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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Feb 12. 2023

<장화 신은 고양이_끝내 주는 모험>-삶이 하나인 이유

장화 신은 고양이의 묘생 회고와 삶에 대한 깨달음을 담다

스포일러가 고양이와 강아지 꼬리인양 뒤따릅니다.


애니메이션이 아이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완고한 편견과 마주하게 되면, 그 순간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번역해서 불렀던 만화영화라고 하는 것이 의례적으로 코 묻은 아이의 돈을 빼앗는 조악한 작품으로써 아이의 부모가 아이에게 끌려가 어쩔 수 없어 극장에 가서 재미없는 작품을 보게 만들던 시대가 우리나라든 어디에서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평범했던 적이 있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거 제이메이

그러나 지금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달이 가속화되고, 각각 세분화된 취향을 따라 이른바 어른의 취향도 품어 내는 작품이 대거 극장과 TV, OTT 물에서 나타나면서 더 이상 이것을 아이만의 전유물로 보기에는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미국 디즈니의 것이던 일본 것이던 한국 것이던 간에 영상과 스토리의 수준은 이제 아동 발달 단계의 낮은 단계를 넘어섰다. 아이의 부모도 스토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도 같이 공감하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이미 온 지 오래되었다.


이 작품도 그렇게 남녀노소에게 적절히 잘 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스토리로 만들어져 있다. 생이 여러 개 있음으로 해서 파워를 갖게 되었던 고양이가 결국 그런 백업이 있는 여러 목숨보다 남아 있는 자신의 목숨 단 한 개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어 이를 위해 싸우면서 생의 본질을 찾는 스토리는 사실 가볍지 않은 주제라서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힘의 원천


"슈렉" 시리즈는 평범함을 거부하면서 이미 디즈니 시리즈가 세상에 살포한 "신데렐라"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설공주" 등의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왕국의 왕이나 왕자, 왕비와 그 힘을 이어받게 되는 왕자와 공주가 형편없이 약하고 힘든 처지에서 초자연적인 힘의 도움을 받아 복권하는 스토리를 뒤집어엎고 짜릿한 반전을 끊임없이 선사하여 남녀노소 모든 관객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슈렉" 시리즈의 이 같은 혁명적인 반전이 오히려 더 평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자기 복제 수준에 불과한 후속작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면서 어느 순간엔가 그 새로운 반전의 매력이 퇴색하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캐릭터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장화 신은 고양이" 캐릭터였다. 한없이 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면서 작은 몸짓과는 상관없는 엄청난 무공과 파괴력을 발휘하며 극 중에서 화려한 액션을 도드라지게 뿌려대었던 이 캐릭터는 외전 형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나왔을 때 더 화려한 공력을 흩뿌렸다.

출처 : Radio Times

"목소리"를 연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매력도 넘쳐흘렀고, 작화 속의 고양이와는 상반된 매력이 잘 조합되면서 극의 재미는 더 확장되었다. "슈렉"은 당분간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화 신은 고양이", 영어로는 "Puss & Boots"는 1편의 성공에 이어서 2편을 바야흐로 이렇게 내놓게 된다.


이 호쾌함과 두려움 없이 수많은 적과 싸우는 힘의 원천은 "그가 9개의 생명을 가진 존재(동양의 구미호 신화와 어느샌가 결합이 되어버린 셈이다.)"이기 때문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멋들어지게 파티를 열며 부패한 귀족이나 왕국을 털어내던 그가 순식간에 힘을 잃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늙고 초라한 존재로 변화한다.

출처 : JustJaredJr.



고양이의 거처로 은신한 위대한 고양이


늑대의 모습을 한 "사신"이 그를 찾아와 하나의 목숨 밖에 "장화 신은 고양이"가 갖고 있지 않은 상황임을 떠올리게 만들고 싸움을 걸어왔을 때, 전의를 상실하고 고양이를 잔뜩 키우는 곳으로 도망가 몸을 의탁하고 집단 식사와 배변에 길들여져 가는 장면으로 순식간에 넘어가면서 왕년의 무용을 잃어버린 모습이 되는 장면은 순식간이면서도 설득력이 절절히 넘치는 흐름을 갖고 있다.


자신의 가짜 무덤을 만들어 장화와 입고 있던 화려한 옷을 묻어버리는 모습은 웃음보다는 처량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 이를 때까지 계속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고양이"의 묘생의 추락을 일사천리로 그려내는 연출력이 꽤 자연스러워서 숨죽이다시피 집중하면서 끌려갔다.


은둔 고수가 다시 강호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급변


귀여움과 당당한 매력을 모두 잃어버린 존재에게 다시 힘을 갖게끔 만들어주는 상황은 내외부에서 동시에 나타나는데, 이 고양이만 잔뜩 모여 있는 곳에 살짝 고양이를 닮은 모습의 강아지가 하나 들어와 자신처럼 다른 고양이와 다른 양식을 보여주는 "전직 장화 신은 고양이"와 급속하게 친해진 "(치와와 같은 생김새의) 말하는 강아지"가 우선 나타난다.


이어서 외부의 적인 "곰 세 마리 범죄단"에 의해서 키워진 "작은 소녀 골디락스"가 자신을 버린 가족을 찾기 위한 소원을 이루기 위한 지도를 "장화 신은 고양이"가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 고양이 급식소를 습격하는 장면으로 이어진 것 또한 억지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이 습격을 피해서 도망치면서 자신의 무덤을 파헤쳐 다시 장화를 신고 자신의 복장을 갖추면서 자신의 9개의 생명을 다시 복구시킬 퀘스트를 떠날 때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극의 전환도 자칫 정신없이 펼쳐질 만도 했지만 정돈된 방식으로 잘 진행되었다.


"조력자"인 "말하는 강아지"와 새로운 적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범죄단", "사신(빅 잭 울프)"에 이어서

원래 소원을 이뤄주는 보물을 찾아가는 지도를 갖고 있다가 이를 "장화 신은 고양이"와의 그의 파트너인 "말랑손 키티"에게 빼앗긴 뒤에 이를 찾기 위해 과자 회사인 "잭 호너 컴퍼니"의 사장인 "빅 잭 호너"가 뒤얽히는 스토리는 장편 소설을 구현할 만큼의 고밀도의 콘텐츠가 나타나는 것이지만 어렵지 않게 연출된다.



소원을 들어주는 지도의 경로는 이를 쥔 인물마다 다른 경로로 바뀐다.


영화 속에서 나온 소원을 들어주는 보물을 찾게 만들어 주는 지도는 이제껏 여러 극화에서 경험했던 그 어떤 보물지도와도 다른 성격의 지도다. 마치 문화 다원화의 지도라도 되는 것처럼, 보물을 찾아가는 길과 그 길의 환경은 지도를 쥔 인물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대부분의 웹 브라우저에서 대다수의 웹사이트가 표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 때는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마다 구현되는 웹 사이트의 모습이 각기 다른 적이 있었다. 모바일폰 세대의 경우 갤럭시 등의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모바일폰과 애플 같은 다른 ISO를 사용하는 유저에겐 다소 다른 모습의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게 되는 것처럼. 보물을 찾아가는 지도가 인물마다 다르게 바뀌는 스토리는 시대에 맞는 설정이다.


그 지도 속의 각각의 경유 포인트의 모습도 생생한 게임 애플리케이션의 Map처럼 나오기 때문에 관객이 살면서 경험하고 있는 모바일문명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어색함이 없다. 이 애니메이션이 수십여 년 전에 나왔다면 아마 그런 내용들은 시대와 동떨어진 양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고, 내용 자체도 달라졌으리라.


이 설정만으로도 이 애니메이션의 차별화된 가치 때문에 충분히 볼만한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삶이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사실은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소원을 갖고 있고 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삶이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사실은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9개의 생명이 있다고 더 용기 백배하고 강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설정은 결국 이 필연성을 "고양이"가 깨닫기 위한 경로다.


그 경로에 가닿기 전까지의 힘 빠지고 늙어버린 "장화 신은 고양이"가 영화 속 최종 단계에서 자신의 하나뿐인 생을 걸고 의연하게 사신인 "빅 잭 울프"와 싸우는 장면은 그러다 보니 잠깐이나마 뜨거운 감정이 한 줄 관객의 내부에서 흐르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 의연함 앞에서 "빅 잭 울프"는 아직 "장화 신은 고양이"의 생의 끝이 오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스스로 물러나 사라진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본질이 "9개의 목숨"을 가진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단 하나뿐이라도 소중한 하나의 생을 걸고 치열하고도 숨 가쁘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들의 소원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야말로 제대로 된 "자기 자신이 되는 순간"임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판타지 장르가 현실과 맞닿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이나 이 이후의 다음 스토리를 기다리는 마음을 만들어주는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하나 놓치지 않고 보게끔 만드는 연출력이 뛰어난 또 하나의 "슈렉 사단"의 작품이자, 그동안 외전 형식으로 다른 세계를 돌아다니던 "장화 신은 고양이"가 다시금 "슈렉"의 세계관이 시작되었던 곳인 "Far Far Away, 겁나 먼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다시 이 시리즈의 부활의 신호를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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