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Dec 24. 2023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_1-2

17의 의미

(사진출처: https://images.unsplash.com/)


1-2 17의 의미


사실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이 좋아야 하는 일이다. 수십 년 전부터 한국에서 사랑을 제대로 받고 큰 사람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여왔다. "사랑을 제대로 받았어요"라고 주장하다 보면 그걸 믿기 힘들어하는 공공 기관과 기업체, 사회단체로부터의 검증 요청이 있었다.


사랑을 제대로 준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를 줄줄 늘여 썼던 100여 년 전쯤의 한국의 자기소개서라는 곳에 줄줄 등장하는 서두 부분을 잘 보면, 어렸을 적에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인간은 한국에는 거의 없었다. "엄하신 아버지와 다정하신 어머니"를 원형으로 하여 다양하게 변형된 부모가 사랑하고 훈육하고 바른 길로 이끌었으며, 여러 종류의 기업과 단체 등이 원하는 인재가 되도록 인성을 쌓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부모가 내리사랑을 꽃아줬다면, 사랑으로 철철 넘쳐나야 할 나라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은 왜 서로 사랑하길 거부했고, 아이를 낳길 그만뒀고, 결혼도 꿈꾸지 않으려 했던 걸까? 그들은 자신이 실제로 살아온 삶이 너무 끔찍해서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삶이나 자신의 거짓말 속의 삶과 바꿔서 기억했던건 아니었을까?

"LOSER 17"을 찾기 전까지 "LOSER 1"부터 "LOSER 9874"까지의 "연애 실패 범죄자"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구했다. 그 숫자는 각각의 인간이 인식하면서 인정하는 연애에 실패한 횟수를 의미한다. 그냥 횟수가 많기만 한 샘플은 오히려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없었고, 너무 횟수가 적은 샘플은 당연히 알려주는 것이 적었다.


"LOSER 17"은 "마스터"가 자신이란 최첨단 AI를 통해서 분석하기에 최적의 연애 실패 횟수를 가진 사람 샘플이었다. 이 샘플만 잘 분석해도 제대로 된 방향을 세울 수 있으리란 확률적인 계산이 섰다.


1. 집요하게 기억력이 좋다: 각각의 실패한 기억이 매우 선명할 것이다.

2. 기억과 감정이 거의 일체화되어 있다: 감정까지 날 것처럼 떠올릴 것이다.

3. 기억의 왜곡을 두려워한다: 기억을 여러 방향으로 재검증해서 정확하게 떠올릴 것이다.

4. 기억의 현장성에 충실하다: 시대의 배경 상황과 감정을 일치화시켜 분석 가능하다.

5. 자기 객관화 및 분석 능력이 높다: 그 실패가 자신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6. 능숙한 자기 합리화를 한다: 성공했다면 더 잘못되었을 거란 합리화의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7. 자기 긍정이 강하다: 연애하지 않는 자신에게 대단히 만족하는 사고의 경로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마스터"는 이 진귀한 사람 샘플에게 다시 방아쇠를 당기듯이 그의 의식 속에 침투한 자신의 음성으로 또다시 그것이 그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나온 독백인양 물었다.

"그렇다면 그 첫 번째의 활활 타오른 기억에 대해서 제대로 말해봐"

도대체 언제부터 나 자신이 이렇게 취조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몰아붙이는데 거리낌이 없을까? 지금 내가 정신분열이라도 일어나서 두 개의 자아가 되어버린 건가?

".......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심심한 건지, 또 다른 내가 심심한 건지, 도대체 잘 모르겠지만. 시작하지. 근데 그거 알아둬, 이 얘기를 하면서 내가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당연히 너도 불붙은 듯이 아플 거야. 그건 각오해."


이전 01화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_1-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