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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Nov 19. 2023

<블랙미러: 존은 끔찍해>-AI 스트리밍이 가져올 비극

결론은 인간의 폭력을 통해서 다시 자신의 삶을 가져온다지만 아닐 것 같음

(사진출처: Wikipedia)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모바일기기로 열어서
2배속으로 돌려서 보면
25분이면 충분하기에
그 시간만이라도 있으면
보라고 강권하기 위해
아래처럼 쓴다.


"블랙미러"는 극찬을 받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어디에 쓰인 OTT의 성공작 묶음에서, 특히나 SF란 단어가 들어가면 빠지지 않는 위용을 갖고 있다. 한편 정도 보고 나서 아주 예전에 봤던 "환상특급"같은 느낌을 주는 미래의 환상적인 내용이 잘 나오는 옴니버스식 시리즈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선 다시 찾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갑자기 한번 이 시리즈물을 들려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본 것이 "존은 끔찍해"로 번역이 되어 있기는 하나 "Joan Is Awful"이란 원제가 붙은 작품이었다. 결론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약 50분가량의 이 작품이 10분 정도 속도로 금방 흘러가서 끝날 정도로 재미있었다. 꼭 보세요"다.


그러고나서도 여러분은 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해야 할 일이 산발적으로든 계획적으로든 쌓여 있을 것이고, 그 중간중간 여러분에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보면서 좋아요 등을 찍어야 하는 중대한 SNS 라이프가 있다. 육아도 집청소도 밀려 있다.


그래도 컴퓨터나 모바일기기로 열어서 2배속으로 돌려서 보면 25분이면 충분하기에 그 시간만이라도 있으면 보라고 강권하기 위해 아래처럼 쓴다.



나머지 "블랙미러" 시리즈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상상도 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검색하러
나가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존"은 IT계열의 회사의 중간 관리직인 여자로 나온다. 차도 "기아"에서 만든 디자인 좋은 신형 모델을 몰고, 흘러나오는 곡의 랩에 비트를 맞춰 창문을 연채로 랩을 부르며 출근하는 흥도 갖고 있다. 회사에서 자신만의 사무 공간을 갖고 있으니 대우도 나쁘지 않게 받고 있다.

(출처: Yahoo News)

하지만, 그 안에서 아래 직원이 가져온 커피의 맛이 별로라고 투정도 하고 위의 경영진의 명령대로 직원의 사정을 봐주지 않은 채로 동정의 말 한마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퇴직시키는 일도 해야 한다. 이런저런 정신적인 괴로움을 상담하는 곳에서 현재 살고 있는 애인보다 이전의 애인과의 관계가 더 좋은 면이 있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자신에게 온 헤어진 옛 애인의 문자를 받으면서 고민하던 그는 그 옛 애인을 다시 만나러 바에 간다. 그 바에서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옛 애인과 키스를 나누게도 된다. 그러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집으로 돌아오는 그는 충동에 잠시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다시 중심을 잡으려 한다.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는 이런저런 평범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급의 여성이라면 그래 저래 있을만한 평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최근의 극화를 보는 사람의 집중력이 허용하는 시간을 고려해 보자면 조금 지루한 내용이 길게 나오는 편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 "블랙미러" 시리즈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상상도 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검색하러 나가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존"은 완전히
자신의 일상이
가감 없이 공개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이 시리즈물은 시즌6의 첫 작품에 적지 않은 비용을 섭외에 들였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자칫 자기 비하이자 풍자로 흐를 수도 있을 내용으로 자신을 열었을 때 울리는 소리인 "두둥"까지 나면서 켜지는 "스트림베리"를 이 작품 안에 등장시킨다.

(출처: Yahoo)

"존"이 현재 자신의 애인과 함께 소파에 앉아 "스트림베리"를 열었을 때 나타난 "존은 끔찍해"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여배우인 "셀마 헤이엑"이다. 이 기막힌 우연에 우선 두 연인은 방송을 틀어 본다. 앞부분에만 브리지 형식으로 염색한 실제의 "존"보다 좀 더 많은 부분을 염색한 "셀마"버전의 "존"은 매력이 더 넘친다.


그런 차이점과는 무관하게, 집에서 일어날 때의 같은 장면, 회사로 향할 때 탔던 차와 울리는 음악과 랩을 따라 하는 모습, 직장에 도착해서 하는 커피 투정, 직원을 자르는 일은 그날 "존"이 했던 것과 같은 일이다. 행동과 말이 좀 더 과하고도 극적으로 일어나는 면만 뺀다면 "존"의 일상 그 자체다.


더욱 웃기는 것은 "셀마 헤이엑"이 연기하는 "존"이 집에 돌아와서 보는 작품도 "존은 끔찍해"인데, 그 작품의 주인공은 "케이트 블랑쉐"다. 각기 한단계씩 더 높은 매력과 인지도, 몸값을 가진 배우로 층위가 올라가는 개념처럼 보인다.

(출처: Hocmarketing.org)

당연히 그날 있었던 상담 내용도 나오고 현재의 애인은 "존"이 자신보다 전 애인과의 성관계가 훨씬 더 만족스러웠음을 이야기 한 내용이 바로 "존"이 실제로 한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고, "존"을 떠나기로 한다. 그를 붙잡으러 가지만 결국 떠나보내고 나서 "존"은 완전히 자신의 일상이 가감 없이 공개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떤 소송을 해도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 중간에 자신이 그 극에 출연하게 됨으로써 누설된 보안 내용 때문에 "존"이 잘리게 되고, "스트림베리"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자신이 일일이 읽어본 적도 없는 "스트림베리"를 사용하기 위해 동의했던 계약서에 자신의 일상의 내용을 모두 "스트림베리"에 노출해서 써도 상관없다는 조항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고, 어떤 소송을 해도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AI로 만들어지는 작품으로 배우의 얼굴조차도 초상권에 대한 계약으로 가져와 쓰는 것임이 밝혀지고, 실시간 자신의 일상과 행동, 말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스트림베리"가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정보가 가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나왔다. 이 시점에서 통신사와 스마트 기기 회사와의 계약에서도 그런 불평등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임은 말이 안 나와도 매우 명확하게 인식된다.


이것이 실제로 우리와 수많은 대기업 간의 약관이나 계약서를 통해서 체결되어 실시간적으로 계속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시청자의 맹점마저 "넷플릭스"는 왜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란 의문이 여기에 번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자기 풍자마저 웃음거리로 만들어 넘기고 실제 그와 같은 사용자와 자신 간의 분쟁이 생길 때 이 프로그램이 설명했다는 내용을 참고하려고 해설까?


"존"은 자신의 일상이 이렇게 "스트림베리"를 통해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유일한 방법이 대 배우인 "셀마 헤이엑"이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해서 만든 이 작품에 자신의 이미지가 나오는 것을 막게끔 만드는 것이란 착상을 하고 "존"은 결혼식이 벌어지는 "가톨릭 성당"에서 햄버거를 잔뜩 먹고 설사약을 먹은 채로 치어리더 복장으로 중간에 들어가서 선채로 배변을 하는 기행을 한다.


(출처 : Daily Express US)


그런 내용대로 자신의 초상권을 가진 AI가 만든 작품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나서 "셀마 헤이엑"은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 작품의 진행을 중단하고 바로 모든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물어보지만 그의 계약서상 배변 행위까지 포함한 모든 행위에 얼굴이 사용되는 것을 허용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음이 밝혀진다. 자신이 일일이 계약서를 읽을 수 없었다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밀어붙이지만 방법은 없다.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드라마가 왠지 불편하게
느꼈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게 빨간 약이라도
권한 것인 양


"셀마"는 바로 "존"을 찾아가서 서로가 계약 때문에 같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조를 하게 된다. 이 끝까지 다 이야기하면, 더 이상 보게 될 동력을 여러분이 갖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의 AI가 거의 자동적으로 창작을 하게 될 경우에 그 소스가 될만한 우리의 일상은 현재의 방식으로는 절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예시를 이 작품이 아주 잘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다.


다들 그렇지 않을 거라 믿고 싶겠지만 이전의 "쉬헐크"의 후반부 회차에서 노골적으로 그려졌듯이. MCU 시리즈물 제작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를 제 4의 벽을 넘어서 찾아내서 (넷플릭스일 것이 분명한) 방송국에 침투한 "쉬헐크"가 만난 "케빈"은 사람이 아닌 "AI"였다.


(출처 : IMDb)


"K.E.V.I.N."으로 자기 이름을 말하는 그 AI는 "Knowledge Enhanced Visual Interconnectivity Nexus"로 "지식 강화 시각적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결국,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시스템을 다름 아닌 이 AI의 이름이 예견했거나 미리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복기가 되었다.


미국 작가 협회가 실상 급여의 인상이나 처우의 개선만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기 보담은 오히려 가장 큰 파업의 원인은 거대 제작사 등이 추구하고 있는 "AI" 창작 프로그램의 가동을 멈추어 달라는 거였다. 문제의 해결은 되지 않지만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저항이었던 것으로 들었다. 그 내용을 드러내서 잽을 날리는 듯했다.


물론, 결론은 보다 "러다이트 운동"에 가까워서 문제의 원인이 되는 AI기기를 박살 내고 다시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긴 한데, 극화가 끝나고 나서도 속 시원한 해피엔딩의 결말이 났다고 믿기 어렵다. 그 작품 내에서의 내용으로도 근본적인 해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고, 기계만 수리되면 다시 벌어질 일이다. 계약서가 대기업에 계속 유리하게 철저한 방식으로 작성되는 한 그 어떤 힘 있는 개인도 이길 수가 없다.


이 작품의 어디에 출구가 있단 말인가? 그런 의문과 절망감 등등의 감정을 이기려 사실 2화를 봐야만 했었겠지만, 당분간 "블랙미러" 시리즈와는 좀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싶다.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드라마가 왠지 불편하게 느꼈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게 빨간 약이라도 권한 것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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