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위한 액션 프랜차이즈가 시작되었다.
스포일러라 할만한 내용이 많지 않은 영화입니다만, "라라 랜드"와 "블레이드 러너 2049", "킹 메이커" 등의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 영화 몇 개에 대해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혹, 이 배우의 다른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에겐 권하지 않는 글입니다.
"금년 6월"에 미국에서 해외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2017년부터 유럽과 미주 전시회에서 계속 얼굴을 맞이 했던 바이어를 다시 현재 회사의 부스에 초청해서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부스에 오자마자 그 부스 안에서 이 사람의 얼굴을 본 여직원들이 눈을 쉽게 떼지 못하는 것을 보고선 그제야 그의 외모가 "라이언 고슬링"과 꽤 닮은 분위기를 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알고 지낸 햇수만 5년인데, 그 유명한 배우와 이 바이어의 인상이 닮았다는 것을 이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일면 낭패인 것 같았다. 짧은 전시회의 미팅 시간 동안 그런 이야기를 꺼낼 경우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라이언 고슬링"과 닮은 사람에 대해서 그 배우의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를 몇 번 경험했던 관객이 혹시 "라이언 고슬링"을 닮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라라 랜드"에서도 결국 그는 첫사랑을 쟁취한 인물이 아니라 아련히 쳐다보면서 떠나보내는 인물이고,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결국 자신을 희생하는 결말을 맞는다는 면에서 "비극"에 어울리는 '억울한 인상"을 가진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에겐 닮았다는 말이 가히 듣기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킹 메이커"같은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막판 뒤집기를 하면서 일면 성숙하는 동시에 정치권력을 위한 쟁투의 세계로 진입하기로 결심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렸고,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에서 바람둥이 연기도 제대로 해냈기 때문에 그럭저럭 좋은 이미지로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중이 다 알만한 "블록버스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고, "순박하면서도 고뇌하고, 어린 시절에 깊은 아픔이 있고, 왠지 억울한 결말을 자주 맞는 배우"란 이미지가 있어서 닮았다는 이야기를 끝내 꺼내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같은 캐나다인이자 (성을 제외한) 이름까지 같은 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혹 그와 닮은 사람을 어디서든 만나게 되면, 흔쾌히 '당신은 그를 닮았어요!'라고 이야기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말을 마무리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들지만 유독 "라이언 고슬링"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렵단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것이 이 "그레이 맨"이다.
"그의 색상", 살짝 어둡고도 순수하면서 지능적이고 희생을 하는 것에 왠지 익숙한 "그레이" 색상의 액션 프랜차이즈에 그가 성공적으로 접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소 형제"는 "라이언 고슬링"의 색상의 배경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특유의 확산적이고도 교차적인 액션 신을 기대한 만큼 잘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화려한 "MCU"에서의 경력을 발판 삼아 또 하나의 (발이 땅에 붙어 있는 현실 세계 쪽에 좀 더 가깝긴 하나) 히어로를 하나 더 대중 앞에 실사로 드러 내는데 준수하게 성공한 것이다.
"어벤저스"의 "캡틴 아메리카"로 보낸 오랜 시간을 벗어나 변신코자 하는 "크리스 에반스"는 이곳에서 "소시오 패스 악당" 연기를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에서 마쳤으며, "아나 데 아르마스"는 "007 노타임 투 다이"에 이어서 좀 더 존재감을 키우는 배역을 잘 소화했다.
"매트릭스 4"의 "제시카 헤닉"이 이곳에서도 다소 "히스테릭"하면서도 지능적이고 주도적인 캐릭터를 잘 변주했다. "주인공"이 지키고자 하는 여주인공은 "줄리아 버터스"가 연기한 심장 박동기를 단 소녀 역 "클레이 피츠로이"인데, 나쁘지 않은 연기를 했다.
그런데, 오직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코트 젠트리"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색상을 이 영화 속에서 번지게 만들지 못할 만큼 그 외의 배역은 모두 전형적이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그 어떤 배우도 그를 "씬 스틸링"할 수 없었다.
극 중 그가 아동기에 겪은 폭력적인 아동 학대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처참하게 싸우는 모습이 이제까지의 스파이 액션의 주인공과는 분명히 다른 색상을 제대로 드러냈고, "라이언 고슬링"이 아니고선 그런 색상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인지도 있는 배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그를 닮은 그 바이어뿐만 아니라 그를 닮은 누구를 만나든 "라이언 고슬링 닮았네요"라고 별 다른 고민 없이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