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있는 연습날이었지만 지휘자님을 더 잘 알게 되고 바랄게 생기다
이번 주 토요일(5월 30일)은 오전에 가족사로 인해 병원에 들렀다가 "미아사거리"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연습 장소인 마포 문화센터까지 가는데 소요시간이 비슷한 두서너 갈아타는 옵션을 놓고 잠시 고민했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익숙한 4호선을 타고 6호선을 삼각지역에서 갈아타는 루트를 고르고 간바. 꽤 여유 있고도 이르게 도착해서 커피와 베이글 세트를 파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여유로운 브런치를 먹었다.
그러다 합창단의 전체 단독방과 지난번 모임(보이즈라 이름 붙였다)의 분들과 만든 단톡방에 올라온 글로 5호선 지하철에 불이 나서 운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내려서 버스 등을 타느라 많은 합창단원이 예기치 않았던 지각 사태를 겪게 되었음을 알았다.
만약, 내가 지하철을 갈아타는 루트를 4호선에서 5호선으로 잡았다면 누군가 방화를 시도하다 꼼짝없이 열차가 멈춰서 400여 명의 승객이 1.5km가량을 걸어 선로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온 끔찍한 사태를 직접 경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대구 지하철 사태 이후 불연 소재 등으로 기차의 좌석 등의 소재가 대체되지 않았고, 화재 진압 및 대피 훈련 등이 안되었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기사를 뒤져보니 아내와의 이혼 관련해서 받은 스트레스로 사회에 불만을 품고 "신나"를 잔뜩 가지고 지하철을 타서 바닥에 홍건 하게 뿌리고, 음식점 주방용 점화 장치로 불을 붙였는데, 유서 같은 것을 쓰지 않았던 바, 남들만을 자신의 방화로 다치거나 죽게 만들고자 한 악성 범죄행위를 시도했던 거였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가 불을 붙이는 것을 목격했던 주변 사람이 왜 그랬는지를 따지자 다친 사람 없으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이거야 말로 "계몽령"의 논리와 판박이 논리다.
불이 나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치 방화범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다 거멓게 그을린 손으로 식별되어 검거되었다고 한다. 구제불능의 나쁜 인간이 이런 짓을 한 것이다. 법정 최고형을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합창단 모임 시간 15분 전에는 자리에 와서 각 파트별로 발성 및 호흡 연습을 해야 한다는 지휘자님의 권고의 빛이 바래졌다. 이건 어찌해 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약간의 초초한 심정이 그분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내용을 합창단원에게 알려줘야 좀 더 연습이 잘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의 정식 직업은 "해군 군악대 장교"였다. 장교 전의 병 생활은 해병대에서 마쳤다고 하니 근성 있고,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건 계속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유니세프 후원자 합창단"의 지휘자는 왜 맡았는가? 어디까지나 재능 기부 차원으로 맡은 것이다가 말씀이었다. 해병대 소속일 때 선임병으로 만났던 이가 현재 반주자분이란 이야기도 처음 들었다.
이 지휘자를 자원해서 맡은 일은 "유니세프"로부터의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 단체의 취지에 공감하는 활동을 하고자 해서 진행하는 것이란 확실한 메시지를 알게 되니 그만큼 이런 취지에 같이 동감하는 우리도 그냥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부여하고 동기 부여해서 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정말로 설득력 있게 잘해줬다.
코로나 시기까지 포함한 수년간은 가창 연습 등의 활동보다는 친목 위주의 활동을 많이 했고,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서 뽑아 규모가 확장된 이상 "유니세프"의 취지에 더 부합하는 공연 활동을 위해 더 고급스러운 곡을 선정하고 더 열심히 연습하여 최소 연말에는 8곡을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합창단이 되는 것이 수치까지 같이 언급되며 설명되자 모든 것이 머릿속에 더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
이번에는 2곡의 신곡중에 한 곡에 우선 더 중심을 두고 연습을 했는데,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사이트 등이 공유된 탓인지, 그 같은 지휘자님의 말씀이 동기를 향상한 효과가 즉각적이었는지, 생각보다 각 파트를 모아서 부른 바 그럭저럭 불러졌다.
그런데, 이번엔 파트별 연습 등이 현장에서 한두 번 정도 이뤄졌지만 뭔가 좀 미진했다고 느껴졌던 그 곡을 파트 모두가 같이 부르게끔 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 대량의 길 잃은 양이 생겨났다.
여성 파트 쪽은 그대로 길 위에서 헤매는 수준이었다면 남자 파트는 길 밖으로 벗어나 강과 산과 호수 등의 다채로운 장소로 길을 잃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휘자님이 이야기를 해주시긴 했지만, "음원"은 듣는 효과를 만들어주긴 하지만 직접 부르지 않고는 그 음을 제대로 합창 중에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실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거의 모두가 아노미에 빠진 것처럼 파트를 녹여서 전체 합창을 제대로 만들만한 능력이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음이 명확했다.
그다음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부를 때 얼마나 이 합창단, 특히, 남성파트가 갑자기 자신감이 차오르고 확신에 찬 음으로 노래를 불렀는지는 그 장소에 있지 않았어도 알만한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부를 수 있는 곡을 부르게 되니 목소리는 두성 등의 이른바 성악하는 이가 선호하는 발성 법이 아닌 노래방 방식이 되긴 했지만, 자신감 있게 부를 수 있는 곡을 합창단이 같이 부르고 있다는 자부심은 더 고급이고 더 어려운 곡을 연습해야만 할 때 분명히 힘이 되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잘 아는 곳을 먼저 연습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 신곡을 연습하는 방식으로 한번 훈련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어떨까 제안을 하고 싶어졌다.
작고도 달성하기 쉬운 일을 자주 해내고 목표로 하는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므로, 이 순서가 어려운 곡 앞에 자신감을 잃고 있는 길 잃은 어린양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날은 유니세프의 팀장이 참석한 모든 단원에게 아이스커피와 빵을 돌렸다. 맛있게 먹고 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고, 이 단체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자부심이 생기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조금씩의 마음의 높이를 올려가는 과정. 그것이 결과를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준비 과정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이게 없는자는 지하철에 불도 지르는 법이고 너무 넘치면 자기를 망치게도 되지만 적절한 수준의 자부심은 안되는 일도 되게 만드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