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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22. 2023

<김기영 감독의 "하녀">-왜 최고였는가?

최고의 감독이 이 영화를 최고라고 하는 이유를 결국 알게 되다

스포일러는 이미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영화에 나와 있습니다.


왜 70~90년대의
한국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그렇게나 재미가 없었고,
국가적인 경쟁력이 없는
분야로 보였던 것일까?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1시간 50분여 분량 전편이 유튜브 등에 올려져 있다. 이것을 돈을 받고 파는 작품으로 남겨 놓는 것보다 더 훌륭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이와 만들고 싶어 하는 이,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 모두에 훌륭한 작품으로 남겨 놓고자 해서였으리라 생각한다.


나름 영화를 보았던 기간이 길었고, 얼마나 많은 감상문을 써왔는가가 무색해질 만큼이었다. 단 한 번도 보지 않아 왔던 이 작품을 처음으로 어제 본 순간, 저 멀리에서 지금까지 1970~2020년대에 걸쳐 50여 년 가까이 흐르고 있었던 시간이 단숨에 압축되어 불과 수년만 흘러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의 내게 사실 기억을 제대로 해낼만한 수준을 가진 6~80년대의 한국영화는 거의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비 오는 날 수채화"라는 영화의 전까지 한국영화는 그것이 실사가 되었든, 애니메이션이 되었든 간에 "할리우드"나 기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작품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4~5세의 아이 때부터 미군 방송인 AFKN이나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외국 영화,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오는 블록버스터 영화 등등이 한국에서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당연히"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국내 영화를 보는 것은 "수준이 낮은 문화 행위"였다.


해외에서 상을 받은 영화가 간간히 있었고, 주로 국가적이고 민족적인 자부심을 갖고 그런 기사를 보긴 했지만 그런 작품이면 그만큼 더 재미없을 거란 고정관념이 생겨서 아예 보질 않았었다. 그러나 보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거미집"에서 잠시 나온 "하녀"란 작품을 일부 패러디한 장면에 대해서 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왠지 맘에 들지 않다는 느낌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이 작품을 보고 있었다.


제대로 틀어서 보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의외성과 기괴함, 여배우 "이은심"의 파격적인 연기, 꼼꼼하게 잘 드러난 미장센, 당시 방직 공장의 규모를 그대로 드러낸 화면, 군더더기 없는 점프컷 영상 활용 등은 세련되기 그지없었고, 이 시대에 유명한 어떤 감독이 그저 흑백 필름으로 다시 찍었다고 이야기해도 믿을 정도였다.


(출처: NycultureCut)


"김기영 감독"이 만든 "1960년"의 "하녀"라는 작품은 우리나라의 역대급 흥행 작품을 만들어온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김지운 등"의 감독이 항상 칭송하는 작품이다. 그 "하녀"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서도 극찬을 받고 그의 재단의 자금으로 대부분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복원된 것은 그만큼 그 작품이 가진 가치가 높았음을 "제대로 정신 박힌 최고의 영화 전문가"가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오리지널 원작으로 해서 리메이크된 "홍상수 감독"의 "하녀"가 2010년에 개봉하여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윤여정" 배우는 김기영 감독이 "하녀"를 다시 자신이 리메이크해서 "화녀"라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극 중의 "빌런"이자 "주인공"인 "하녀"의 현대화된 버전인 "가정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0년 하녀"에선 선임 "가정부"같은 역할로 나와서 원작의 계보를 잇는 느낌을 배가한다.


(출처 : 일간스포츠)


리메이크작인 "2010년 하녀"는 당시 평론가로부터 높은 평가는 받았지만, 흥행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던 바, 1960년에 개봉한 "하녀"만큼의 "고유성과 더불은 충격성, 완전성, 형식미 등"의 측면에서 더 나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려웠음을 감잡지 않을 수 없다.


(출처: 스타뉴스)


1960년작 영화를 보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배우의 발성이다. 그것은 그 시대의 배우가 해야만 했던 연기 방식과 더불어 후시녹음에서 오는 연기와 대사 간의 간극이다. 그 두 가지를 제외하고 머릿속에서 이 시대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다시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아래와 같은 결론에 닿게 된다.


"한국영화"는 이미 "김기영 감독"이 '하녀'를 만들던 시기에 재미있고도 독보적이고 다른 잘 나가는 나라에서도 지금껏 비슷하게라도 만들어내기 힘든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꽤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김기영 감독"만이 갖고 있었던 문화적 역량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70~90년대의 한국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그렇게나 재미가 없었고, 국가적인 경쟁력이 없는 분야로 보였던 것일까? 그곳에는 상방에서 하방을 꽉 틀어잡고 언론과 문화마저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군부 독재"가 한국을 지배했고, 좌우진영으로 나누어 "이념" 전쟁을 계속 해온 시기였기 때문이었다는 답 외엔 딱히 끄집어낼만한 답변이 없다. 가혹한 통제의 시기에 창조성은 망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독재나 군부지배" 등으로 한 국가가 가진 "문화적 역량"을 꽉 틀어막고 여기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시기에 한국은 역사적으로 충분히 뛰어난 "문화적인 힘"을 키워온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문화 빈국"의 시기를 보내며 "일본과 홍콩, 미국, 유럽 등"의 문화를 창의력 없이 그대로 복제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23년의 현재까지 그런 수준에서 벗어난 "문화의 힘"을 세계를 향해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였지만, 최근엔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에는 "코로나"의 영향도 "AI 기술"의 발달도, OTT 시장의 급팽창도 빠짐없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희망하는 것은 여기에 다시 예전의 그 문화적 암흑기를 만들고자 하는 세력이 큰 영향력을 가진 채로 너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길면 긴 만큼 그것을 회복하고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놓친 문화적 역량은 더 큰 손해가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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