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의 원작 "아톰"을 더 현실화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
(그림출처: The Other Side of Animation-Workpress.com)
스포일러가 나오는 로봇 수만큼이나 많이 나옵니다.
"아톰"은 여러 가지로 아직 약하고
의지해야만 살아남는 소년에게
가슴 뜨거운 응원을 해줬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과 "몬스터", "20세기 소년"을 한창 아내와 연애를 하는 시기에 열정적으로 봤었다. 여러 가지 비슷한 취미와 취향을 갖고 있던 아내에겐 또한 나와 같이 만화를 즐겨 보는 취미도 있었다. 누가 보든 같이 볼 것이 뻔했으므로 자연스럽게 만화책은 서로 간에 애정의 높이라도 되는 양 쌓였다.
결혼한 이후에는 만화와 멀어지고 영화와 더 가까이하게 되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플루토(PLUTO)"였다. 그 작품이 그 전작 3개를 훨씬 더 뛰어넘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이후에 그의 작품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는 전혀 모르기에 나와 아내에겐 "플루토" 이상의 작품은 기억에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 등의 OTT에 대거 방출되었다는 뉴스를 알게 된 뒤에 찾아본 것은 바로 이 작품이었다. 일본 만화계의 대부 중에 하나인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인 "철완 아톰"의 여러 극화 중에 하나인 "지상 최대의 로봇"을 리메이크했다.
아동 취향의 이 만화는 1963년대에 "철완 아톰"이란 이름으로 TV 상영됐고, 1980년에는 일본에선 우선 "철완 아톰"의 리메이크로 TV 상영되었지만 한국에선 "돌아온 아톰"으로 상영됐다. 그리고 2003년에는 완전히 리부트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져서 나왔다. 내가 본 것은 1963년의 원조작품과 1980년의 리메이크작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그때까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가진 투박함을 모두 일거에 지워버린 채로, "인간보다 더 인간답고, 정의로우며, 슬퍼하고, 동정하며, 배려하는 로봇"이란 공식을 일관성 있게 보여준 작품이었단 것이다. "아톰"은 여러 가지로 아직 약하고 의지해야만 살아남는 소년에게 가슴 뜨거운 응원을 해줬다.
"플루토"가 "아톰"을 다룬 작품일 거라 생각하고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기에 작품 속의 배역 비중상 가장 많은 시간과 공간을 장악한 "게지히트"가 일본으로 날아가 "아톰"을 처음 만나게 되기까지의 스토리는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인공지능 로봇을 인간에 가장 가깝게 만든 것이 "아톰"으로 나오고, 비 오는 날 "달팽이'를 들고 여늬 아이와 같은 귀여운 생김새를 갖고 신기하게 쳐다보는 장면은 아직까지도 잘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바로 그 장면이 다시 떠올라서 "넷플릭스"에서 "플루토"를 찾아보게 된 것이다. 과연 애니메이션으로는 이 작품을 어떻게 풀어갔을지를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원작을 봤던 16년 전의 기억도 희미하게 사라져 있기에, 내부의 장기 기억 공간에 봤던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결론을 일찍 끌어오자면 "이 애니메이션은 템포는 최신 메카닉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선 느릿한 편이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의 완전성이 높고, 각 캐릭터가 가진 인공지능의 심리를 인간과 크게 차이 나지 않게 그렸음에도,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나타날 것만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성큼성큼 더 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지게끔 했다. 주제는 '증오는 그 무엇도 만들지 못한다'이다". 주제에 맞게 여러 로봇이 격돌하고, 깨닫고, 변하고, 희생하고, 지킨다.
1. 실질적인 빌런, "텐마 겐죠 박사"
악의 근원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 능력을 갖고 "아톰"을 만들어낸 "텐마 겐죠 박사"다. 이 인물은 일관되게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움직인다. 윤리적인 판단을 갖지 않은 존재로 나온다. 그는 인간답게 울지만, 그것이 그가 인간이란 증거는 되어도 훌륭한 인간이란 평가와 연결되진 않는다.
결자해지와도 같이, 자신이 "아톰"외에도 의뢰를 받아 만든 최고의 인공지능로봇인 "고지 박사"가 만든 막강한 인공지능로봇이자 "증오"로 가득 차서 움직이는 "플루토"에게 파괴되어 기능이 정지되었던 "아톰"을 다시 "증오"의 힘으로 살려내어 "플루토"와 싸우게끔 한 자로 나온다.
"플루토"와 싸우면 분명히 "증오"의 힘이 장착된 "아톰"이 이길 것이지만 그보다 더한 "증오"의 힘을 가진 "보라"에게는 질 것이라 단정하는 최후반부의 그의 대사는 그저 더 강력한 "증오"의 힘이 그보다 약한 모든 것보다 강력할 것이라는 수치적이고 기술적인 계산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인공지능"보다 메말라 비틀어진 비인간성을 드러내어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하자면 곰인형 모습을 하고 등장해서 인류를 10%까지 줄이고 로봇만이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진정한 흑막인 "루스벨트 박사"와 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알렉산더 대통령"은 데이터에 입각한 인류 파괴 시나리오만을 작성했던 존재로서 "텐마"가 만들어낸 최강의 인공지능로봇인 "아브라 박사“가 결합된 ”보라"와 "아브라 박사가 로봇 아들인 사하드를 결합시킨 플루토"가 없었다면 인류를 말살 수준까지 데려갈 만큼의 능력이나 기술은 없다.
독재를 해왔던 "페르시아의 국왕 다리우스 14세"는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 감방에 갇혀 있으면서도, "트라키아 합중국"이 "대량 살상 인공지능로봇 보유"를 주장해서 파견한 "보라 조사단"의 참여 인물을 포함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로봇 7대"를 소멸시키도록 명령을 내리는 복수의 화신으로 나오긴 하나. 그 역시 "텐마"가 없었다면 철창 속의 죄수였을 따름이다.
2. 실질적인 주인공, "게지히트"
스토리의 진행은 서스펜스가 가미된 추리 소설이자 탐정/경찰 소설 형식이다. "아동물"이었던 "철완 아톰"과는 다른 결을 지닌 것이다. 독일에서 상주하는 유로폴로 나오는 경찰 로봇 "게지히트"가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가장 긴 시간 활동하고 많은 대사를 차지하며, 주제를 제대로 드러낸다. 로봇 간의 전투가 이뤄지는 장면보다 흑막을 밝혀가고, 문제의 발생 원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이 있다.
"게지히트"는 내내 "유로폴(유럽 연합의 경찰)"로서의 의무감과 원칙, 인류애, 인공지능로봇으로서의 동류애와 더불어, 자신의 기억이 삭제되고 조작된 상황을 밝혀 가는 "제이슨 본"류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드라마를 연출해 낸다. 인간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임무만 수행하던 그가 점점 더 인간적이고도 자율적인 판단을 하며, 자신을 기만한 상부의 정체를 안 뒤에는 독단적인 행동도 머뭇거림 없이 해낸다.
자신과 자신의 인공지능로봇 부인이 같이 사랑하는 존재를 죽인 자를 찾아 증오와 분노가 증폭했던 것을 기억하는 장면이 최후반부에 나왔을 때, 그전까지의 드라마 속에서 임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위엄 있고도 기품 있게, 자신을 죽이려 했던 로봇 말살 단체의 범죄자와 그의 가족을 그 단체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까지 한 그에게 인간 진영에 속한 시청자가 분노를 느낄만한 구석은 전혀 없다.
세계 7대 대량 살상 로봇 중에 이미 "몽블랑"과 "노스 2호", "브란도", "헤라클레스"를 박살 낸 "플루토"와 맞서 싸울 때, "앱실론"에게 한 팔을 잃었기 때문에 전력이 약해지긴 했겠지만,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힘과 논리, 인공지능로봇의 심리를 꿰뚫는 대사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결국 자신의 살해된 아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빈틈을 보이게 한, 페르시아에서 만났던 아동형 로봇이 다가와 쏜 무기에 파괴되어 죽는 장면은 그 어떤 로봇의 죽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그가 죽음 직전과 그중에 가졌던 생각과 느낌이 담긴 메모리카드가 부활한 "아톰"의 방향을 결정한다.
원작에 비해서 가장 많은 변화가 생긴 로봇이 바로 그였다. "철완 아톰"의 원작에서 그는 "플루토"의 뿔을 잡고 덤벼들었다가 양쪽으로 쪼개져서 파괴되는 역할로 초반에 짧게 나왔을 뿐이었다. 장렬한 죽음이었긴 했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 그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아톰"이상이며, 주인공 급이다.
그가 남긴 말이 이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장으로 되풀이되는데, 그것은 "증오로는 그 무엇도 만들어 낼 수 없어"다.
3. 징집거부를 했었으나 비겁하지 않은, "앱실론"
방관자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로봇으로 나온다. 그는 자신의 "평화 애호 주의 사상"에 입각해서 "트라키아 합중국 및 그 외의 연합국과 페르시아 왕국"간에 벌어진 전쟁에 "트라키아 합중국"의 연합군으로서 전투원으로 징집되는 것을 거부했다. 다만, 전쟁이 "트라키아 합중국과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후 전후 처리를 위한 활동을 한다. 수많은 전쟁고아를 거두어 키운 것은 존경받는 업적으로 그려졌다.
비겁한 로봇으로도 평가받지만,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광자 에너지"의 파워를 무기로 하는 그의 능력은 사실 "플루토"가 적이 되기엔 모자랐던 상황이었다. 업그레이드가 되며 살아난 "아톰"이나 원래 지구를 파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라"에 비해서는 약했겠지만 사실 그대로의 7대 인공지능로봇 중에선 가장 강한 존재였음이 드러난다.
전쟁고아 중에 마을이 일거에 초토화되고 모든 주민이 죽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바실리"가 전쟁 중의 충격 때문이었는지 그 지역을 붕괴시킨 괴물 로봇인 "보라"밖에는 말을 하지 못하다가 "앱실론"이 "플루토"를 제압한 이후 "고맙다"는 말뿐만 아니라 "보라"를 묘사하는 노래도 부르고, "앱실론"의 이름도 부른다.
"플루토"를 제압한 뒤에 공청회에 불려 간 동안 "아브라 박사"가 보낸 이들에게 "바실리"가 납치되고, "아브라 박사"가 만든 "보라"를 보았다는 것이 위협이 되고 있고, "앱실론"을 불러들여 "플루토"가 죽이도록 하기 위해 납치했음을 밝힌다. 여기에서 조금 아쉽게도 다소 부자연스러운 전개가 나온다.
"해"가 뜬 다음에 싸우면 "플루토"를 "앱실론"이 당연히 압도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앱실론"이 조바심을 내며 "아브라 박사"가 함정으로 파놓은 성에 밤에 서둘러 잡입했다. 같이 왔던 경호 로봇이 "바실리"를 안고도 "플루토"가 발산하는 에너지 때문에 쓸려갈 것처럼 보이자, 자신이 "플루토"에게 붙잡혀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을 발사해서 광자 에너지 막을 만들어 둘을 보호하다 죽는다.
"바실리"의 울음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럿이 나오는 장면은 최근의 말라붙은 정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약간 신파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앱실론"이 "플루토"안에 있는 "아브라 박사"의 로봇 아들인 "사하드"를 발견하고, 막후 내용을 확인해서 공유한 것은 "아톰"의 행동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4. 서브 주인공, "아톰"
"게지히트"에게는 음식도 인간처럼 먹는 척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맛있게 먹을 줄도 알게 되고, 지나가는 아이가 가진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느낌을 가지며 쳐다보며, 비 오는 길가의 달팽이를 집어 신기한 듯 쳐다보는 "인공지능"이 "인간화"된 최고점에 이른 존재로서 비치면서 경이감을 전달한다.
"아브라 박사"같은 이가 자신의 메모리 카드를 달라고 하면 거부하던 그가 짧은 순간에 "아톰"에게는 신뢰를 느끼는 동시에 더 고차원적인 기능을 가진 존재를 통해서 벌어진 사건을 파악하고자 자신의 "메모리 카드"를 넘기는 장면도 나온다. 그 어떤 로봇을 만들어낸 인공지능보다 고차원적인 기술이 "일본"에 있고, 파괴되기 전까지 거의 완벽한 주인공으로 나오던 "게지히트"의 능력 이상의 존재임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도 작가나 감독에 따라선 "국뽕"맞은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간다. 그 기술을 가진 "텐마"가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현존하는 인류 99억 명의 정체성을 모두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그 상태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어떤 존재가 될지를 결정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깨어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신의 인간 아들인 "토비오 켄죠"가 죽은 뒤에 만들어낸 "아톰"의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식에도 그런 비슷한 처방이 가해졌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방법에서 나온 인류 숫자보다는 적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깨어날 수 있는 수준의 정체성만이 입력되었을 것이다.
최고의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99억 명의 정체성을 투입한 뒤에 편향된 방향으로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통합하면, 인공지능이 깨어나게 된다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플루토"나 "보라"를 만들어낸 "아브라 박사", 곧, "고지 박사"는 그런 방식으로 "증오"를 가득히 담은 채 깨어난 존재인 것이고, 그의 창조물에게도 같은 방법을 썼으리란 것을 짐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텐마"가 "아톰"을 되살리고자 해서 사용한 방법도 결국 같은 방법이었고, 깨어난 "아톰"은 "증오"의 방향과 더불어 "게지히트"의 메모리 카드를 통해서 파악한 "게지하트"와 "앱실론", "브란도", "몽블랑", "헤라클레스", "노스 2호"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어떤 방향을 가지고 "플루토"와 "보라"와 싸워야 할지를 결정한다.
5. 인공지능의 인간화된 감성과 감정의 최상위 모델, 우란과 헬레나
인간보다 더 고상하게 감정을 느끼고 체감하는 동시에 더 고양된 방식으로 이를 드러내는 로봇이 "헬레나"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감정까지 원거리에서 느끼고 찾아가 그 감정에 대응하는 초능력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로봇이 "우란"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여성성"적인 감성과 감정 수준까지 발달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 두 캐릭터를 통해 표현해 냈다. "아톰"을 한번 잃은 "텐마"는 자신의 슬픔이 원래 자식이었던 "토비오"를 잃었을 때에 이어서 두 번째로 겪는 슬픔임을 전후 사정을 모르는 "우란"을 통해서 포착당하고 위로받는다. "덴마"는 자신의 후임 과학성 장관인 "오차노미즈"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자신과는 다른 영역을 개척했음을 이를 통해 깨닫는다.
"게지히트"를 잃고서 원래 부부 여행지로 가려고 했던 일본에 혼자 도착해서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던 "헬레나"는 "텐마"를 만나 "게지히트"의 메모리 카드를 넘기면서 그의 품에서 한없는 눈물을 터뜨리고, "텐마" 역시 울면서 "아톰"을 잃은 슬픔으로 운다고 한다.
6. 생생히 살려낸 존재감. 노스 2호, 브란도, 헤라클레스, 몽블랑
"노스 2호"에 대해서 부여한 시간과 비중은 총 8화 중에 1화를 거의 대부분 사용했을 정도다. "로봇"이나 "기계"라면 질색인 데다, 시력이 약화되고 큰 병을 앓아 몸이 약해진 자신을 먼 곳으로 보내고, 돈 많은 남자를 잡아서 편히 살다가 헤어져 죽은 자신의 어머니를 증오하는 힘으로 살아온 작곡가를 등장시켰다.
전쟁에 나가서 같은 로봇을 수없이 파괴하고 커다란 회의를 안은채 귀국하여 하인 역할을 하게 된 "노스 2호"를 그를 고용한 작곡가가 박대한다. "노스 2호"는 다시는 전쟁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작곡자는 대노하며 "피아노"에 손조차 대지 말라고 하지만 점차적으로 공감하기 시작한다.
밤에 악몽을 꾸던 작곡가가 자는 중에 부르던 노래가 작곡자가 예전에 살던 "보헤미아"의 전통 민요임을 알아내서 작곡가가 그 곡을 자신의 방법으로 만들 동기를 부여한다. 작곡가의 어머니가 사실은 아버지 없이 그를 키우던 중에 큰 병을 치료하기 위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돈 많은 남자를 유혹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작곡자는 "노스 2호"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기로 결심하며 마음을 열었다. "플루토"가 찾아와 "노스 2호"를 파괴하여 떨어지는 "노스 2호"의 잔해를 볼 수 없었던 작곡자는 폭발음이 들렸던 곳을 향해 하염없이 그를 찾는 소리를 지를 뿐이다. 이 장면이 꽤 감성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에, 극의 현실감이 더 커졌다.
다섯 아동 로봇을 입양해서 아내와 같이 키우면서 로봇 격투기를 업으로 하는 "브란도"는 자신이 운이 좋다 믿으며 행복한 미래를 자신을 찾아온 "게지히트" 앞에서 확신하지만, 그 역시 약간의 피해만 "플루토"에게 입힌 채로 파괴된다. 이 과정에서 행복한 자기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인공지능 로봇이 죽은 것은 또 다른 양상의 슬픔으로 다가온다.
"헤라클레스"는 라이벌로서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브란도"와 여러 경기를 하면서 돈독히 쌓아간 우정을 가진 존재로 나온다. 그는 "브란도"의 죽음 앞에 꼭 "플루토"에게 복수해서 이기고자 하지만, 같이 싸움의 현장에 있었던 "앱실론"이 잠시 도움을 주지 못했던 상황에서 또한 파괴된다.
스위스의 자연을 살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해왔던 "몽블랑"은 최초에 파괴당한 존재로 나온 뒤에 다른 로봇에 비해서는 비중이 다소 떨어지게 나왔다. 다만, 사람 좋은 아저씨 같은 로봇이었을 거란 느낌을 남긴다.
"증오"에 휩싸이고
그것으로 인해
눈이 멀었다면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제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올바른 일을 해낼 수 없다는 메시지"
"페르시아"를 쳐들어가 수많은 로봇과 인간을 죽였던 "트라이카 합중국과 그 연합국"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서 만들어진 "플루토"가 결국 "게지히트"와 "앱실론", "아톰"에게 한 번씩 제압되었던 것은 "플루토"와 결합해서 내부에 있는 "인공지능로봇"이 원래 "페르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네덜란드에 유학을 와 열심히 선의를 가지고 공부했던 "사하드"였음을 이 세 "인공지능로봇"이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이 "플루토"의 약점이었다기보다는 원래 "인류"를 거의 멸망 수준까지 몰고 가야만 살아남은 "인공지능로봇"이 지배자로서 더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악의적인 "루스벨트 박사"의 야심과 "증오"를 통해서만 보다 "인공지능로봇"이 더 강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덴마 박사"의 계산이 현명하지 않아서였다.
자기 자신이 로봇이 아닌 인간이란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하고서 극단을 향해서 갔던 "아르노 박사"의 어리석음도 "로봇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로봇은 인간을 죽일 수 없다." 등의 로봇을 향해 걸어놨던 굴레를 벗어나 그 이상의 인간에 가까운 존재가 되게끔 "인공지능로봇"의 수준을 높게 만들겠다는 "덴마 박사"의 야망이 "명제"를 잘못 만들어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우린 지금 이 시간 현실에 살며,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심심찮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게 어떤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래밍, 머신 러닝 방식의 오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터넷상의 정보를 취합해서 가공하여 답변을 제공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이 쉬이 저지르는 실수는 사실을 호도하고 정확성이 필요한 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진실로 이야기하는 데서 벌어진다.
설사 인간이 알 수 있는 진실과 거리가 멀어질지라도 내부연산 등을 통해서 자신만의 진실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때때로 인공지능의 입장에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사하드"는 "아르노 박사"가 자신의 증오에 입각해서 주어진 증오의 감정과 에너지를 그대로 믿고 차례차례 최강의 로봇과 조사단의 주요 인물울 죽여왔다. 그 하나하나의 존재가 살아가야만 했을 이유와 자신이 참여했던 전쟁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벌인 파괴와 살인행위였던 것이다.
"증오"에 휩싸이고 그것으로 인해 눈이 멀었다면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제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올바른 일을 해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이 만화 원작과 애니메이션은 시대를 건너뛰어서 지금의 시대에도 통할만큼의 명민함을 가지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보내온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에 우리 인류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말살당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어야 할까? "플루토" 속의 애니메이션적인 상황이 미래에 생길지 안 생길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벌어져 있는 정확한 상황은 우리가 인류의 현재 모든 사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인쇄매체를 맹렬히 벗어나면서 디지털화되고 있는 데이터와 이것이 인터넷상으로 연결된 수많은 채널이란 것이다.
이 플랫폼에 "증오"같은 감정이 서로를 잘 모르는 여러 경계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 계속 쌓여만 간다면, 결국 챗지피티 같은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앞으로 개발될 인공지능도 인간의 주요한 감정은 "증오"라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가공할 공격력을 갖춘 인공지능로봇이 있을 경우에 인류를 어떻게 하고 싶을까?
구글 바드에게 "현재 인류에게 쌓인 증오의 정도는 어떤 수준인가"라고 물어봤다.
그리고서 나온 답변을 끝으로 적는다.
현재 인류에게 쌓인 증오의 정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전쟁, 테러, 갈등 등은 모두 증오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차별, 편견, 혐오 등은 증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증오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우려하여 침공을 감행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들도 증오 범죄로 인한 것들이 많습니다. 가해자들은 동성애자, 유색인종, 이민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증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사람들,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 증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증오는 개인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현재 인류에게 쌓인 증오의 정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 차원에서는 혐오 발언과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