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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24. 2017

<미이라>-좀비물의 히어로물화

마블이나 D.C. 와 유사한 수퍼 히어로 시리즈물이 되고자 하다

영화라는 산업으로 들어가자면, 이제 어떤 방식으로 벤치마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 산업 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벤치마킹은 종종 다른 차별성을 갖고 살아가야 했을 기업들과 그들의 제품들이 같은 모습과 같은 장단점을 가지게끔 만들곤 한다. 이러한 벤치마킹은 기업의 경쟁력을 상향시키고, 품질이나 마케팅, 가격, 시장 점유 등에 대한 좀 더 빠른 속도의 추격을 가능케 하는 반면에, 이른바 고유의 존재로 수익성 높은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을 다소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해당 산업을 벗어난 다른 산업의 우수 기업이나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오히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보다 가치 있는 성공을 일으키는 방식도 적용된다. 다만, 이 과정에 있어서 동등한 구조로 벤치마킹하기 위한 공식을 성립시키는 데 보다 많은 장애물이 나타난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인력과 비용도 더 필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통해 성공적인 벤치마킹이 이루어졌을 때, 해당 산업 내에서는 독특한 존재로서 다른 기업과 제품들이 점유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애플의 아이폰은 PC산업 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들이 가진 장점들을 벤치마킹하고, 철학적으로는 일본의 젠이나 미니멀리즘, 곧, 최소주의, 인문학적으로는 오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의외성의 측면에서 사람들이 끌려드는 경향 등을 포착하여, 이미 포화 상태의 레드오션 마켓이었던 핸드폰 시장에 "손 안의 컴퓨터"라는 개념을 가지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여 올라선 쾌거처럼 보인다. 이로서 만들어진 시장 내에서의 또 다른 개념은, 오랜 시간 같은 부문에서 애플이 최고의 수익성과 확장성을 누리고 있게끔 해주었다.


이후에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HTC, 샤오미, 소니의 엑스페리아, 노키아의 루미나, 구글 등의 해당 산업 내의 벤치마킹이 빗어낸 후발 주자들의 등장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애플의 End-To-End를 위협하는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현재에 와서는 애플 제품과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의 기능 차이가 점점 미미해질 정도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판가와 수익, 개별 기업의 점유율의 측면에서 두진영 사이의 상대적인 애플의 수익적인 측면에서의 우위는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습이 종종 드러날 정도이지만, 이전처럼 이종 산업으로부터의 새로운 개념이 벤치마킹되어서 모바일폰 마켓에 쾌거를 불러일으키는 뉴스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어쩌면,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나 모바일 플랫폼의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다 보니, 애플 와치라든가 구글 글라스 같은 시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바도 있고, 아예, 자동차 산업에 모바일 인터넷 플랫폼 개념을 이끌고 들어간 테슬라를 쫓아 줄줄이 들어가는 현상이 더 뚜렷해 보인다.


시대가 기술의 측면에서 인공 지능이라는 주제에 거의 몰입되다시피 하다 보니, 이제는 이종 산업 간의 벤치마킹이라는 방식마저도 인공 지능이 다 흡수해버린 것 같다. 여기까지는 말 그대로 전자제품에 대한 현시대의 벤치마킹이 맞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 있다.


영화라는 산업으로 들어가자면, 어떤 방식으로 "벤치마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성공할 수 있는 영역에 만만치 않은 배우들을 투입해서, 트렌드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도 실패하는 케이스는 생긴다.



"미이라"는 바로 이 "히어로물" 시장에 "호러물"을 잘 밀어 넣고자 하는 시도다.    


마블 코믹스의 영화가 글로벌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한 때는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기를 "아이언맨"때다. 그전까지 영화 시장에서 D.C. 코믹스의 히어로들인 슈퍼맨이나 배트맨, 소니 픽처스의 스파이더맨, 엑스맨은 히어로물의 대표들로서 이들의 아성이 다른 히어로물들에 의해 깨지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아이언맨"을 개봉하기 전까지 대다수의 글로벌 관객들은 "아이언맨"이 어떤 캐릭터인지도 몰랐다. "헐크"가 그나마 더 유명했었고, 그 이미지는 티브이 외화 시리즈의 영향력이 더 커 보였을 정도였다.


"아이언맨"의 성공은 "헐크"의 리부트,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토르"시리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시리즈, "앤트맨", "데드풀",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성공작들을 연이어 낳았고, 이들을 한데 묶은 "어벤저스"시리즈물도 엄청난 흥행을 낳았다. 그러다 보니 "엑스맨"도 리부트 시리즈가 나오면서, 동질한 질감을 낳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저스티스 리그"를 제대로 만들어 내기 위한 D.C. 의 노력도 연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 곳곳에는 숨 막히는 "벤치마킹"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이 "벤치마킹"은 원작을 갖다 쓰는 소스인 코믹스에 있었지만, 이제는 각 영화사들 간의 히어로물에 대한 "벤치마킹", 즉, 산업 내에서 벌어지는 "벤치마킹"이 더 밀도 있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제작비를 받아, 독창성을 발휘하면서도 엄청난 흥행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이중적인 무게를 짊어진 감독들 중에 일부는 헛발질을 하는 영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두가 알게 된 것은 일단 "히어로물"의 공식을 잘 따라가고, 관객들에게 어필만 잘 한다면, 최소한 손익 분기를 넘기는 작품이 되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시장이 이곳이라는 점이었다. "미이라"는 바로 이 "히어로물" 시장에 "호러물"을 잘 밀어 넣고자 하는 시도처럼 보였다.    

히어로물이 계속 만들어지는 중요한 이유는, 흥행성과 관객의 저변 확대다.

이 벤치마킹 상대로 잡은 영화부터가 "Too Much"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다.


영화의 시작에서 나온 "미이라"의 전설은 소피아 부텔라가 맡은 악녀의 스토리로부터 시작한다. "킹스맨"에서 제대로 어필된 "악녀" 이미지가 그녀를 캐스팅하게 된 중요한 이유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얼마나 더 화끈하게 악당을 연기해낼지가 더 궁금해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아닐까?

영혼을 팔고 같이 세계를 지배하는 악마가 되자는 제안을 하면서 자꾸 넘어가고 싶게끔 유혹한다. 닉의 자제력이 빛나는 이유이다.

권력의 화신이 되어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고,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의식을 행하다가 실패하고 봉인되어버린 "미이라"가 바로 그녀의 역할이다. 자, 이제 영화를 많이 본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이후의 스토리는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1. 누군가에 의해서 "미이라"가 부활하여 지구를 정복하려고 함

2. "미이라"가 부활한 이후 지구에 위기가 몰아닥침

3. 톰 크루즈가 이를 막고 지구를 지킴


이제 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스토리의 사이사이에 어떻게 좀 더 다르고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들어가는가가 영화를 보는 주안점이 될 것이다.


1. 누군가에 의해서 "미이라"가 부활하여 지구를 정복하려고 함


톰 크루즈가 맡은 역할인 "닉"은 이미 이 이름부터가 관객들이 친숙하게 기억할 수 있는 4글자의 알파벳 Nick이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에 의해서 수없이 불러워지는 이 이름은, 관객들에게 최면이라도 걸려고 하는 것처럼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다.


시리즈물을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아이콘화 하는 것인데, 코믹스나 원작에서 "미이라"를 빼놓고 나머지 등장인물의 이름이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는 이름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계속 불러서 머리 속에 깊숙이 입력시키려 한 이유였을 것이다 (어떤 평론에서는 여주인공이 의존적인 여성상을 드러내도록 한 장치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보다는 이 이유가 컸다고 본다. 일단, 여주인공의 이름과 매력을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기억해낼 수 없는 나로서는).


전쟁 중에 부하를 데리고 전장을 이탈하며, 고고학자의 유물 지도를 훔쳐 무덤을 도굴하고 한몫 보고자 하는 좀도둑인 닉은 이 같은 시도를 하던 중에 상관에게 발각되고, 지도를 소유한 여주인공에게 붙잡힌다. 그리고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 자신도 모르게 소피아 부텔라가 맡은 역인 "미이라"를 부활시키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부활한 이후에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되는 의식을 행하기 위한 제물로서 선택된 것도 "닉"이다. "결자해지", 즉, "아이언맨"과 "어벤저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반복하는 "문제의 원인을 만들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가 되는 공식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영화 속에서 거의 전지전능한 이미지를 보일 수 있다. 마치 "신"이라도 된 양, 영화 속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 도입부에서는 원본 영화인 이전 "미이라"시리즈물들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모험 활극의 이미지에서 적잖은 이미지들을 가져왔다. 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하다 보니 그저 따라가게 된다.

거의 대부분이 해피 엔딩이기 때문에, 그가 나왔다면 다른 결말을 예상할 여지가 많이 줄어든다.


2. "미이라"가 부활한 이후 지구에 위기가 몰아닥침


수송기에 "미이라"가 담긴 관을 밀어 넣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무덤 속의 벌레를 통해 감염된 부하가 "미이라"의 지시를 받은 듯 칼을 들고 설치고, "닉"은 부하를 살리려다가, 총을 쏴서 죽인다. 이런 방식의 코미디 코드가 이 부하와 "닉" 사이에 계속 반복되는데, 혼자만의 이미지로 웃기는데 한계가 있는 지나치게 또렷한 이미지의 톰 크루즈에게 "미션 임파서블"최근 시리즈에서처럼 짝이 하나 붙어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여주인공에게 낙하산을 채워서 살려주고, 비행기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 버린 "닉"은 시체 안치실에서 눈을 뜨고 살아난다. 이제 "닉"은 마치 뱀파이어로부터 물린 뒤에 그의 충실한 하인이 된 것처럼 "미이라"의 통제를 거부하려 하지만, 틈틈이 조종당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추락 이후부터 이 뼈만 앙상히 남은 "미이라"가 흉측한 몰골로부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물어뜯으며, 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렇게 물어 뜯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서 "미이라"의 부하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고 감염시키는 장면들은 이미 관객들에게는 식상한 장면이다.


그러다, "닉"과 여주인공을 도와서 "미이라"를 터프하게 사냥하듯 잡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이 조직이 "미이라"과 같은 악마와 싸우기 위해 나름 방대한 그룹을 구성해 왔고, 내부에 "악마적인 힘과 분노"를 품고 있는 "러셀 크로우"에 의해서 리드되는 "어벤저스"의 "실드"같은 비밀 조직이라는 설정이 나오게 된다. 여기에 약간의 반칙 같은 반전도 살짝 나온다.


"러셀 크로우"는 이 영화에서 "헐크"나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박사"처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인격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때마다 주사를 자신에게 놓아야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로 나온다.


그다음에 지구에 위기가 몰아닥치는 내용들은 수많은 좀비 영화 시리즈들과 호전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물들을 절로 떠올리기 때문에,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이전에 보았던 영상들에 금세 파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3. 톰 크루즈가 이를 막고 지구를 지킴


"소피아 부텔라"가 맡은 "미이라"의 이미지는 또한 강렬하다. 모든 것들이 그저 뻔해 보이기만 하고, 이전의 유명 영화들의 유사한 씬들과, "톰 크루즈"맡은 "닉"과 같은 해당 영화의 주인공의 이미지가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기보다는 그저 말쑥하게 반복되고 있는 듯한 느낌만 드는 과정에서, "미이라"역에게 신선함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흥행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역대급의 이미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이미지가 영화의 중심에 확고하게 버티고 있다.

국내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티켓 파워의 상당 부분은 "톰 크루즈"의 팬들의 바탕 위에 "소피아 부텔라"의 강렬한 "악녀" 이미지가 만들어낸 영화적 매력 때문이다. 그 결과, 결국에는 "닉"이 "미이라"의 마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만들어낸 영화의 결말이 힘을 가진 엔딩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러셀 크로우"처럼 그 역시 "악마의 힘"을 품은 채로 다른 악을 인류를 위해 차단한 결말은 신선하다기보다는 영화가 마무리를 한 뒤에 시리즈물로 이행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는 필연적인 방식이었다. "닉"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상태로 사막에서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자신이 죽인 "부하"와 함께 영화 초반과 비슷한 방식의 모험을 떠난다. 이쯤에서 적지 않은 관객들은 히어로와 같은 힘을 갖고 인류를 위해 싸울 "닉"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미이라처럼 눈의 동공이 4개로 늘어나면서 그역시 파괴적인 존재로 돌변한다.

일단, "모험활극"->"호러/심령 물"->"좀비물"->"히어로물"로 연결해가는 과정에서 이 영화는 이 믹스 과정에서 창출된 상향된 가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하게 "히어로물" 시장의 일부 관객들을 편입시킬 수 있게끔, "호러물"과 "좀비물"이 가진 고강도의 공포의 수준을 느슨하게 낮추어서, "미이라"를 볼만한 관객층을 확대한 것이다. 그 때문이었는지 근래 본 2개의 블록버스터 개봉작 중에서 이 영화는 좀 덜 매력적이었다. "미이라"의 벤치마킹이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는 쪽으로는 썩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인터뷰에서 "소피아 부텔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엑스맨-아포칼립스"를 보면서 결국 "미이라"는 여자 "아포칼립스"가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가 잡혀서였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캐스팅한 "소피아 부텔라"는 적어도 성공적인 부분이다.

악역의 캐릭터의 측면에서 벤치마킹 포인트는 아포칼립스였다.

하지만, 이 벤치마킹 상대로 잡은 영화 중에 하나부터가 "Too Much"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다. "미이라"는 흥행의 측면에서 크게 실패한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 자체에 있어서 말 그대로의 신선도는 크게 떨어진다.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가져오다 보니, 새롭게 떠오르는 특정 배우 한 사람의 신선도만이 눈에 띄고, 이 영화가 "미이라"로 불리는 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개척했다는 느낌은 다소 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할리우드 영화들을 봐서, 너무 눈에 익은 장면이 많은  국가가 아닌 국가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최근의 마블이나 DC의 성공작들과 같은 위상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이나 중근동 지역의 영화 흥행 성적이 어떠할지, 이것을 살펴봐야만 제작사의 의도가 잘 통했는지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내려질 것 같다. 이것은 나의 취향을 벗어나서 이 영화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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