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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an 21.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승리할 자격

당신에게는 이겨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가?

스포일러가 수십 년 전부터 이곳저곳에 널려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첫 화면을 극장에서 만나는 순간은 압권이었다. 30여 년 전에 처음 만화책으로 보면서 느꼈던 질감도 느껴졌고, 만화 속의 다른 주인공이 아닌 "송태섭"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이 잠깐 어색했지만, 금세 감독의 의도를 깨닫고 그 의도대로 끌려갈 수 있었다. 원작자가 자신의 의도를 살려냈다.


만화의 가장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맥스인 "산왕공고"와의 경기에  마치 "북산"의 모든 선수가 그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라도 된 것처럼 모든 것을 걸었듯이, 이 감독, 만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모든 것을 걸고 그 스토리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압축해 넣었던 것이다.


"송태섭"이 주인공의 자리로 올라서게 된 것은 그가 바로 가장 관객의 현실에 가깝게 와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자 가장 "산왕"을 상대로 그 게임의 "북산"의 그 누구보다 이겨야만 할 이유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며, 타고난 천재이기보다 집념과 집중, 멈추지 않는 노력, 리더십으로 승리할 자격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출처 : Anime Corner

그것이 가슴을 뜨겁게 만들며, 천재와 슈퍼히어로, 초능력 급의 재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존재만 대우받고 인기를 얻는 세계를 그려내기 일쑤인 최근까지의 히어로물에 지친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극의 끝까지 단 한숨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고, 끝에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1. "원작 슬램덩크가 가진 위상"


일본과 우리나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물이나 학교명에 사용된 "일본어 이름이 다 우리말로 바뀌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은 몇 개 안 되는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 아니, 한국어로 번역된 만화 원작부터가 그러한 작품이 바로 이 "슬램덩크"다. 90년대를 지배한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이었고, 그 전후에 이 같은 인기를 누린 농구 만화는 없었다.

출처 : Teehandy.com

"원작 만화인 슬램덩크"는 농구에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소연"이란 여고생의 사랑을 얻기 위해 농구에 목숨을 거는 일진 출신의 악동인 "강백호"를 주인공으로 한 농구 스포츠 만화 시리즈로 시작했었다. 그런데 그전까지의 전통적인 스포츠 만화였다면 "강백호"의 성장과 우정, 연애를 그리는 작품이어야 했겠지만 달랐다.


이 과정에서 "윤대협"이라는 미스테리어스 한 마력을 지닌 인물을 수많은 여자의 이상적인 남성상으로도 각인시켜 작가조차도 그 현상에 당황하도록 만들었으며, 적지 않은 분이 좋아하는 BL(Boys Love) 물로, 이른바 "서태웅", "김수겸" 등의 미소년 캐릭터가 활용되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파생효과도 만들었다.


"슬램덩크"내의 "상양"이라는 고등학교의 "김수겸"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동인지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해서 나온 작품이 "타로 이야기"임은 또한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출처 : 나무위키

2. "슬램덩크"라는 만화의 차별성


이 작품이 다른 스포츠 만화와 크게 달랐던 점은 리얼하게 경기 상황을 잘 살려내고, 종전의 스포츠 만화가 추구해 온 초인적인 운동 능력을 보다 실제에 가깝게 나타나는 능력으로 NBA 농구 역사 속의 실제 전설과도 같은 인물을 모델로 해서 만화 속 각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 더 외양 수준도 몇 단계 더 높인데 있었다.


만화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화 능력 자체도 뛰어난 면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서 덕후 이상의 깊이를 지니고 NBA 농구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데에다, 시기적으로도 동서남 아시아에서 NBA가 각광받으며 각국의 농구 리그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 타이밍을 확실히 타고 있었던 것은 외적인 면이다.


일본을 떠나서 가장 많은 "슬램덩크"를 경험한 인구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일본 내에서도 변함없는 스테디셀러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그 자리를 그대로 누리면서 벌써 20여 년이 넘는 차이를 지닌 직원과 내가 이야기를 나눠도 크게 어색함이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게 만들 정도다.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문화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각국의 각기 다른 사람끼리 알아들을만한 내용으로 여담을 즐기게 해주는 소재로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이미 높은 문화과 국경의 벽을 넘어서 "슬램덩크"를 내리 꽃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3. 그럼 왜 지금 "더 퍼스트 슬램덩크"인가?


이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시도는 지난 30여 년간 제대로 성공했던 적이 없었다. 이 작품의 차별성이 만든 함정일 수도 있다. 우선 다룬 캐릭터의 원본 모델이 사실 NBA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초인적인 선수라는게 그것이다.

출처 : hoopeduponline.com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서태웅"이 만들어지고, "데니스 로드맨"을 모델로 "강백호"가 만들어졌는데, 실사 영화에서 어찌 그런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미 NBA나 자국 리그 내에서 그 같은 전설적인 캐릭터의 경기를 일상적으로 보던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 "슬램덩크"는 제대로 된 인기를 끌지 못했다. 흑인으로 캐릭터를 찾아도 글로벌 흥행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슬램덩크"의 지대한 영향력하에 있는 폭넓은 세대에게 통할 수 있는 상품은 제대로 된 품질로 만들어진 극장판 애니메이션일 수 있다. 물론, 극장판이던 TV판이던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은 이미 있었다. 그렇지만 그 애니메이션은 만화 원작만큼의 품질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앞 서 설명했지만, 이 작품은 공중에 말 그대로 붕 떠있는 초인적인 인물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 아니기에 이 시점에 히어로물에 지친 관객에게 일종의 균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를 주기 위해 나올만했다. 그리고 초인적인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보다 평범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해서 현실감을 강화했다.


그것이 마지막의 "북산"이 승리할 때 넘사벽으로만 살아왔던 "산왕"의 1대 1로는 일본 내에서 져본 적이 없는 "정우성"이 패배를 통해 처절하게 울고 난 뒤에 배우고 나서, 한참 뒤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그 상대편 팀에서 "송태섭"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면서 강화되는 메시지다.



이 작품은 승리를 해야 하는 자격이 만약 있다면 그것이 어디서 와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은 관객마다 다른 것이겠지만, 보다, 보편적으로 옳은 답변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 답변이 그 당시에도 유효했고, 지금도 유효하기에 "슬램덩크"라는 작품의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다.


나도 나에게는 작품이기에 이 작품의 생명력이 충분히 길게 이어져도 충분할 이유와 자격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은 모든 상대와의 경쟁에서 모두 이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관객이 속해 있는 각기 다른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하게 만들어 준다면, 흥행 성적으로 승리해도 좋은 작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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