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해리슨 포드의 시대, 그럼에도 치밀함이 살아 있다
(사진 출처: Lucasfilm)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리란
신호가 느껴졌다.
"해리슨 포드"를 기억하는 관객이 지금은 얼만큼이나 있을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베트남 보트 난민 출신의 아역 배우 "키 호이 콴"이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 "호연"을 했었다. 그 배우가 38년 여의 세월을 지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출연해서 이끌어낸 반향은 여파가 있었다. 그 작품에 이어서 "로키 시즌 2"에 주요 배역을 맡기까지 했다.
그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허깨비가 망쳐온 세계에 실망한 관객에게 받아 들어질 만한 또 다른 남성상을 연기하는데 유용했었다. "양자경 배우"가 "9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아시아 여배우 최초로 수상하는 자리에 그 역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다시금 전면에 나타나면서 "해리슨 포드"와 "키 호이 콴"의 오래전 사진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사진이 떠오르고, 유튜브 등의 동영상에서 "해리슨"이 수술을 받을 때에도 "인디아나 존스"의 메인 OST가 나왔다는 이야기로 수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리란 신호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막상 개봉은 했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미국의 저명한 영화 관계자가 기대작으로 미는 말을 적지 않게 남기고 여러 방면으로 홍보코자 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골수팬이 다수 속했을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 일부 팬의 호응은 있었으나 보다 젊은 세대가 냉담한채로 저조한 흥행을 보여주며 가라앉았다.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작품의 소문을 이래저래 확인하다가 개봉한 지 5개월이 넘은 이 작품을 보게 된 것은 그 또한 "범죄도시 1.2.3"을 봤던 출장 기간 중에 비행기 안에서였다. 몸이 피곤했던 것은 같은 상황이므로 흥미진진함과 생기발랄함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는 이야길 안 하겠지만.
1. 벗어나야 했던 선입견
2.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찔러보기
그가 마지막 닻을 내린 것이
뭉클한 장면으로 느껴졌다
1. 벗어나야 했던 선입견
"레이더스"부터 시작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물을 모두 봤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시리즈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그저 한 회 한 회를 보면서 이 작품이 꼭 그전 작품의 스토리를 알고 있어야만 재미있는 작품일 거란 생각을 해봤던 적이 없다. 그저 하나하나 다른 작품이었단 기억만 있다.
그나마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마치 "카리스마"를 물려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숀 코너리"가 "존스 교수"의 아버지로 등장해서 마찬가지의 탐험가이자 모험가로서의 무모해 보이는 인상을 잘 연기해 냈고, 이를 잘 받아서 "해리슨 포드"가 상승효과가 나는 연기를 잘했다는 인상정도다. 반복되는 채찍 대 권총 내용은 제외하고.
그래서 이 작품도 전작이 어떤 내용을 갖고 있었는지 일체의 생각을 다시 떠올리지 않고도 수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일 거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1981년의 "레이더스", 1984년의 "마궁의 사원", 1989년 "최후의 성전", 2008년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 대한 애잔한 기억과 회고 없이는 기분이 좀 안 난다.
아마도 좀 더 준비성 철저한 관객이나 시청자라면 한번 정도 내용을 훑어보고 이 작품을 봤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1981~2008년까지의 작품을 2023년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는 거의 대부분의 관객과 시청자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 어느 정도의 장치도 했다. 장치가 보이면 떠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영상과 스토리, 액션 등에 있어서 "추억 팔이"에 의존하지 않고도 "노구"를 이끌어 혼신의 연기를 한 "해리슨 포드"의 열정과 메인 빌런인 "네오 나치"의 "위르겐 폴러"역을 존재감 있게 소화한 "매드 미컬슨"의 연기력과 "아르키메데스"의 "운명의 다이얼, 곧, 안티키테라" 관련 설정이 흥미로워 평타는 친다.
2.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찔러보기
1)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를 벗어난 유물 스토리에 신비감을 느끼기 어렵다
힘이 쪽 빠진 노년의 "존스 교수"는 그의 "은퇴"를 기념하는 대학교의 선물을 받고도 동료들 앞에서 실망한 내색은 하지 못하는 왕년의 왕성한 탐험과 모험, 터질듯한 에너지를 가진 강인한 남자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인 상태로 등장한다. 그런 그에게 다시 다가온 모험의 기회는 이 학교에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안티키테라"다.
이 기계 장치는 기원전 200년에서 1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장치로써 실제로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지만, 그 시대의 기술력을 넘어선 장치로써 "오파츠(Out-of Place of Artifacts", 즉, "시대를 벗어난 유물"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런 스토리는 예전엔 종종 재밌었다.
마법의 영물이나 종교의 유물 등을 마법의 세계에서 드라마틱하게 드러내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이미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인디아나 존스"가 이후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고 또한 못한 기간 동안 그런 류의 판타지를 이미 훨씬 넘어선 비주얼과 스토리를 결합해서 드러냈으니 김이 샌 듯하다.
"타임슬립"을 가능케 하는 기계로 변형된 내용을 만들고, 제작자를 "아르키메데스"로 하여 그의 무덤에 있는 나머지 반쪽을 찾아 결합할 때, 그의 손목에 차 있는 손목시계를 발견하는 장면 등은 꽤 고심해서 만든 개연성 높은 어드벤처 판타지물로 보였다.
스케일을 과거로 가져가서 "아르키메데스"가 "시라쿠사 섬"에서 "로마군"을 상대로 해상전을 벌이는 장면을 붙이고, 원래 이 장치가 이 섬의 공방전에 미래의 누군가가 와서 도움을 주기를 원해서 미리 "아르키메데스"가 오게 될 시간을 정해두었다는 설정까지 생각할 수 있으면, 그 치밀함에 박수도 쳐줄 수 있을 정도다.
2) 액션 배우의 모습이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기엔 너무 약해졌다
이보다 더 긴 세월을 건너서 속편을 만든 영화 중에 "해리슨 포드"가 나온 더 나은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 있다. 그것이 1982년의 "블레이드 러너"를 2017년에 속편으로 이어간 "블레이드 러너 2049"다. 이 작품이 달랐던 점은 "라이언 고슬링"의 이미지로 주연의 비중을 옮기면서 "스토리"면에서도 과거의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끔 강력한 그래픽 기술로 젊은 시절의 "숀 영"을 구현해 낸 기술이 유효했단 점이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널드 슈바제네거"가 역시 노년에도 불구하고 액션배우로서의 완력을 뽐내려고 노력한 최근의 작품은 원래부터 근육질을 상품화했던 이들이어서인지 모든 작품이 성공했다고 할 순 없어도, 강력한 완력을 이 두 사람이 보여줄 때, 과거의 잔상과 더불어 그럴만하다고 납득시켜 주는 면이 있다.
"해리슨 포드"에겐 액션 배우로서의 오랜 경력과 필모그래피가 있긴 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 그것이 납득할만한 노년의 괴력으로 보이지 않는 바가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호쾌한 "한솔로"와 "인디아나 존스"시리즈의 "존스 교수" 양쪽으로 미국 영화 역사상 양대 흥행 작품 시리즈의 주연을 한 유일무이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영화에선 그런 상징성과 매력이 다시 돌아오질 않았다.
물론, "깨어난 포스"에선 약 8년 전인 2015년이라서겠지만, 좀 더 활력이 있고, 매력이 넘치는 웃음도 그대로 표정에서 드러내 줄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 반전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허무함을 낳았긴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도 불멸의 영웅의 인상을 남겨줬다면 좋았으련만 "시라쿠사 섬"에 자신의 학자로서의 꿈이라며 남아 있기를 바란 그의 모습은 생의 종장을 떠올리는 약한 모습이었다.
80대에 이런 액션을 시도하고 촬영을 완료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박수를 쳐주는 것이 올바른 반응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극의 품질 자체를 더 흥미진진한 것으로 만들고 흥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그렇게 쉽진 않은 일이었겠지만.
3) 그 무엇보다 세상이 이 시리즈의 세계관과는 너무 많이 다른 곳으로 변했다
"미국을 더 위대하게"를 외치며 인종차별을 더 심화하고 각국 간의 협력보단 "이기주의"를 공식적으로 더 부추기고 온전히 자기 이익만을 탐했던 "트럼프"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도 되었다가 탄핵당한 이후에도 아직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실을 봤을 때, 지금엔 미움과 증오를 부추기며 사는 것도 괜찮은 승리의 방법 같다.
이에 못지않게 "푸틴"같은 독재자도 오랜 시간 러시아인을 통제하고 부추기면서 지지율도 유지하고 있다. "스탈린"이 원래 "사회주의 사상"에서는 배제되어 있는 "민족주의"를 부추겨 "나치 독일"과의 항전에 수없이 많은 "소련인"을 퍼부었던 것처럼, "국가와 인종, 지역 등"의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꽤 유효하다.
"히틀러"의 자살과 더불어 그 진행이 끝났지만, 아직도 실제로 남아 있는 "나치"의 세력과 그보다 더 위협적인지 덜 위협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치의 망령"과(소련군도 한번) 더불어 "인디아나 존스"의 전 시리즈에서 싸웠던 "해리슨 포드"의 "존스 교수"는 "망령"의 이미지가 된 건 아니었을까?
"해리슨 포드"의 "존스 교수"가 계속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었고,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수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졌고, 박진감 있는 액션씬이 있으며, 빌런의 존재감이 좋았고 어쩌고 하는 영화 내적인 요소보다는 어쩌면 그 시대에 받아들이기에 만족스러운 정의가 있어서였다.
4) 마지막 장면이 감동이 되기엔 기억이 너무 먼 곳에
작품 속의 시대에 맞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은 후반부에 나오는 "카렌 멜런"이 연기한 "매리언 레이븐우드"와 "존스 교수"가 다시 만나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말년을 맞게 되는 "가족의 중요함"을 전달하는 메시지다. 사랑에 대해서 전편 시리즈 내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안 했던 그가 마지막 닻을 내린 것이 뭉클한 장면으로 느껴졌다.
이 장면이 나름 감동이 되려면 1981년작 1편 "레이더스"에 출연했던 "카렌 멜런"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2008년작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에서 나온 "존스 교수"의 가족사를 떠올리는 게 차선이다. "샤이아 라보프"가 연기했던 "머트 윌리암스"가 그의 아들로 나온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모두 기억해 내기엔 그의 팬층은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고, 그를 모르는 관객/시청자는 미리 찾을 확률이 낮다.
이 영화는 상상력을 잘 발휘해서 볼만한 여지를 갖고 있다.
1) 1989년작 "최후의 성전"까지의 3 작품의 연속적인 대 흥행 성공 이후에 바로 수년 내에 후속편인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이 실제 개봉년인 2008년보다 10년 정도 먼저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작품 "운명의 다이얼"이 2013년 정도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고, 2023년보다는 훨씬 더 큰 흥행이 일어났을 것이다. "해리슨 포드"의 매력도 더 폭발적인 연속성을 유지했을 것이다.
2) 1~4편을 성공작으로 만들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원래 감독을 하기로 했던 "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작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애정을 담뿍 넣어서,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이 시대에 맞는 주제로, 1969년이 시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주제에 맞게끔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흥행은 조금 다른 양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3) "매즈 미컬슨"과 "해리슨 포드"의 맞대결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걸 나오게 했다면 어떨까?
"폴라"에서 나이답지 않은 근육질을 뽐냈던 "매즈 미컬슨"의 잔상이 적지 않은 OTT 시청자의 기억에 남아 있기에 그래픽과 대역으로 편집처리를 해서라도 이 두 배우가 제대로 맞붙어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면 꽤 박진감을 젊은 관객층이 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젊은 관객에 대한 서비스가 그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초반부에서 보다 젊은 시절의 둘은 기차 위에서 밎붙긴 했지만 약했다.
4) 영화 개봉 전의 정보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였다면 어땠을까?
악역을 맡은 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배우 "안토니오"는 최근작 "언차티드"에서 어이없이 죽는 악역을 한번 맡았다. "매즈 미컬슨"이 아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악역이었다면 그래픽이나 대역 처리 없이도 "해리슨 포드"와 지적 게임을 벌이는 동등한 위상의 빌런으로 나름 긴장감을 만들었을 것 같다. 다만, 흥행에는 "매즈 미컬슨"이 두말할 나위 없이 더 도움이 되었으리라.
5) 만약, "존스 교수"가 "시라쿠사 섬"에 "로마군"의 침공 시점에 남아 "아르키메데스"와 함께 했다면?
이 내용이 만약 영화의 후반이 아니라 중반 정도에 벌어졌다면, "대체 역사물"로서의 나름 흥미진진한 "존스 교수"와 "아르키메데스"의 역사 뒤집어엎기가 일어났을 것 같다. 현실로 돌아온 "헬레나"와 "테디"가 맞이한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고, "존스 교수"와 원래 전쟁에서 죽었어야 했을 "아르키메데스"는 살아남아 역사를 뒤바꿀 발명품을 즉석으로 많이 남긴다. "로마군"은 패퇴하고 지중해 역사의 주연은 "시라쿠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