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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30. 2023

<밀수>-확실히 재미있는 점 8가지

여름 극장가의 승리한 텐트폴 영화가 되었던 확실한 이유

(사진출처: 매일 경제)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추석 극장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할 새도 없이, 연휴의 하루가 휙 지나가 버렸다. 대강의 예상대로 "퇴마사"로서의 "강동원 배우" 이미지가 통하면서 "천박사의 퇴마연구소"가 추석 연휴를 제대로 관통하고 있는 중이고, "1947 보스턴"이 세작품 중 가장 높은 평점에 40대가 더 필요로 하는 감동을 남긴 탓인지 그다음을 잇고 있고, "거미집"은 블랙 코미디 등에 몰입한 30대를 사로잡았다. 내 취향과 흥행은 같지만은 않다.


하루 쉬는 동안에 "2차 대전사"를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만들어낸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몇 편을 발췌해서 봤고, 그 과정에서 40분짜리 "The Wonderful Story of Henry Sugar"란 "로얄드 달"의 단편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작품과 "존 윅"의 외전 형식으로 만들어진 "아마존 프라임"의 드라마 "더 컨티넨탈"도 봤다.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뭔가 문화적 갈증이 상당해져 있는 나에게 결국엔 해소감까지는 주지 못했다.


그렇게 보고 나서도 충분치가 않아서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니, 여름 텐트폴 영화 중에 "밀수"를 아직도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보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끝에 이를 때까지 불평 같은 게 있었는지도 잘 기억 못 하면서 몰입감 높게 잘 봤고, 이제 속 시원히 잠을 잘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밀수"도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보지 못하고 적지 않은 관객이 여름휴가 때 놓친 작품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 기간 중의 개봉 영화와 아직도 VOD를 통해서도 선택지 중의 하나로서의 영향력을 가진 영화임이 틀림없다.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 봤다면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액션과 1대 다의 싸움 등의 장면이 훨씬 더 선명하고 박진감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화면 크기와 전혀 상관없이 이 영화는 내게 확실하게 재미있는 몇 가지를 선사했으며, 그 몇 가지는 아직 여러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잠들기 전에 눈을 치켜뜨고 써내려 본다.



1. 두 주연 여배우의 호흡이 엄청나게 잘 맞았다.

"김혜수" 배우와 "염정아" 배우의 버디 무비 성격의 극 중 연기 호흡이 매우 잘 맞았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염정아" 배우는 "서인경" 역으로, "도둑들"에서 "김해수" 배우는 "펩시" 역으로 각각 "밀수"의 "춘자" 역과 약간 유사한 성격의 배역을 잘 소화했던 적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김해수" 배우의 "춘자"역은 가장 비중이 높고 강력하며 "세고도 지능적"인 배역이라 "염정아" 배우의 "엄진숙" 역이 마치 탁구에서 리시브를 잘해주는 방어형 선수처럼 되었고, 기량이 높은 선수끼리 오랫동안 랠리를 하듯이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엄진숙"은 영화 속에서 "춘자"로부터 배신당했다는 오해를 갖고 최후반부까지 영화 속의 위기 상황이 더 심화되는데 일부 일조를 하면서 "발암"도 하지만, 해녀 그룹의 원조 리더로서 갖고 있는 리더십을 잘 드러냈다.


"춘자"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마음 씀씀이를 "장도리"를 포함한 자신을 둘러싼 이들에게 베푸는 모습이, 이미 그 시대의 전에는 존경받을만한 이였음을 충분히 드러내지만 70년대에 물질 만능주의 속에선 뛰 떨어진 모습인양 나타난다.


이건 그 시대를 읽고 고증해서 나온 역할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이 시대를 더 잘 비춰주는 모습 같았다. "춘자"의 "전략과 술수"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권상사"같은 외부 세력이 와서 판세를 어느 정도 바꿔놓지 않았다면, 그와 그의 해녀 그룹은 이미 속아버린 그대로 착취당하고 긴긴 세월을 "아버지의 배"도 빼앗긴 채로 그대로 살아갔을 테니까. 구려보이던 "춘자"가 끝까지 우정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비극의 주인공였을 뿐이다.


그런 기울어진 역할에 "춘자"역인 "김해수" 배우에게 극의 주도권뿐만 아니라 연기의 큰 비중을 모두 넘긴 상태에서 "염정아" 배우가 동의하고 참여했고, 영화 속 둘 간의 케미를 진하게 잘 드러내면서 극의 흥행을 성공적으로 견인한 것이 일반 관객의 시점에서는 이 영화가 성공한 가장 커 보이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2. 고민시 배우의 주연에 가까운 조연 연기의 조력 

여기에 사실 양념이라기보단 필수 요소로서의 조합이 되는 연기를 하면서 2인 버디 무비를 성공적으로 확장시킨 "고민시" 배우가 맡은 "고옥분" 역이 끝까지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나온다. 쟁쟁하고 관록이 높은 선임 여배우 2명과 스크린 상에서 나름 대등한 연기를 후반부에 가면서 보여줄 때, 전반부에서 잠시 껌을 씹는 "다방 레지"로 "장도리" 역의 "박정민" 배우와 눈을 마주치는 때까지는 예상 못한 연기가 후반에 나온다.

(춭처 : 뉴스컬처)

곱상한 외모가 무색해질 정도로 닳고 닳은 "다방 레지"에서 그 가게를 인수해서 경영하는 자리까지 올라서고, 극의 반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인 "세관"과 "장도리 파"로부터 정보를 퍼오고 이들을 교란하다 발각되어 위기에 몰리고, 생명까지 위협받고, "논개"와도 같은 액션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연기를 소화했다. "마녀 1"에서 극찬했던 연기력이 이곳에서 좀 더 활동적으로 만개했고, 중량급의 주연들에게 안 밀렸다.


3. 박정민 배우의 야누스 연기의 발산

이 배우는 절대 못생기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고,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지만 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여러 영화를 보면서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천박사의 퇴마연구소", "밀수"정도를 제외하고는 그가 출연했다고 확신을 가진 영화는 보지 못했다. "헤어질 결심"에서도 나왔다고 하지만 전혀 안 떠오른다.


그만큼, 각각의 배역에 완전히 깊게 이입해서 일치화된 연기를 거듭하는 배우인 듯하다. 그것이 "주연"이든 "조연"이든,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이든 "독립 영화"이든 자신이 확실하게 자신을 이입시켜서 할 수 있는 연기라면 캐스팅에 응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주연이 아니면 안한다, 블록버스터 아니면 안한다 이런 개념의 배우로는 느껴지질 않는다. 살짜기 "에단 호크"처럼 여러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 하는 배우같다.


그만큼 "전반부"의 수줍고 주어진 일을 하는 것밖에는 잘 모르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장도리"와 후반부의 자기도취에 빠져, 이기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탐욕에 빠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매우 폭력적인 "장도리" 양쪽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극 중 다른 배역과 관객도 그의 변신에 대해서 납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머니투데이 방송)

동전의 앞 뒷면처럼 다른 존재가 하나로 보이게 만드는 배우는 할리우드에서는 여러 반전적인 상황과 더불어 "호아킨 피닉스", "게리 올드만", "에드워드 노튼",  "오스카 아이작" 같은 배우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밀수"에서만큼은 그런 배우를 떠올리지 않고도 온전히 서로 다른 인물을 연결해서 연기하는 "박정민" 배우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빌런"이었기 때문에 "춘자"와 "진숙", "옥분", "이계장" 등이 더 살아났다.


4. 조인성 배우의 이질적이고도 인상적인 참여

이 촌스럽고 구질구질한 어촌의 이합집산과 우격다짐, 깡패들의 생각 없는 힘 다툼에 "비열한 거리"에서 물론, 조폭 역할을 맡아봤던 바가 있지만, 이 영화 속 세계관에는 약간 이질적인, 매끄럽고도 세련되기 그지없는 외모에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조인성" 배우가 적지 않은 비중을 가지고 임팩트 있는 인상을 남기면서, 보다 대형의 밀수 건을 만들어 오고, 네트워크가 전국구급인 "권상사" 역으로 등장한다.


"춘자"가 서울에 도망 와서 "밀수품"을 파는 일을 할 때 붙잡아서 취조하는 역할에서 충분히 잔인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다 해낼 것 같은 빌런에 가까운 모습까지는 연기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후반부에서 매우 멋지게 나와야 할 장면이 있었기 때문임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출처 : 스트레이트 뉴스)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 속의 작은 "멜로"를 "춘자"와 연출하는 듯한 암시가 있긴 하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거둘 수 있는 거의 모든 연령대를 초월해서 받을 여자분들의 시선에 맞는 분량의 액션과 대사, 비주얼을 적절히 선사하고 무난하게 후반부의 쿠키 영상에서도 등장하면서 비극적이지도 않게 잘 퇴장했다. 티켓 파워를 확실하게 발휘했다.


5. 김종수 배우의 반전적인 정체

다양한 필모그래피와 다수의 흥행 영화 작품에 출연해 온 이 배우에 대해서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본 "천박사의 퇴마연구소"와 이 영화를 제외하고는 존재감을 인식했었던 적이 없었다. 그만큼 있는 듯 없는 듯 조연으로서의 의당 해야 할 그 역할을 충실히 연기해 내고 "씬 스틸러"까지는 자신을 드러내는 무리한 시도가 없는 안정적인 배우이기 때문일 거란 추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밀수 속의 역할에서는 약간 기운이 빠져 보이지만 자기가 맡은 일 하나는 똑소리 나게 수행하는 흰머리의 노년의 고집스러운 "세관 계장"인 "이장춘 계장"역을 전반부에서는 평범해 보일 정도로 "관록"이 있다는 정도만 드러내면서 보여주지만 "빌런"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처럼 기척을 확실히 줄이고 숨어 있다가 마치 영화 속의 "상어"처럼 인물들에게 다가와 물어뜯는 사나움과 사악함을 보여주었다.

(출처 : 네이트 연예)

"해녀"에게 바닷속의 가장 위험한 존재가 "상어"로 나오고 있다면 사실 육지 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그였다. 결과적으로 "장도리"가 "춘자"를 포함한 모든 "해녀"가 복수해야 할 대상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약간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이 덜하게 나오지만 취조를 자신의 다방에서 당할 때 흠씬 두드려 맞은 "고옥분"에겐 철천지 원수 같은 존재가 되고 그에 맞는 복수를 당해서 통쾌하게 사라진다.


6. 해양 액션 영화로서 촌스럽지 않은 심해 액션이 나왔다

"장도리" 일당이 지상에서야 비교할바 없는 수적 우위와 힘으로 "해녀"를 압도하지만 극이 매우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해녀의 유리한 고지"인 "바다"속으로 내려왔을 때는 칼을 든 덩치 크고 싸움에 익숙한 남자인 것이 각각의 노련한 "해녀"에겐 통하지 않고 하나하나씩 당하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그럴듯해서였다.

(출처 : Coreasur)

"해녀"는 계속 핍박당하고 착취당하는 약한 이들로 그려지다가 바닷속에서 정말로 강하고 능력 있는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조금만 "이계장"과 "장도리"가 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면, "장도리"의 부하를 바닷속으로 보내서 죽이게끔 하기보단, 물건을 갖고 올라온 뒤에 모두 총으로 쏴서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안 했을까 같은 생각은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았다. 그만큼 그 액션씬이 필연적이고도 흥미진진했다.


물론, 총을 들어 쏴죽이려고 했다면, 도망가서 해녀 몇 명을 놓칠 수 있으니, 여러명의 부하에게 스킨스쿠버 장비를 주고 여러명의 해녀 각각을 죽이도록 만드는게 더 좋았을 수도 있었다. 아니, 아예 밀수품이 가라 앉은 지점으로 가서 해녀를 배에서 몰살시킨 후, 밀수품을 갖고 올라오는 일을 그 부하에게 시키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상 액션을 찍어야만 했기 때문이고, "논개"도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7. 여권 신장이 영화의 주제인 시대의 흐름을 잘 가져왔다

여성 버디 무비인 동시에 "여권 신장"의 드라마가 더 통쾌함과 더불은 흥행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시대를 잘 읽고서 "오션스 1~13"의 남성 캐이퍼 영화가 "오션스 8"으로 여성 캐이퍼 영화로 전환했어도 성공했었던 2018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변주가 5년이 지난 지금에 "한국 블록버스터"에 이뤄진 것 같아서 시대에 맞는 세련성이 느껴졌다.

(출처: The Korea Times)

8. 그러면서도 70년대란 시대의 향수를 잘 살렸다

한국의 70년대가 제대로 가공했을 때 상품성이 높은 시대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 제작사와 감독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돈 있고 여유 있는 젊은이가 맹렬히 줄어드는 한국적 현실에서 70년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을 겨냥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젊고도 실리적인 "젊은 층"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영화관으로 향해 가진 않을 수 있다.


기다리면 OTT에서 만날 텐데, 굳이 가서 시간과 밥값, 교통비, 주차비 등을 같이 축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기존의 영화 관객과 잠재적 영화 관객의 비중은 나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마치 의식이라도 행하는 양 경건한 마음으로 습관적으로나 중독적으로 영화관을 찾을 연령층은 "X세대"다. 그 연령층이 즐겼던 음악보다 더 오래되긴 했지만 "김추자" 가수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무인도"는 "님은 먼 곳에"도 호출했다.


밀수와 부패, 부정, 폭력이 만연한 그 시대의 암울함을 그려내긴 했지만 그곳에서 정치색 같은 것을 발견하긴 힘들었고, 그저 시대의 자연스러운 후진성을 보여주고, 복고적인 패션스타일과 구식 스타일의 행동양식을 살짝 복원하는 수준에서 만들어져 부담감이 없었다.  


"거미집"도 이 70년대를 다시 스크린에 구현한 영화지만 나름의 깊이와 정치적인 암시를 조금이나마 지니다 보니 추석 극장가에서 당장에 높은 흥행을 보이진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영화로서도 3위를 해내고 있다는 것은 나름 감동적이면서 동시에 "70년대"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다.


"밀수"가 젊은 층으로부터도 많은 호응을 받아 훨씬 더 흥행 성적이 좋은 상태로 금년 성적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장기하" 가수이자 작곡가가 참여해서 편곡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영화 곳곳에 잘 뿌려놓은 감각적으로 들려온 70년대의 음악이 젊은 층의 마음속으로 70년대라는 상품을 밀수품처럼 잘 밀어 넣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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