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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05. 2023

<겟 아웃>-흑백 인종 차별을 요령 있게 다룬 영화

조던 필 감독이 볼처럼 보이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삼진을 잡은 영화 

(사진 출처: IMDb)


스포일러가 남발되는 글입니다.


"놉"을 보고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조던 필" 감독의 보지 않았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오래 남아 있었다. 그러다 이 긴 연휴의 한복판에 이 영화를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수차례의 망설임 끝에 결국에는 보았다. 그리고 나서야 이 감독의 이 첫 작품이 왜 극찬을 받았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더 예산이 확장된 영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2017년 작품이어서인지 장면 전환 속도는 현저히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에 비교하자면 떨어진다. 그러나 스토리 그 자체와 스릴러물의 성격을 가지고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씬의 설계, 다뤄지는 스토리가 점차적으로 파국으로 가는 데 있어서 어설프지 않은 주인공과 악역, 조력자의 몰입감 있는 연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놉"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것 같은 불완전한 극화의 구조가 느껴지지 않았다.


대중적으로 충분히 잘 만들어진 숨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던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급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았던 만큼 극화 자체에 중심을 두고 인물 간의 갈등과 밝혀지는 사실이 하나씩 제때 등장하며, 나타났던 인물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고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었던 밀도 높은 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첫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급 예산을 받아 스펙터클한 UFO를 가장한 미지의 비행포식자 괴물 장면을 넣어서 만들어진 "놉"보다 이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다는 느낌을 준다. 빈틈을 찾아낼 구석이 적고, 흑백의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것 때문에 불편감을 느낄 새가 없이 자연스럽게 백인이 흑인에게 갖고 있던 편견에 대한 일부 해소가 이뤄지는 효과를 갖고 있다.


추천작이고, 보게 되면 만족스러운 수준의 극화를 스릴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5점 만점에 4.5점을 주겠다. 다음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범벅이 된 영화 리뷰라 영화를 보는데 방해가 될 내용이 많다. 솔직히 이 영화 보기 전에 일부 봤던 스포일러 때문에 몰입에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볼 생각이 있지만, 아직 망설이며 보지 않은 분은 다음의 글을 꼭 읽지 않아야만 나중에 제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1. 흑백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을 문제 되지 않게 잘 다뤘다


첫 장면에서 "다니엘 칼루아"가 연기한 주인공 "크리스 워싱턴"은 "놉"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현실의 젊은 흑인이 갖고 있는 현실감을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다.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는 것 같은 "앨리슨 윌리암스"가 연기한"로즈 아르미티지"의 백인 가족을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관객이자 시청자 모두는 일단 "스포일러"를 경험하지 않은 이상 사려 깊은 두 남녀의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크리스"는 자신이 흑인 애인임을 미리 말하지 않고 부모에게 소개해줄 경우에 생길 문제를 "샷 건을 들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로 표현한다. "로즈"는 가게 되면 똑같은 이야기를 아버지인 "브래들리 화이트포드"가 연기한 "딘 아르미티지"가 할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오바마를 좋아하고 그가 세 번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할 거라고 한다.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집안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왜 편견이 없는 집안이었는가가 이후에 밝혀지는 상황인데, 그 가족의 입장에서는 "흑인"이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이 되었든 다른 산업이 되었든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중요한 것은 결국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나 생산자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안에서 "흑인"으로서 살아남기를 원하는 죽어가는 늙은 육체를 지닌 "백인" 또는 "황인종(흑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묻는 늙은 일본인이 하나 나온다)"이 자신의 육체를 보다 활력으로나 활동 능력이나 성적인 능력 등에서 더 우수한 인종으로 평가받고 있는 "흑인"이 되기를 선망하며 인종 차별의 배면에 있는 것이 이 같은 돈이 좀 있는 타인종이 흑인에 대해서 갖고 있는 시기와 질투심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같은 "백인"을 숙주로 삼고 있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게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인종끼리는 적어도 비윤리적으로 그 육체를 빼앗아 점유하는 것은 이 영화 속의 비밀 모임에서는 지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것은 "백인"의 뛰어난 두뇌와 "흑인"의 뛰어난 육체가 결합하면 완벽한 존재가 나타날 것이라는 다소 문제 있을만한 언급이 반복되고 있는데, 일본인 노인 하나를 끼워서 논란을 피했다. 


파국이 끝난 장소에 TSA만 도착해서 "크리스"를 구해서 가는 장면은 실제와는 좀 거리감 있는 마무리긴 하지만, TSA 소속의 직원으로서의 추정과 추리를 통해서 자신의 친구가 백인 여성의 "성노예"로서 "세뇌" 당해서 팔리게 되는 조직에 잡혀 있을 것이란 이야기에 "남녀 흑인 경찰"이 우스개 소리로 생각하고 오해해서 묵살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 속설에 대해서 같은 흑인들조차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드러냈다.


2. 배우의 연기가 주조연 하나 빠짐없이 뛰어나다.


여기에서 "로즈" 역을 맡은 배우인 "앨리슨 윌리암스"는 얼핏 "제니퍼 코넬리"를 떠올리게 하는 미모에 차갑기 그지없는 냉정한 이중인격 수준의 "흑인 애인"을 낚아오는 집안의 낚시꾼 역할을 그것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과 이후에 확실하게 달라지는 모습으로 연기해 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다미"같은 격차 높은 인격 변환을 하는 역할에 적합한 역량이었고, 여기에 "팜므파탈"의 전형을 제대로 변형시켰다.


사실 영화의 반전부에 이르러서 가장 큰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연기를 해낸 것은 심리상담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고 하면서 담배를 끊게 만드는 최면을 한다고 속여서 "크리스"를 무력화시킨 "로즈"의 어머니인 "미시엘"을 연기한 "캐서린 키너"다. 완벽해 보일 정도로 인자한 인상의 초반부와 후반부 격차가 가장 크다.


(출처: Vulture)


"크리스"역의 "다니엘 칼루아"는 이런 뛰어난 배우가 왜 "놉"에서는 연기력을 발휘할 여지를 차단당하고 제한당해서 그렇게 무력해 보였던 것인가를 반문하게 될 정도로, 초반에 무기력하게 "로즈"와 그 집안의 "딘", "미시엘", "칼랩 랜드리 존스"가 연기한 동생인 "제롬"에게 농락당하고 속임 당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 뒤에 이를 복수하면서 떨쳐내는 반전적인 장면도 제대로 보여줬다.


후반부에 자신의 약한 마음 때문에 젊은 여자 흑인의 몸을 가졌지만 "로즈"의 "친할머니"가 도망치려고 몰았던 차에 치이자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갈 때 무력하게 아무 조치를 하지 못했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차에 그를 실었다가 공격을 당하다 차가 전복되고, 자신을 속인 후에 찾아와 자신을 쏘아 죽이려고 했던 "로즈"의 목을 조르다가도 결국 "사랑"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는 죽이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런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평범한 양식을 지닌 관객이나 시청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텐데, 이를 "다니엘 칼루아"가 "놉"에서와는 비교할바 없을 정도로 잘 연기해 냈다. 


이 반전의 극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몸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을 제대로 연기한 집안 내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역할을 연기한 이름을 찾아내기 쉽지 않은 두 남녀 흑인 배우의 연기와 "크리스"가 이 집안과 연결된 여러 사람의 성격에 대한 의심을 갖도로 만드는 "안드레"의 역할을 한 또 하나의 흑인 배우의 짧지만 "백인" 노인의 정신으로 "흑인" 젊은이의 몸을 살고 있는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크리스"의 친구로 나오는 "TSA:공항 등의 교통 안정청의 보안 기관"의 흑인 직원 역할은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흑인 연기였지만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제대로 나왔고, 끝에서도 어색함을 남기지 않도록 잘 봉합되었다. 



이 영화에서 솔직히 나는 어떤 상징성이라든가 일반 대중 관객이나 시청자가 이해 못 할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거나 건지지 못했다. 다만, 매우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진 완결성 높은 극화가 화면으로 잘 구현되었다는 이야기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놉"으로 실패한 "조던 필"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겟 아웃"보다 재미있는 작품을 다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너무 멀리 가서 실패했다면 다시 시작한 장소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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