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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27. 2022

<아바타_물의 길>-멈춤 없는 상상의 영역

압도적인 그래픽과 현실같이 그려진 판타지로 산업화된 인류를 공격하다

스포일러가 일부 나옵니다만 영화의 일부분도 제대로 드러내진 못합니다.


"아바타 1"편을 보고 난 뒤에 어언 13년 여가 흘러갔다. 그런데 극장 안에 들어가 "아바타 2"를 보게 된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과 스토리는 13년 간 흐름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만들 정도로 "1편"의 스토리와의 샐틈 없는 결합감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었다.


우선 "판도라" 행성에 잔류하게 된 일부 지구인과 협력 관계를 지속하면서 "나비족"의 삶에 녹아들듯 적응한 전설의 "나비족"영웅인 "토루크 막투"이기도 한 "샘 월딩턴"의 배역인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 아내인 "조 샐다나"의 "네이터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서 두 아들과 두 딸(키리는 양녀)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는 캡슐을 탈 수 없었던 "마일스 쿼리치"의 아들인 "스파이더"까지 마치 양자인 것처럼 같이 키운다.

출처 : The New York Times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초반에 다채로운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한결 나아진 그래픽 기술이 적용되었겠지만, 이화감 없이 전편의 부자연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판도라" 행성의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해 냈다.


이 서두의 짧은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1편"과 연결되는 "2편"까지의 시간 동안의 스토리를 잘 설명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금세 새로운 세계의 환경에 적응하게끔 만들어 내는 연출력과 편집 기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이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꼭 필요한 디테일을 잘 배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매트릭스 4"가 실수했던 것처럼 과거의 영화 속 영상을 너무 자주 그대로 가져오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아주 일부분, "마일스 쿼리치" 대령이 1편에서 격렬한 싸움 중에 그대로 죽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를 포함한 일부 대원들이 전쟁을 치르러 나가기 전에 미리 백업했던 기억이 "나비족"의 화학/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몸에 이식되었다는 내용이 드러난다.

출처 : United States KNews.Media

물리적으로 더 뛰어난 상태로 다시 "판도라" 행성을 재침공하는 지구로부터의 부대에 합류해서 자신의 본체를 죽인 "제이크 설리"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전의를 불태우면서 "이 스토리"에 맞는 1편의 장면 정도만 일부 나타날 뿐이다.


이를 통해서 "개인적인 복수심과 더불어 판도라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자원을 가진 행성"으로 인식하고 정복하여 개발하고자 생각하는 기업형 전투 조직 RNA에게 적대적인 "제이크 설리"를 제거하고자 하는 "마일스 쿼리치" 대령과의 라이벌 대결로 스토리를 압축했다.

출처 : You Tube @trailspot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거대한 스토리와 세부적인 디테일로 점철될 수 있는 "지구인"의 우주 정복 스토리에 대해서 보다 현명하나 야생에 가까운 "외계인"이 "지구인"에 대해 대자연의 힘과 더불어 저항하는 스토리를 이해하기 쉬운 "서부 영화"와 같은 단순한 구조로 다시 이어갔다.



서부영화라는 장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본 이후에 "매그니피센트 7(2016)"를 어쩌다 한번 본 정도 외에는 보지 않는 장르가 되었다. 실제론 정의와 거리가 멀었던 서부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용서받지 못한 자"는 "마카로니" 서부 액션의 아이콘인 "클린트"에 의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허위를 처절하게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작품이었다.

출처 : Alternate Ending

아메리카 대륙에 쳐들어가 평화를 애호하던 원주민을 침탈하고 자신의 역사를 세워간 북중남미 국가의 역사를 보자면 최근의 도덕적 올바름에 열광하는 시대에 서부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우리는 "인디언"이 서부의 악당이 아닌 주인이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을 토벌한 부대가 영웅만이 아니었음을 또한 알고 있다.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함께 춤을(1990)"은 그런 서부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조명한 또 하나의 작품이었고,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처럼 열강이나 강력한 문명을 지닌 국가에 대항해서 그 국가의 국민이 토착민 또는 원주민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역전된 주인공" 서사가 통할 수 있는 시대임을 33년 전에 이미 증명했었다.

출처 : PxFuel (왼쪽: 늑대와 함께 춤을), Little White Lies (오른쪽: 아라비아의 로렌스)   

그와 같이 "아바타"는 "지구 산업화 문명"으로부터 전쟁을 하는 법과 전략을 짜는 방법을 배워온 "지구인 전사"가 "판도라" 행성의 평화와 자유, 자연을 사랑하는 외계인들과 더불어 "지구인이 세운 전 우주적인 지구 기업이 고용한 용병"에 맞서 싸우는 "역전된 영웅 서사"를 색다른 변주로 성공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아바타 1편"에서 나온 강렬한 "영웅 서사"를 "아바타 2편"에서도 그대로 되풀이한다면 아마 김이 빠진 관객은 다른 관객을 불러 모을 입소문을 제대로 확산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구조는 유지하되, 영리한 "캐머론" 감독을 포함한 스태프는 지난 편의 "저항 영웅 서사"를 "영웅 가족 서사"로 변주했다.

출처 : Yahoo Entertainment

"제이크 설리"의 가족의 영웅적인 행위와 이를 돕는 "판도라 행성"의 주로 날아다니는 "나비족"과는 다른 또 다른 부족이자 "물"위에 주거지를 구축하고 바다와 더불어 사는 "멧카이나" 부족 간의 조화와 협력, 이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자 힘을 합쳐 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면서 더 첨단화된 그래픽으로 지금껏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그려내지 못했던 바닷속의 모습과 해양 생물과 교감하는 "외계인"의 모습을 잘 만들어 냈다.


요즘 시대의 영화에 맞지 않게, 느릿하게 "판도라" 행성의 풍경을 자세히 보여주고 "물의 길"이란 제목에 맞게끔 이 행성의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데 할애하고 있는 영화는 보여준 만큼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 관객의 흥분도를 끌어올리고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과 만나도록 성공적으로 이끈다. 이것만큼은 원래의 작법 그대로다.

출처 : VUE

가족 간의 갈등과 "설리" 가족과 "멧카이나" 부족의 지도자 가족 간의 반목이 다시 이해로 바뀌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변화하는 과정, 바닷속 거대 생명체인 "톨쿤"중의 하나이자 버림받은 존재인 "파야칸"과 "설리"의 둘째 아들인 "투크티리" 간의 아웃사이더란 동질감에서 빗어지는 우정, "설리"를 잡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용병 부하들과 이동하는 "마일스 쿼리치" 대령과 그의 인간이었을 때의 신체의 아들인 "스파이더" 간의 "츤데레"같은 교감, "키리"와 자신의 어머니 "그레이스"이자 "판도라" 행성의 자연의 어머니인 "에이다" 간의 교감 등. 다채로운 요소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의미를 부여한 바, 이 서사는 다시금 마음을 움직인다.



"아바타" 프랜차이즈가 13년을 훌쩍 건너뛰어 넘은 작품 중에도 또한 한점 어설픔이 없는 고품질의 작품으로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데에는 화면 속에서 "인간 배우"가 모두 사라져도 될 것만 같은 그래픽만으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잘 전달되는 외계인 서사 시스템이 잘 설정되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샘 월딩턴"의 외모가 나이가 들어 추레해졌든 말든, 20여 년 뒤에 다른 "아바타 시리즈"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는 계속 이 나이대 무렵의 "제이크 설리"로서 스턴트 대역 사용 여부 불문하고 계속 피지컬도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나올 수 있다.


"시고니 위버"가 실제로 "그레이스 박사"와 "키리" 역할 양쪽을 모두 연기하고도 각기 다른 "나비족"외양의 성격이 다른 두 배역을 소화해 냈듯이, "죠 샐다나"가 연기한 "네이티리"에서 "죠 샐다나"의 모습을 찾아낼 수 없어도 그것 때문에 관객 중에 누가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듯이 주조연 중 상당수는 일정 이상의 매력을  "배우"의 연령대나 인지도, 이미지, 체력, 외양 등의 모든 요소가 변화해도 영화 속 배역의 일관성과 매력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나비족"의 언어뿐만 아니라 행성의 여러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부족의 각기 다른 언어, "해양 동물"이 되었든 "공중을 나는 조류"가 되었든 간에 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 "판도라"의 생명체를 그리고 있는 것 등등이 또한 끝없이 스토리를 확장하면서 이에 맞게 색다른 장면을 펼쳐가는 것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열려 있는 설정이다.



동물 애호와 지구 환경 보호,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 등등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모두가 사실은 시대에 맞게 영화를 잘 팔리게끔 만들기 위해서 제작사나 감독, 스태프, 출연한 배우 모두가 유지해야 하는 일종의 이념이나 진심이 되어야 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반면에 이들은 대륙을 이동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고급 자동차를 몰며 화석 연료를 소비한다. 이런 현실을 굳이 지적할 이유는 없는 것이 이상은 그저 항상 이상일 뿐이니까. 그냥 그런 지저분한 현실에 등 돌리고 우린 그저 영화 속의 이상향에 취하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자연과 교감하는 보다 "인간적이고 야생적이며 문명에 찌들지 않은 판도라 속 외계인의 삶"에 매료된다.


3시간 동안 우린 정말로 잘 만들어진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 우리를 괴롭히고 쥐어짜는 산업화된 지구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대신 이 문명과 싸워주는 "제이크 설리" 가족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이다. 이 3시간을 제대로 제공받은 것만으로도 우린 "캐머론"에게 한번 더 큰 박수를 쳐줘야 할 것 같다. 정말로 광속 우주선을 타고 "판도라"에 가서 보고 겪은 것만큼의 생동감이 살아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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