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끝까지 꿈꾸는 모습을 보이다
(표지 출처: prime video)
이 작품이 OTT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서 또한 볼까 말까를 계속 망설이게 되었다. 딱히 "SM 엔터"를 좋아한다고 하기는 뭣하지만, 한국이 글로벌팝계에 제대로 한 획을 긋는 데 있어서 "이수만" 씨가 자신의 이름의 이니셜을 딴 회사로 만들어낸 공헌은 또한 쉽게 폄하할 수 없는 업적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상황에서 자기 목소리를 대중을 향해 제대로 내어본지가 오래된 그의 모습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공장과도 같은 스타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젊은이와 그 부모의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을 갈취하여,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외형을 크게 만드는데 그들을 이용하고, 인기가 떨어지거나 대중으로부터 공격당하면 일부 스타가 자살하는 폐해가 있었으며, 내부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자신이 창업한 기업의 "총괄 프로듀서"라는 지위를 잃고 방출된 부정적인 모습이다.
연습 기간만 최소 1년에서 7년까지 걸리는 스타 육성의 시간 동안 투자하고 이 시작과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경쟁을 거치고서 살아남은 이 중에 자기 창조력을 발휘해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치는 인재를 스타로 데뷔시켜서 국가 단위의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 온 것은 인정할만하다.
그리고 SM을 벤치마킹하고 그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또한 세련되고 국제화된 또 다른 기획사가 탄생하고 BTS와 같이 전 세계적인 파란을 일으키는 그룹을 "하이브"가 만들어내기 전 "케이팝"이란 용어 역시 이수만 씨가 만들어 낸 그 역사의 초입에 SM이 보여주고 증명한 가공할만한 성공 스토리는 연속적인 "케이팝"의 붐을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도록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그가 없었어도 누군가 더 잘 제대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역사적인 가정은 좀 옆으로 빼두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과를 따짐에 있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산업화를 이끄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공은 일부라도 인정해야, 그가 그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서 독재가 이뤄지고 정치사회적인 억압으로 인해서 경제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이 반대급부로 빈곤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음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당시 드라이브했던 산아제한 정책도 지금 저출산을 가속화 시킨 요인 중 하나다. 저출산율은 대다수 선진국이 겪는 현상이긴하나 우리나라의 현재 수준은 너무 낮고, 변화가 없다면 가장 빨리 원래 국민이 지구에서 사라질 국가로 예상될 정도의 수준이다.
중국 감독이 만든 "아마존 MGM 오리지널" 작품인데, 일단, 이 제작사는 이미 SM에 속해 있을 때의 "이수만"과 관계를 갖고 있는 회사이고, SM의 경영에서 '23년도에 축출되어 나온 "이수만"을 더 미화하고 영웅시하기 위한 방향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어떤 제대로 된 객관적인 내용만이 있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분명히 미래 방향은 알고 그 방향으로 갔지만, 예언자처럼 모두 맞아 떨어졌던 것은 아니다. 마치, 자생적인 방법만으로 한국 가요의 글로벌화를 추진해나간 것처럼 그려지지만, 일본의 연예기획사와 미국 연예기획사 등등이 하던 방식에서 많은 것을 모방했다. 가져와서 더 고도화하고 시스템을 심화하여 발전시켰다는데 더 큰 의의를 둘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겸손한 방식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다만, 그 어떤 글로벌 영화사도 아직 "케이팝"을 만들어낸 영웅의 전기나 일대기를 만들어서 설사 그 방영채널이 OTT(프라임 비디오)일지라도 상영하거나 개봉작품으로 내놓을 마땅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에 다크 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SM의 이미지를 이 작품으로 개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이수만"을 둘러싼 사람들 간에 제대로 만들어져서 나온 타협의 산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만"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만든 "Alpha 2 Omega 엔터테인먼트"가 성공적으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자기 변명을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뿌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SM 엔터"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일부 드러내면서도 "이수만"과의 사이에서 남은 앙금이 없다는 신호를 명목적이나마 뿌려야 했다. 최소한 방영에 저항할 이유가 없는 편집을 해낸 이유같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한류에 관련된 불미스러운 소문을 잠재워야했다. 그리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입장에서는 "오겜"이나 "케데헌" 등이 일으키는 트래픽을 이런 다큐로도 일부나마 흡수할 기회를 잡아야 했다. 중국 정부는 "이수만"이 중국 드론 사업에 투자(링크)하고 있고, 중국 중심의 다국적 걸그룹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좀 더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 중국계 감독인 Ting Poo의 입장에서도 "이수만"을 좀 더 멋지고 쿨해 보이게 만들 자연스러운 동기가 주어진다.
그래서 그가 한 변명과 법적인 문제없는 수준에서 잘 절제해서 말한 내용을 구구절절이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더 많은 돈과 권력 등을 얻기 위해서 때로 밑의 사람을 극단까지 밀어붙이기도 했을 것이고,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서 배신자의 성공을 막아내기도 했을 텐데, 그것을 말끔히 합리화하는 이야기야 언제나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서다.
오히려 이 다큐멘터리가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은 그가 프로듀싱의 귀재이자 아티스트이기에 앞서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우선시하는 공학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고, 그의 왕국도 "Culture Technology"의 산물이라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방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이수만"에 대한 변명뿐만 아니라 SM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에 대한 변명과 더불어, 미래 글로벌 팝 산업에 대한 혜안을 갖고서 여기에 투신하는 일관성 있고 인간적인 존재로 "이수만"을 포함한 "SM"에 관련된 이들의 이미지를 곱게 포장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SM과 "이수만"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본다면, 시대의 변화가 공정한 기회를 아티스트에게 나눠주는 것과 기업의 지배구조를 정상화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맹렬하게 변화해 온 상황에서, 급격한 사회문화질서의 변화와 동떨어진 "제왕적 지배 구조"로부터 총이익중의 40% 이상을 자기 재산으로 가져오도록 컨설팅사와 페이퍼 회사를 만드는 등의 편법을 유지한 내용을 수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다. 언론사도 조중동, 경향, 한겨레 등등 좌우 진영 상관없이 나와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전통적인 창조적 영웅을 포장하는 할리우드 문법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서,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창조적인 천재가 언제나 그랬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꿈을 좇아 열심히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노력했더니 인정받고, 부자 되고, 영향력이 생기고,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변함없는 감동적이고 직선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 여기에서 지저분한 이야긴 최소화된다.
이것이 일면 지루해질 때쯤에 앞의 내용에서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써 "이수만"이 결국 인간은 아바타가 될 것이며, 앞으로 10년 후엔 인간이 음악을 만들지 않고 인공지능과 결합된 아바타가 음악을 만들어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자신이 한국의 산업화 시대 이후의 문화 융성기를 예측한 뒤에 미국에 유학하여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배워, 한국에 돌아와서 만든 "Culture Technology"가 "케이팝"이란 자신의 조어대로 세계적인 문화 상품을 성공시킨 것처럼, 인공지능 아바타가 음악을 만드는 세계가 될 것이란 신념을 이야기하고 모션 픽처 사진을 찍는 센서를 얼굴에 잔뜩 붙이고선 이런저런 기괴한 표정을 그 안에 담는 장면도 나온다.
'22년부터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보니 '25년에 이 내용이 나온 것은 '23년도에 일어났던 그와 그의 처조카를 포함한 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가 "총괄 프로듀서"이자 각종 외부 개인회사의 대표로서 컨설팅 계약이나 커미션/로열티 계약으로 SM의 이익의 대부분을 독식하던 상황이 그의 처조카 쪽의 일방적인 축출 통보와 더불어 우여곡절 끝에 사라져 버리고,
당시 SM을 인수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주식 시세조종(하이브가 주식 공개 매수가를 12만 원으로 SM주식을 매입하려 하자, 단기간 주식 매수 비중을 늘려서 그 이상으로 주가를 조작)을 한 내용으로 "김범수 의장"이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뒤에, 이수만의 처조카이자 SM 현경영자인 "이성수 CEO"의 측근이자 비선실세 역할을 하던 "장재호 CSO"가 벌인 혼란상도 정리된 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이런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이상 마지막 결말부의 내용은 꽤 기괴하게 다가오게 된다.
중간중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 회사 홍보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장면에서 "이수만"을 선생님이란 칭호로 부르며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하던 "이성수"가 실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수만"을 대상으로 대중에게 배포한 유튜브 동영상에선 한없는 경멸과 더불어 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완벽하게 결별하고,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어차피, 시청자가 AI로 알아보면 잘 정리되어서 나올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다큐 속에 충분한 설명을 남기지 않은 것 같지만, "이수만"은 그 같은 처조카의 행동에 매우 큰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만을 이야기하고,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으며, 자신은 자신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세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제국 SM"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려고 했던 길을 더 갈 것임을 7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로 인해, 그가 예상하고 더 진행해보고자 하는 현지 가수를 통해서 글로벌 케이팝 한류를 더 확장하고 퍼뜨리겠다는 야심 찬 행보는 아직 그 전의 성공만큼의 혁명적인 진화에는 가닿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진한 내용은 아직 그의 심복과도 같이 그를 따르는 "유영진 이사"와 함께 중국으로 이동해서 그곳에 엔터테인먼트 현지 개인 회사를 차리고, 중국과 일본 등에서 글로벌 케이팝 그룹에 참여할 이를 오디션 등으로 뽑아서 "현지화"의 단계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성장한, 야심만만하고 실력이 넘칠 정도로 뛰어난 두 명의 중국 여자아이가 열정적이면서도 세련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을 보여준다.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 회사에서 결별 통보를 받았지만, 자신이 하기로 한 일을 제대로 해냄으로써, 자신의 꿈을 다른 이도 같이 꾸게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예상과 선택한 방향이 옳았음을 증명해내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장면에서 다큐멘터리가 끝났다면 그게 제대로 이뤄지든지 아니든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평범한 결말 중에 하나를 보여주는 수준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정말 마지막 장면은 약간의 섬뜩함을 가져온다. 그가 앞서 다큐에서 이야기한 대로의 세상과 결말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선은 그가 걸어가서 가상의 공간 한 곳에서 멈춘 뒤에, 그와 흡사하게 생긴 아바타가 바로 옆에 걸어와서 선다. 진짜인 그가 걸어서 사라진 화면에 남아서,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같이 꾸는 꿈은 세상을 바꿉니다'라고 그의 아바타가 그의 목소리로 말한다.
그다음에 타이틀롤이 올라가면서 그의 아바타가 SM의 젊은 남자 아이돌이 추는 것과 유사한 춤을 한동안 추고, 그다음에 그가 중국에서 키우고 있는 A2O소속의 걸그룹 두 명이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오가면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이것이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흘러가버린 과거라고 묻어 버리고 싶어 하는 듯 끝낸 이야기의 끝에 덧붙이는 복수의 심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늙고 시대에 뒤처져서 복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보내고 연을 끊었겠지만, 나의 아바타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며 SM에서 만들어 가던 미래 이상의 것을 만들어낼 것이다'라는 자신만만함과 더불은 경고장과도 같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상 못했던 장면이었다.
물론, 처조카와 모종의 협의와 화해가 혹시라도 이뤄졌다면, 이것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새로운 SM엔터테인먼트의 시즌 2 형식의 확장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엔터테이너가 아닌 중국 엔터테이너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 진출을 이뤄가겠다는 선언이 될 수도 있다.
경고장이든 다른 방식의 스토리 텔링이든 그를 한국 밖에서 자기 사업을 하도록 내보낸 셈이다. 그가 "스티브 잡스"처럼 돌아올 수 있을지, 아니면,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위해 모든 것을 불 싸지르고 사라질지 그것은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새롭게 만든 "A2O Entertainment"는 만만치 않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팝송이 전세계인의 것이 되었듯이, 케이팝도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더 큰 경쟁력과 확산성을 가진 곳에 만들어진 케이팝 그룹은 더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