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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Feb 12. 2023

<그린북>-차별의 시대를 일상 속에 그려내다

실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차별의 해소를 노린 작품으로 봐야 한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비고 모르텐슨"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몰입감이 강해졌다.


극 중에서 흑인에 대한 완고한 편견과 차별을 일상적으로 갖고 있던 영화 속 미국의 1960년대, 조금 낫기는 했지만 차별받던 이탈리아인인 "토니 발레롱가"이자 "떠버리 토니"를 맡은 배우가 누구인가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오는 배우가 누구인지 감독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채 고른 영화였으니까.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이자 "데인저러스 메서드"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기했던 "백인 상류 계급"을 연기하는데 더 어울리는 "비고 모르텐슨"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몰입감이 강해졌다. 그전까지 그는 몸에 근육이 있던지 머리에 근육이 있던지 어느 쪽으로든 최상의 계층에 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했으니까.

출처 : Catchplay

배도 미국의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비만자들만큼이나 나와 있었고, 영어 발음도 끝을 흘려서 발음하는 하층민의 발음을 했다. 거기에다 처음에 맡았던 일은 뉴욕의 나이트클럽의 "기도"이자 이른바 해결사 노릇을 하는 주먹 세계에서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는 역할을 맡고 등장했는데, 그 이상 잘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극 중의 배역에 밀착되어 있었다.



잘 만들어진 극화 중에 하나라고 인정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올바른 시청법이라 생각한다.


실화를 모델로 했다고는 하나 "언터처블 1퍼센트의 우정"이라는 프랑스 영화의 상류층 대 부호이지만 사지가 마비된 프랑스 백인과 세네갈의 흑인 빈민층의 젊은이가 보다 지금 시대에 가까운 시기에 갖게 된 우정을 그린 영화에서 흑인과 백인의 역할을 뒤바꾼 듯한 스토리 라인 때문에, 마치 리메이크작처럼 느껴졌다.


출처 : An Empire World


이 "그린북"이란 영화는 실화를 참고한 것이라는 단서가 따라붙고 이후에도 두 사람의 우정이 죽는 날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만, "언터처블 1퍼센트"의 역전 변주된 음악이기라도 된 것처럼 보다 상류층으로서 대우를 받을 만큼의 인물이 흑인으로 하층민이 백인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재능과 더불은 높은 수준의 "피아노 연주 실력"과 "케네디 대통령"과도 연결되는 흑인인 "돈 셜리"는 8개 국어에도 능통했고, 피아노뿐만 아니라 문학과 심리학 등에서도 학위를 받았던 천재성을 여러 방면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엘리트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 중에 하나는 "돈 셜리"의 집안에서는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간에 우정은 없었다고 했다는 것이고, 영화를 만들 기 전 "돈 셜리"가 "사후에 제작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 "토니 발레룽가"의 후손이자 각본에 참여한 "닉 발레룽가"의 주장을 근거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쪽이 참고한 것은 "언터처블 1%의 우정"이었거나 이와 유사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차별받는 쪽과 차별하는 쪽의 두 사람 간의 우정을 이어가는 여러 극화였을 거라 생각하고, 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잘 만들어진 극화 중에 하나라고 인정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올바른 시청법이라 생각한다.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대중을 상대로 한 영화가 곧이곧대로 사실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양보해야 하는 영역을 자칫 잘못 끌고 들어 오는 것이 된다. 실화를 참고해서 각색한 스토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제작하는 양심이 제작사 측에 필요했겠지만, 그게 잘 이뤄지진 않은 게 티다.



두 사람이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면서 공감하고 우정에 이르게 만든 모든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감동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두 배우 "비고 모르텐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상호 작용하면서 설득력 있게 형상화된, "우정을 갖기 어려운 전혀 다른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이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면서 공감하고 우정에 이르게 만든 모든 내용이다."


1960년대에 그래도 동북부의 미국 지역은 흑인에 대한 차별을 점차적으로 없애고 최소한 재능 있는 흑인에겐 그에 맞는 대우와 인정, 최소한의 동등한 명목적인 대우를 하는 사회 분위기를 점차적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이 같은 편견과 차별이 판치는 서남부 지역에서 연주 투어를 하기로 기획하고 실행했던 "돈 셜리"의 용기와


본디 자신이 나고 자라온 "이탈리아"의 이민자 가정의 문화와 편견을 넘어서서 자신의 편협함을 점차적으로 깨면서 그 같은 편견과 차별에서 오는 폭력에 대해서 "자신의 폭력"으로 대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서 투어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끌어갔던 문제 해결사적 능력을 지닌 "토니 발레롱가"의 현실적인 수완은


점차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간의 인정해야 할 점을 발견하면서 최소한 "인간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대우할 수 있는 마음을 열게끔" 만들어간다. "위엄과 권능을 잃지 않기 위해 완고한 사회에서 저항하는 '흑인'이자 '게이'로서의 복잡 다단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돈 셜리"란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기적적이었단 생각도 들 정도로 화학 작용을 잘 일으켰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톡 튀어나온 전혀 다른 양상의 연기를 능숙한 "이탈리어"와 더불어 마치 오랜동안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란 자연스러움을 가득히 담아서 연기한 "토니 발레룽가" 캐릭터의 연기도 그 배우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이 우정이 보다 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지게끔 영화 속에서 형상화되었다.



아시아인도 다른 인종 집단에게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극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린북"은 유색인종으로서 차별받는 흑인이 미국 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북이다. 어디에서 숙소를 정해야 하고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지를 가이드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이 책자의 내용이 사실 아주 세세하게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화장실이나 매장도 흑인 전용이 따로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어떤 내용이 세부였을지 전부 알게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는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적인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말한다. 일체의 성취한 능력의 수준을 다 무시한 채, 그저 태어난 대로 주어져서 변하지 않는 요소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올바른 사고이고 문화일 수 있는가? 그것이 이 작품의 질문이다.


그대로 그런 차별적인 사고를 가지고 편협하게 살아가도 문제가 없는 폐쇄된 사회적 분위기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엄청나게 많다. 반대로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편협함을 가진 채로 변화하지 않은 사람이 비난 당하고 이른바 차별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아마도 점차적으로 "인종차별"이란 오랜 인류의 전통은 옅어져 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속의 주 이야기 속엔 아직 "유색인종"으로 불리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그대로 그려진 채로 아무런 질문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전반에 대한 적의와 차별은 사실상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이런 차별 또한 점점 흐릿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 내에서 각국은 서로를 차별하는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대만", "한국"이란 잘 나가는 나라조차 서로를 경원시하고 알게 모르게 헐뜯고 인종적으로 차별한다. 정밀하게 해당 국가의 지도자나 정부를 공격하는 보다 현명한 사고방식이 필요하고, 외부의 세계에 대해서는 동서남북 아시아인도 다른 인종 집단에게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극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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