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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04. 2023

범죄도시 1.2.3, 찔러 보기

왜 1편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지 2, 3편을 다 본 뒤에 알 수 있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관객 동원력이
커진 시리즈가 나왔다.


시리즈물 중에 "최초에 시작한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속편이 나오기가 힘들다"란 말이 있었다. 그게 "분노의 질주"나 "007", "제이슨본", "MCU", "미션 임파서블" 등의 여러 프랜차이즈 영화가 나오면서 무색해졌다. "탑 건"이나 "매드맥스"가 수십 년을 건너와서 만든 속편이 극찬받아, 이를 다른 방향으로도 증명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영화 중에는 속편이 더 나아졌다면서 줄기장창 박수를 받는 경우는 아직도 드문 것 같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조폭 마누라", "장군의 아들", "미워도 다시 한번" 등등이 있었지만 최대 유효 회차는 대략 3회였던 것 같다. 그리고 또다시 회를 거듭하면서 관객 동원력이 커진 시리즈가 나왔다.


"신과 함께 1.2"가 있었고, 뒤이어 "범죄 도시 1.2.3"이 나왔다. 이 영화를 본 뒤에 어떤 감상문이나 평론을 남기면 취향을 들키거나 생각을 곡해당할 위험(?)이 있다고 느끼는지 사실 조금 진지하게 써 놓은 글을 찾아 읽기는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이 두 시리즈에 대한 리뷰의 현재 상황 같다. 그중에 하날 "찔러 보기"한다.


1. 찔러보기 전에 짚어 볼 것 : 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인가?

2. "범죄도시", 찔러 보기




그게 인류의 영상물의 오랜 역사를
관통하면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흥행작의 대표적인 한 종류 아니던가?


1. 찔러보기 전에 짚어 볼 것 : 왜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인가?

그 자체로 하나의 중견 기업인 "티켓 동원 능력"을 지닌 "마동석 배우"의 "범죄도시"는 1편의 히트 이후, "범죄도시 2"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로서 첫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다. 3편에서도 천만을 돌파하여 그가 출연한 천만 관객 작품은 총 5개가 되었다. 가히 티켓 파워로서는 시리즈물 역사상 한국 최고 수준이다.

아무도 이 작품에 대해서 "상"을 받을만한 작품이라거나 뛰어나게 재미있는 작품이어서 꼭 봐야만 한다는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뭔가 실수 없는 한방이 꼭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인 건지 "범죄도시 1.2.3"의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본 모두가 1편이 최고라고 했다. 그러나 최고의 흥행은 2편이 세웠다.


3편의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독일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긴 유럽 출장길을 가다 무엇을 볼 것인가 고민을 하면서 눈앞의 스크린 속의 수많은 작품을 훑었다. 일단 틀고 난 뒤에 후회가 없을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많이 지났다. 적지 않은 극장을 찾을 관객의 심리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예전에 봤던 작품인 "엘리멘탈"을 한번 더 틀어봤다. 디테일이 좀 더 발견되고,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도 좀 더 감동적인 울림을 줬다. 그렇지만, 이렇게 머리를 써가며 내용 속의 디테일에 군데군데 반응을 하는 것은 뇌와 몸에 피로감을 불러일으키고 이코노미석에서 겪는 피로도는 더 높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될 것이 낫다.


힘이 세고 건방진 인간에게 눌리고 살아온 인생에 짜릿한 보상을 주는 작품이 있다. 이걸 보려고 하는 그 뻔한 심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보려고 하는 관객이나 본 이후의 관객은 굳이 봤다는 이야길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인류의 영상물의 오랜 역사 동안 되풀이 되고 있는 흥행작의 대표적인 한 종류 아니던가?



2. "범죄도시", 찔러 보기


1) 범죄도시를 재미있게 본다고 해서 수준 낮은 관객은 아니다

그냥 온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그대로 드러낸 작품도 의미가 있고, 취향에 맞으면 그걸 볼 사람도 적지 않게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린 일상에서 별 볼 일 없는 대우를 받으며 구차하게 살고 있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을 보길 원한다. 무작정 극적인 면도 없이 다르기만 하다면 그걸 볼 이유는 없어지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이 점점 힘을 잃고 있는 것은 현실적인 개연성이나 극적인 반전을 잃어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PC를 고려한 고상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정작 화면 안에서 수없이 죽어가는 외계 생명체나 인류가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이전 성공작(소코비아 사태 등)이 다룬 10분의 1도 다루지 않는데도 있다.


흥행에 대한 주도면밀한 연구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점차적으로 감동을 일으키지 못하는 민숭맨숭한 작품이 나오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관객이나 시청자가 시선을 돌려서 다른 곳을 보지 못하게 할 장면을 만들고, 콘텐츠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PC가 나오는 이유도 실제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것을 넣어서 만들었을 때 지지를 받고 더 팔리리라 기대해서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걸 원하는 소비자가 있음을 파악했으니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준에서 내놓는 것이다. 워너 브로스의 "DCEU"의 실착을 쫓아가면서 말이다.


마동석이 출연하는 작품 중에 대표작인 "범죄도시"시리즈는 한국에서 MCU와 DCEU의 팬이던 그 밖의 관객이던 휴일 극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보기로 한 연인이던 누구 건 간에 "약한 자를 보호하고 법을 수호하고자 가공할 힘을 보이는 천하무적의 남자"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려 할 때 집어들만한 선택이다.


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무법자인 범죄자를 응징하는 통쾌함이 살아 있고, 근육 덩어리로 뭉쳐있는 "마동석 배우"의 움직임과 펀치는 그것이 사실임직하다는 느낌을 제대로 선사한다. 이전 시리즈와 연결되면서 꼭 기억해내야만 할 중요한 내용의 무게도 가볍다. 부담 가는 복잡한 플롯도 없다. 직선적으로 맞붙어 이긴다.


단순한 구조의 작품이라고 해서 이 작품을 즐겨 보는 관객이 수준이 낮다거나 한국의 대중문화 수준이 낮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유명한 평론가 중에 하나는 별점을 매기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한줄평을 적어 넣기를 거부했다. 호평을 남기면 수준에 대한 오해를 비난을 남기면 몰매를 맞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그저 대중의 관심사를 적절히 포착해서 마구잡이로 쉽게 편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라고 불리기에는 잘 만들어져 있다. 최소한 1편만큼은 "The Outlaw=무법자"라는 영문 제목에 맞게 전혀 법을 고려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같은 악당을 슈퍼 히어로 급의 주인공이 처단하는 내용을 지난 시절의 무협영화나 범죄영화, 히어로물, 경찰물 등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극화로 만들어 냈다.


최소한 "범죄도시 1편"에는 영화제 수상의 기록이 있고, 범죄자들에 맞서서 그렇게 깨끗하지만은 않고 약간 부정한 부분도 있지만 정의로운 주먹을 휘두르는 "마석도 형사"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잘 그려냈다. 2편과 3편의 영어 제목이 "The Roundup=체포"로 바뀌면서 형사가 법을 더 잘 수호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 같다.


2) 영화를 봤던 순서를 고백한다 

이걸 봤다간 쓸 말이 없지는 않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우선은 "범죄도시 2편"을 먼저 눌러서 봤다. "손석구 배우"가 철철 넘치는 야성을 가지고 침을 질질 흘리는 야수라도 된 것처럼 사방팔방 칼을 휘두르며 다니는 장면은 1편의 "윤계상 배우"가 연기한 곱상하게 생겼음에도 통제할 수 없이 호전적인 야누스와는 달랐다.


걸쭉한 "조선족"의 어투와 더불어 중국어를 오가는 "다른 세계에서 온 현대 문명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생명체"라는 느낌을 제대로 주어야 "마 형사"가 히어로로서 이를 격퇴하는 극적인 느낌이 배가 되는데, 사실 "범죄도시 1편"에서 감동 비슷한 가슴속의 찌릿함을 느꼈을 관객이나 시청자는 2편이 싱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1편을 보지 않고 2편부터 보았던 것이 성공적인 선택이었는지, 그대로 재미있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기라도 하는 듯이 초지일관 법을 무시하고, 바로 거두어 쓸 수 있는 현금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자신을 보란 듯이 드러내며 싸우는 악당은 도망만 가지 않고 자신을 쫓아오는 "약할 것이라 기대한 자"와 만나서 털린다.


1,3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단언하긴 어려워도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숨을 쉬기라도 했던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집중했던 것 같다. 그만큼 장면장면의 결합과 스토리의 진행이 "마동석 배우"의 통쾌한 펀치나 따귀 때리는 소리와 더불어 흥분감을 고조시키고 기대했던 결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대를 하지 않고 봤던 것도 주요했지만, "범죄도시 3편"을 곧바로 눌러서 봤다. 1편과 2편은 몇몇 인물(이수파 두목, 휘발유 등, 반장)이 연계가 되어 다시 나타나지만 3편은 "마동석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바뀐 새로운 설정으로 전편 이후에 수년이 지나고 다른 곳으로 배정을 받은 "마 형사"를 그린다.


하나 더 추가된 것은 "복싱"을 배웠다는 설정이다. 1, 2편과는 달리 더 빠른 몸놀림과 더불어 스피디한 펀치를 뿌리면서 행동반경이 넓어진 이유다. 그와 동시에 악당도 이제까지의 사회화가 되지 않은 야수 같은 느낌의 범죄자보다 더 위선적이면서도 살기 등등 한 경찰인 동시에 범죄자인 배역을 "이준석 배우"가 연기했다.


3편은 관객의 인지적 부담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더 증강된 인물의 변화를 통해서만 새로운 관객을 더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선지 "이범수 배우"같은 중량급 배우를 반장역에 붙이고 "최귀화 배우"를 대체했다. 그러나 3편의 흥행이 2편에 비해서 다소 떨어진 이유는 그런 변경에도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변경이 실책이었다고 제대로 느끼게 된 것은 바야흐로 이 세작품 중에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범죄도시 1편"을 보면서였다. 2편과 3편이 계속 나와서 성공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마동석 배우"의 티켓 파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완전성 높게 만들어진 "범죄도시 1편" 자체다.


청소년 관람 불가물로 시작한 1편이 조선족이 모여사는 마을이라는 설정을 제대로 그리고 이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그 또한 범죄자들 못지않게 다소 폭력적이고 때가 좀 탄, 근육질의 형사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자리 잡혔다. 여기에는 같이 연기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조력이 더불은 앙상블이 있었다.


여기에 무작정 강하기만 하고 외골수에 터프하기만 한 남자로 보였다면 매력이 없었을 "마 형사"에게 아재 개그를 하게 하거나 무식하고도 허당스러운 행동과 말을 하는 모습을 붙여서 여러 명대사를 만들어낸 동시에 관객이 매력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세편을 모두 본 관객이 왜 "1편"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는지 공감했다.


1편에서 이 캐릭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면, 15세 관람불가물로 관객층을 넓혔다고 하더라도 2편의 엄청난 흥행은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3편이 개봉 후 8편까지 기획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와 있는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매편 최소한 전편의 인물 몇 명은 갖다가 쓰는 것을 참고해야 지속성이 길어질 듯하다.


만약 봤던 순서가 1편과 2편, 3편의 개봉 순서대로였다면, 아마도 3편을 봐야겠다는 힘이 떨어져서 보지 않았거나 조금 실망감을 갖게 되었을 것 같다. 2편에서 3편을 보면서 조금 가라앉았던 재미가 1편에서 제대로 충족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지금 이 글까지 적을 수 있는 것이다.


이 1편에 지나치게 매여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1편의 성공요소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서부영화와도 같이 원형적인 "무법자"가 들이닥쳐서 당하는 마을 주민의 피해와 여기에 홀연히 맞서는 "보안관"같은 전통적인 스토리도 잘 녹아 있고, "외부의 무법자"가 "외계인"처럼 전혀 다른 세상의 생명체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의 연출력도 있었다. 그것은 2편에 와서는 흐려졌고, 3 편에서는 사라져 버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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