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성공 뒤에 가려진 잠시 성공했던 회사 얘기
북미나 유럽 출장을 떠나면서 경유지에서 보낼 시간까지 계산해서 20여 시간 내외의 출장을 가게 되면 최근까지는 무슨 수를 쓰든 간에 도착일 전의 항공기에서 충분히 잠을 자려고 애를 썼었다.
하지만 일요일 정오에 유럽으로 떠나는 항공편에 몸을 실으면서 며칠 전부터 아팠던 어깨 근처 근육이 편히 잠을 들도록 놔두질 않았다.
“모나크”를 드라마로 보다가 생긴 호기심에 그간 히트해 왔던 “고질라 x 콩 : 뉴 엠파이어”와 “고질라 vs 콩”, “킹 오브 몬스터”를 개봉 역순으로 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몬스터버스”라는 흥행 시리즈의 성공탄을 제대로 쏘아 올린 2014년작 “고질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거대하게 지구와 지구 내부의 다른 세계를 마음껏 박살 내는 액션을 흠뻑 느꼈다.
일본의 특촬물이나 로봇 만화는 통상 할리우드 실사 영화하면서 몇 배 더 높은 매력을 갖기 마련인데, 미국 영화사에서도 빛나는 유명세를 뽐내는 “킹콩”이 조력자이자 라이벌로 등장해서 규모와 현실감이 증강되었다.
그런데 졸려가는 눈을 치껴뜨며 경유지인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쓰려고 한 글은 그 세편의 영화에 대한 글이 아니라 마지막에 본 ”블랙베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12월 1일 일요일에는 독일 하노버에 있으면서 밤마다 근육통이 나아지지 않고 몸을 아프게 만들어서 매일밤 글을 쓸 여유를 주지 않았고, 2일 밤은 뮌헨으로 저녁에 이동한 뒤에 맥주를 동료와 마신 뒤에 잠들었고, 3일은 전시회 상담으로 기진맥진해서 잠에 들었다.
4일은 프랑스 클레몽 페랑으로 심야에 이동 후에 거의 기절했고, 5일은 가장 여유로운 밤이었지만 그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스케줄이어서 강제로 빨리 잠이 들도록 내게 최면을 걸었다. 그런데, 그 파리로 가는 항공편이 1시간 지연되더니 아예 취소되고 다음날 항공편으로 강제 변경되었다.
일단 여행사에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한 바 그 취소된 시간 다음 항공편에 비즈니스석이 단 2석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항공사에게 "만약, 오늘 이 항공편으로 가지 못하면 귀사와 우리 회사는 중요 미팅 취소에 따른 손해 배상건으로 귀찮은 소송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일반석 가격에 가게 해 달라"라고 협박하다시피 해서 일반석 가격으로 타고 갔지만 원래 일정상 예정된 시간보단 많이 늦게 도착했다.
원래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만나기로 했던 파리의 2개 파트너사를 오후에 모두 만나기 위해 파리의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여행가방을 질질 끄는 채로 뛰어다녔고, 무사히 돌아오는 항공권도 원래 일정에 맞게 확보해서 귀국해서 7일 토요일에 도착했지만 낫지 않은 근육통을 핑계로 글을 쉬었다.
그 과정에서 잠에 빠져 기내식도 한 끼 거르고, 일어나서는 기내 영화 "로봇 드림"과 "비틀 주스, 비틀 주스"를 봤다. 총 6편의 영화를 봤으므로 "영화 돌려 보기"에 쓸 소재는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뮌헨에서 알게 된 한국의 "비상계엄 선언"은 그냥 영화를 보고 나서 쓸만한 평범한 리뷰를 써선 안된다는 명령을 내 자신이 나에게 내리도록 만들었다.
거창한 이야기를 쓸 자격을 받았던바 없지만 살면서 유신정권종말(1979)과 5.18(1980), IMF(1998), 노대통령 탄핵 가결(2004), 박대통령 탄핵 가결(2016) 그리고 바야흐로 윤대통령 비상계엄/탄핵 가결(2024)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여러 번 겪어 왔다. 이 이야길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블랙베리"는 한국도 속해있는 글로벌 시장의 질서 속에서 잠깐 반짝이는 성공에 취해서 이미 가진 능력밖에는 더 발휘할만한 능력을 배우거나 다른 이를 뽑아서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새롭게 발휘하도록 만들 비전과 리더십, 겸손함, 현실 직시 능력을 잃어버린 자가 어떻게 균형감을 잃고 넘어져 버리게 되는가를 확실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보여준 작품이었다.
실제와는 다르게 극화적인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넣은 가상적인 내용이나 훨씬 더 복잡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된 주인공인 두 인물(마이크 라자리디스, 짐 발실리)이 성공하기 위해서 갖고 있던 자질과 능력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할 때까지의 내용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고,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확실한 경보음을 울린다.
"블랙베리"를 만들었던 회사인 "RIM(리서치 인 모션)"은 2022년에야 완전히 망했지만, 이 회사의 전성기는 1992~2008년으로 2007년도에 "아이폰"이 터치 스크린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등장하기 전까지의 시기였다. 폴더폰도 아직 많이 팔리고 있던 시점에 스마트폰을 개발한 업체는 드물었다.
자신이 속한 회사가 대기업이고 자신은 명문 하바드 대학을 졸업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기껏 탈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서 사업을 펼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때쯤에 "짐"은 자신에게 사업 투자를 권하는 프레젠테이션 하나 제대로 못하는 "마이크"와 그의 동료를 마주하고선 무시했던 이메일 보내는 키보드 달린 전화기의 가치를 나중에야 알게 된다.
최초의 "마이크"라는 인물이 소심하지만 진지하게 중국산 싸구려 제품이 종종 보여주는 불량을 직접 "짐"의 사무실에 들렀을 때 직접 중국산 스피커를 열어서 손수 수리한다거나, 그냥 대충 만드는 "프로토타입 샘플"보단 좀 더 실제 제품에 가까운 시현품을 만들어 내는 장인 정신을 가진이였을 때, 그의 회사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고자 하는 거래처에게 속아 거래 확정 서류도 받지 못한 채 제품을 미리 만들어내고 부도를 맞을뻔한 위기에 처하는 비즈니스적인 감각과 경험이 없는 회사로 그려진다.
"짐"은 자신만만하기 그지없으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꼼수에 익숙한 동시에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며, "마이크"에게 없는 비즈니스적인 감각과 더불어 거래기술, 마케팅 능력과 영업 능력을 발휘하며 무리하더라도 회사를 성장시키는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에게 없는 것은 양심 및 도덕적인 판단력과 결부된 준법정신이다. 그것이 그의 성공을 중단시킨다.
이 둘 간의 조합이 제대로 맞물려서 어느 순간에 "마이크"도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지닌 인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겸손함과 더불은 현실 직시 능력을 상실한다.
원래 공동 창업자라고 할 수 있는 "더그 플레긴"은 다소 모자란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도 사람에 대한 친화력과 연구개발진이 창의력을 갖고 헌신적인 개발을 하도록 동기를 이끌냈었지만, "마이크"가 "짐"과 같은 존재로서 변화하는 상황에서 모멸적인 언사를 듣고 회사를 떠나게 되는데, 이때 RIM의 주가가 최고점이었다. 후일담 흐를 때 가장 부자로 나오는 것은 공교롭게도 그다.
블랙베리가 실패한 이유는 다음으로 압축된다.
1. 아이폰이 등장했는데도 쿼티 자판을 단 스타일을 고집하며 터치 패드 등 신제품 개발 등한시함.
2. 전자메일을 대량으로 보안 유지하며 저렴하게 전화요금에 보내는 장점에 과몰입했지만, 데이터로 수익 창출코자 하는 통신사라는 갑사와 여기에 호응하는 아이폰이 바꾼 게임에 무지, 대응지연.
3. 무조건 성장하리라 믿으며 스톡옵션으로 허황된 미래급여를 약속하며 구글 등의 개발자를 빼왔지만, 그 같은 절차가 불법적이었고, 아이폰 등장 이후 성장세 꺾여 연방정부 단속받음.
4. 임기응변적으로 당장의 주문을 뺏기지 않기 위해 키보드 같은 느낌의 클릭 시의 질감을 제공하는 터치 패드 스마트폰을 중국산으로 부랴부랴 만들었지만, 품질 결함 제품 다량 도착.
5. 연방정부로부터 처벌은 받지 않았으나 "짐"의 불법으로 인해 도덕적으로 큰 손상을 입음.
6. "짐"이 선호하는 아래 직원을 무시하면서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스타일의 관리자를 채용, 상상력과 더불어 주도성, 자율성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 연구개발팀의 역량이 붕괴됨.
7. "마이크"가 잃어버린 현실 직시 능력에 결부된 개발 능력, 경영 능력, 품질 우선 경영 방향.
영화의 후반부에서 대량으로 중국에서 생산하여 들어온 "블랙베리" 신제품의 결함을 확인하며 일일이 박스를 뜯고 하나하나씩 확인하며 수리하는 "마이크"의 모습은 그가 성공한 이유에서 더해진 더 이상의 자질상의 향상이 없이 그저 더 꼰대화되고 협소해진 상황인식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실패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그 이후에 한국에선 "비상계엄"이란 것이 터졌고, 해외 출장을 나와 있던 나와 동료, 뮌헨의 전시회장에 같이 있었던 10여 명의 한국 거주 한국 직원, 해외 거주 한국 직원, 유럽 현지 마케터와 영업직원 등은 이 상황을 맞아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 양상은 아래와 같았다
1. 출장 한국 직원: 대통령이 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귀국 가능할까?
2. 해외 지사 한국직원: 주식 등이 한국에 있는데, 인출이 안된 상태에서 가치 하락 중이다. 어쩔까?
3. 유럽 현지 직원: 한국이란 나라가 민주적인 현대 국가인 줄 알았는데, 미얀마처럼 계엄하네. 왜?
다행히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들린 해외 고객사 직원들은 이야기를 꺼내주지 않았다. 다만, 유럽인이 거의 대부분 몹시 싫어하는 "트럼프"에 빗대서 설명하면 모두가 더 묻지를 않았다. "그전까지 한국 언론 등에서 해외에 이야기한 적이 없었겠지만, 미국에서 탄핵도 당했던 '트럼프'보다 더한 이가 한국의 현재 대통령이다." 그 말을 들으면 더 이상 돌아오는 문의가 없어 이야기가 편했다.
결국 12월 14일 "비상계엄선언" 이후 11일 만에 "탄핵가결"이 이뤄졌고, 설문기관 조사결과를 참고했을 때 일련의 소수(11%가량의 지지자)를 제외한 89%의 국민은 이제 안심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민주 국가 국민"으로서의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
"계엄 발표 이후"명령받은 군/검/경이 민주 시민 다운 대응과 명령 거부 등으로 맞서고 더불어 국회로 달려온 민주시민들이 군의 국회 진입을 목숨을 걸고 막았다.
다행히 "게엄 150분 내에 계엄 해제"가 적법하게 의결되어 이뤄졌고, 탄핵도 민주적이지 않은 여당의 탄핵 투표 거부퇴장이라는 진통을 겪은 뒤 다시 실시된 투표로 겨우 이뤄지며 "미얀마"수준까지 떨어졌던 국가 이미지를 간신히 다시 복구중이다.
"계엄해제"가 되지않았다면 이 시기에 해외 출장 중이던 한국인 직원은 돌아오는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으며 가족과 오랜 시간 헤어져 해외를 유랑하며 이산가족의 세월을 보내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말던 이런 일을 저지르는 통치자는 자신에게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불어 넣어준 생각인지 알아보면 합리적 사고와는 큰 상관없는 사이비 주술사나 종교집단인 경우가 나오고.
이제 헌법 재판관의 심사를 통한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오든 국민은 "그"가 "블랙베리"의 수장이었던 "마이크와 짐"만큼 자신의 입지를 실패란 방향으로 확실하게 떨어뜨릴 잘못된 선택을 했단 사실을 피할 결론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진보, 중도, 보수 상관없이 역사는 이 내란(친위 쿠데타)을 성공했던 실패했던 간에 결과적으로 옹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래와 같았다.
1. 오로지 통치하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외에는 현 세상의 변화 따위에 관심이 없다.
2. 그의 정치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랄 수 있는 "국민"의 생각과 안위 등에 관심이 없었고, 지지율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가운데 반복했다.
3. 그런 결과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를 했지만 이것을 부정선거라고만 이야기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4. 오로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야당의 수장을 검사 시절 등에서 배운, 혐의를 만들어 입증시키고 사회적으로 파멸시키는 것에만 집중했고, 협치를 거론하지 않았다.
5. 국민이 아무리 불법적인 "그"의 "아내"의 행위에 대한 자제와 법적인 조사를 요청해도, 무리하게 거부권을 남발했고, 행위를 자제시키지도 못해서 문제가 재발/확대만 되었다.
6. 국민 중에 극소수에 불과하고 정보의 입수 범위도 협소한 시대착오적인 "주술"과 결합된 극우 유튜버 등의 이야기만 듣고 이를 자신의 정치적 신념화하여, 자신과 생각이 다른 모든 국민을 강제적으로 통치하고 통제하기 위한 "비상계엄"을 오래 준비해서 실행했다.
7. 이로 인해 벌어지는 국내 및 재외 국민 모두의 피해에 대해서 아무런 고려가 없다. 나아가서 대외적 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한국 경제가 취약해지는 문제와 복리 후생 문제 발생에도 별생각이 없다.
좀 더 오래 리더의 자리를 보전하고 싶다거나 공적/사적 직장 생활을 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영화 "블랙베리"를 보기를 우선 추천한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도 아직 무엇을 최소한 조심해야하는 건지 아이디어가 안생기는 분이 있다면 "비상계엄"에 관련된 기사와 영상을 최소한 "극우나 극좌" 등이 아닌 사고 방식이 균형잡힌 사람이 만든 버전으로 보길 권한다.
조중동 칼럼이 모두 한 목소리로 욕하는 이른바 보수당의 대통령을 또 보게 된 것은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