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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8. 2024

삼체:삼체 문제/미드 시즌1, 돌려 보기

금세기의 중국 역사와 문명이 낳은 SF명작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 올라온 때가 금년 3월로 한참 되었다. 당시에 키워드를 장악하는 중요한 드라마였다. 본 사람도 많고 이야기도 많았을 타이밍인데, 당시에는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류츠신"이 SF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을 보지 않는 것은 분명히 안타깝고 후회할만한 일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유랑지구 1"을 보고서 얻은 감동의 영향도 있다.

(출처: Vladmir Says)

그러다 최근 건강을 회복하고 체중을 줄이는 작년 8월부터의 내 개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선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끊은 뒤에 다른 습관을 갖지 않았기에 식욕이 늘어 금년 2월 경 8킬로가 쪘다.  


배가 눈에 뜨이게 많이 나왔고, 가족이나 아는 사람이 다들 이 튀어나온 배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어 있다 보니 부끄러웠다. 저항도 하고, 이 나이에 이 정도 배는 나올만하다 합리화했다.


3월 경에 마케팅/제품관리 부서에서 신제품 개발 부서로 이동한 뒤에 환경이 달라지게 되자 퇴근 시간이 예전과 다르게 일관성이 생겼고, 새롭게 만난 팀장과 팀원들이 건강에 신경 쓰는데 공감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점심 식사 후에 30분 회사 주변에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오는 2시간 30분의 길을 걷거나 집에 와서 근처 하천의 산책로를 2-3시간 매일 걸었다. 8kg 빠지는데 3개월 밖에 안 걸렸다.


그 과정에서 좋은 취미를 제대로 정착시키게 된 것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매일 산책할 때마다 듣는 것이었다. 아무리 방대한 책이라도 계속 듣다 보면 며칠 안에 다 듣게 되는 것이 매번 뿌듯했다.


그래서 약 1년간 전자책과 오디오북, 간간히 보는 종이책 모두 50여 권이 되었다. 달에 평균 4권씩 듣고 보면서 건강도 향상하면서 유지하는 좋은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으므로 점점 더 욕심이 커졌다.



그 욕심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원작인 "삼체"를 읽어야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본 영화인 "오펜하이머"의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었는데, 먼저 봤다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남았다.


"윌라"에 "삼체 3부작"인 "삼체문제와 암흑의 숲, 사신의 영생" 총 62시간 분량의 오디오 북이 "독점"으로 올라와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듣기 시작하자마자 며칠 안되어서 1부를 다 들었다.


(출처: 윌라 오디오북)

흥미진진하고 여러 실력 있는 남녀 성우 여러분을 캐스팅해서 훌륭한 오디오북 감독이 지휘해서 만든 작품이라 들을 때마다 흥미가 더 배가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류츠신"의 지식과 필력이 통한다.


"지구의 역사" 중에 중요한 시대 배경으로 언급이 된 것은 극 중 최악의 빌런이자 가장 복잡한 역할을 아역과 젊은 시절, 노년에서 보여주는 중국 칭화대 출신의 천체물리학자 "예원제"의 아버지이자 물리학 교수였던 "예진타오"가 문화 혁명 당시에 인민재판에서 10대 중반 소녀에게 맞아 죽은 비극이다.


(출처: The Envoy Web)

이 내용이 극 중에 벌어진 "인류"에게 엄청난 사건을 초래한 방아쇠 기능을 한다. SF작품으로 미래에 벌어질 일만을 말해야 하는 것이 SF작가의 의무인 것 같은 선입견을 넘어서서 용기 있게 쓴 것이다.


(출처: Screen Rant)

소설 원작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과거의 시대를 다루고 광범위한 과학 지식인 상대성이론과 고전물리학, 양자물리학, 천체물리학과 컴퓨터언어, VR 등 기술 지식까지 넘나드는 작가를 경외하게 되었다.


아직 듣게 된 내용이 전체 3부작 중에 1부작일 뿐인데도, 과연 이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감이 솔직히 잘 잡히지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매우 세밀했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삼체"를 보게 된 순간 이 이야기를 축약하면서 대중화시키고 소설 속의 가장 흥분되는 요소와 본질적이라 불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마법과도 같이 각색하고 편집했음에 놀랐다.


만약, 할리우드 자본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자본이 "유랑지구"와 같은 "류츠신" 등의 중국에서 호평받는 SF작가들의 작품을 각색해서 영상화한다면 그 품질 또한 대단해질 것이란 감이 잡힌다.


서방에는 아직 제대로 선전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기술력과 소프트 파워를 "류츠신"같은 작가가 제대로 알리고 이와 결합된 고품질의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계속 보게될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 작품은 원작의 또 다른 종류의 독자와 팬들에게 큰 욕을 먹을 만큼 너무 많은 디테일을 도려냈고, "왕먀오"라는 나노공학자와 "쓰창"이라는 요원 간에 벌어지는 브로맨스를 분해 해서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5명으로 나눈 뒤에 길고 복잡하고 사변이 끼어드는 서사를 얇게 압축했다.


(출처: Bleeding Cool)

일종의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5명의 배우 각각이 지니고 있는 높은 매력도와 좀 더 풍부해진 볼거리와 결합하면서 "왕먀오" 하나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다이내믹한 서사와 장면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400여년이 걸려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대함대를 보낸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진 "켄타우로스"에서 벌어지는 "삼체 문명"내의 배신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의 이야기가 완전히 삭제되고,


다르게 흐르는 두 문명의 시간과 감정적으로 메마른 "삼체인", 고차원을 저차원으로 전환하면서 만드는 지자 프로젝트, "예원제"가 2명의 "홍안" 남자 2명을 살해한 내용과 아이를 낳은 후의 마을 거주 내용 등의 디테일 삭제는 좀 아쉽다.


주연 배역의 매력을 분해하여 증대시키는 과정에서 "쓰창"이란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화했고, "강림파"와 "구원파", "생존파"로 나뉘는 지구 내의 "삼체 관련 집단"내용도 단순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면서 계속 끌려가듯이 보게끔 만들었던 것은 "삼체인"이 지구 문명 내의 아군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 퍼뜨린 "가상현실게임"과 장치를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태양이 3개인 태양계에서 수없이 행성이 타거나 말라붙는 "난세기"에는 "삼체인"이 모두 몸에서 탈수하여 종이처럼 돌돌 말아서 보관되다가 적정한 기후에 돌입하는 "항세기"에는 이들을 모두 입수시켜서 다시 활력을 갖게 만들어서 문명의 발달을 진행한다는 상상력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


(출처: Screen Rant)

"삼체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 가상현실 게임에서 벌어지는 "난세기"와 "항세기"의 교차와 지구 역사의 중요 과학자 명을 가지고 등장하는 게임 내의 인물의 모습과 경험이 제대로 그려진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톡톡히 본 시간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


(출처: BBC)

"심판 1호"라는 거대한 배에 지구를 배신하고 "삼체인"의 지구 정복을 돕기 위해 모여 있는 이를 배와 함께 잔인하게 나노강화섬유로 절단 내는 장면도 매우 잔인하면서도 실감 나게 보여줬다.


(출처: We got this covered)

이렇게 소설 속 1부인 "삼체문제"에 해당하는 8부작 시즌 1을 본 뒤에 아직 시즌 2가 나오지 않았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소설의 2부를 오디오북으로 들을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소설의 2부와 3부에 해당하는 시즌 2와 3의 제작을 확정했다고 하니 이제는 후속 시즌이 방영되는 것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것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느낌이 올라온다.


그런데 이렇게 소설 원작과 드라마를 본 뒤에도 어딘가 미진함에 마음에 남는 것인지, 각색하고 축약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소설 내용을 그대로 다 그려내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하는 33회 차로 만든 중국드라마 "삼체:문명의 경계"를 보기 위해 1편을 찾아서 보기도 했다.


(출처: FirstPost)

마법 같을 정도로 보이는 그래픽 기술이나 인물의 매력도를 글로벌 관객에게 극대화해서 어필하는 연출 기술 등은 없어 보이지만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중국 공산당 정부에게 밉보일까 싶어 "문화 대혁명"의 잔인함은 그려지지 않았다고 하여 아쉽긴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시즌 2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웹툰과 드라마에 있어서는 물론 한국의 경쟁력은 현재 최절정 상태라고 할만하다. 그렇지만 정통의 SF소설 한국 원작으로도 이렇게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언뜻 상상은 잘 되지 않는다.


잠깐 어설프게나마 습작 형식으로 만들어진 과학 기술 등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쓰이고 플롯이나 인물의 캐릭터성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빈약한 스토리의 내 작품을 보면서 그보다는 훨씬 높은 품질의 SF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이 잘 발굴되어서 드라마나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힌다. 보고 싶은 종류의 SF 극화를 발견하지 못해서 쓴 것이나 의욕만 충만했다.


얼마 전에 "더 문"이라는 한국 SF의 위대한 시도가 실패를 맞았던 가슴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이가 훨씬 많겠지만. 문학작품으로서의 값어치까지 인정받는 한국 SF극화 원작이 영상화해서 글로벌 무대에서 흥행하는 이런 쾌거가 언젠가는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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