 다시금 잘 드러내어 생생한 현실처럼 느끼도록 해주었다.


이 영화가 왜 '올해의 영화'라고 불리고, '나의 인생 영화다'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젊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는지, 아직은 젊은 사람이기에 다행히도 동감할 수 있었다.


잃어버린 꿈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성공적으로 현실로 소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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