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2의 "죠셉 코신스키" 감독이 만든 지상 최고의 화려한 레이싱
이 작품이 최근의 극장가에서 짧지 않은 시간 1위를 하는 동안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애플 TV에서 만든 오리지널 작품이므로 결국에는 애플 TV에 뜰 것이므로 꼭 극장에 가서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커다란 화면에서 보지 않는다면 분명히 후회할 작품임을 뒤늦게 알았다.
"죠셉 코신스키" 감독이 "탑건 2"의 엄청난 성공 이후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개봉과 동시에 달려갔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뒤늦게야 알았다. 그리고 달렸다.
"브래드 피트"같은 대형 배우를 주연배우로 한 F1 레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엄청난 흥행을 목표로 하는 작품인 것이 너무나도 뻔할 텐데, 왜 기대가 되질 않았냐면 "애플 TV" 오리지널의 품질이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별로인 것 같다는 인상을 "브래드 피트"와 "죠지 클루니"가 같이 나왔던 영화 "울프스"에서 너무 깊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두 명을 하나의 영화에 모아서 보여주고자 한 영화치고 "울프스"는 너무도 심심한 장난같이 느껴졌다. 개런티가 너무 비싸다 보니 제작비의 다른 부분의 비중이 줄어들어서 비극적인 수준으로 품질이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그 이후엔 "애플 TV"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기대감을 다시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갖고 있던 편견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스토리 라인도 세련되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이면서도, 메시지는 좀 더 세련되고, "탑건 2"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을 "죠셉" 감독이 만들어 냈구나라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최초의 장면부터 "탑건 1&2"의 "매버릭"역의 "톰 크루즈"처럼, 인생 초년기에 벌어진 사고로 "트라우마"에 빠져서 매번 잠들 때마다 괴로워하는 "소니"역의 "브래드 피트"는 그 사고에 관련된 영상을 또렷이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스토리로 가리란 것이 뻔해 보이긴 한다.
2. 이것은 할리우드 대형 성공작의 패턴으로서 가장 높은 흥행성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불가피한 선택 같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무대를 항공모함 위의 전투기에서 지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레이싱인 "F1"으로 옮기면서 베테랑이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방황하며, 출세와는 담쌓는 스토리는 변주되었다.
3. "브래드"의 카리스마를 흡수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이자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배우가 젊고도 경솔하면서 이제야 성숙해 가는 성장 드라마를 그렸다면 다음 작품에서의 눈부신 경력을 떠올려볼 수도 있으련만, "탑건 2"와 마찬가지로 "톰"이나 "브래드" 급의 배우의 아성을 한 편의 영화로 뒤집어엎고 씬 스틸러가 될만한 배우는 아직 없었던 것 같다.
4.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할리우드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서, 팀 내에서 "브래드"의 "소니"와 경쟁을 하는 "죠슈아 피버스"를 연기한 배우는 영화 밖에서도 떠오르는 주연급 신예이자 흑인인 "댐슨 이드리스"로서 초반 거친 반항아적인 연기를 하면서 "소니"와 대립하지만 그의 위대함을 깨닫고 따르게 된다. 중간에 서로를 "꼰대"와 "꼴통"이라고 부르면서 다투는 장면은 꽤 치열해보인다. 끝까지 "소니"가 리드하긴 하지만.
5. 마치 오랜 세월 F1 레이싱을 봐온 열혈 관중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현장감은 대형 스크린을 보지 않고서는 실감 나게 경험하기 어려운 느낌을 제공한다. 비슷한 레이싱 느낌이야 피시방의 화면에서 종종 보는 것이긴 하겠지만, 레이싱 카끼리 부딪치고, 벽에 박고, 공중을 날아가면서 전파되는 현실감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제대로 체험해 봤던 적이 없었음을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6. "소니"와 루키 시절 같이 주목받았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루벤"은 같이 F1 레이서로 데뷔하던 때부터의 친구였지만 F1 레이싱팀인 "에이펙스 GP"의 소유주로서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매각되는 위기 상황에서, 다른 레이싱 경기에서 낙오된 팀을 승리하도록 이끌어주는 주문형 해결사 레이서 노릇을 하던 "소니"에게 자신의 팀을 승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끄는데, 그 정도급의 유럽 태생 배우가 하지 않았다면 이 연기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소니"의 카리스마와 더불은 "트라우마"가 압도적인 무게를 지니며 나온다.
7. 초반부 장면에서부터 "소니"는 자신의 몸이 레이서 생활 초기 레이싱 사고에서 얻은 등 부분에 깊은 수술 자국이 파여 있는 부위를 드러내며, 이미 레이서로서의 생명이 끝났음에도 순간순간의 기회를 찾아 승리를 만들어 내고서는 사라지는 일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팀에 소속되어 몸이 더 망가질 수 있는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고, 살신성인하여, 정상적인 플레이로서는 우승할 수 없는 팀을 결국에는 치밀한 "실수처럼 보이지만 승부수"를 성공시키며, 정상으로 올려놓는 내용을 절묘하게 만들어 냈다. 마지막 상을 수상할땐 "루벤"에게 트로피를 넘기는 장면은 이제 백인 미국 영화도 세련된 겸손함의 상품성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8. 나이 먹은 꼰대 베테랑의 속 깊은 팀빌딩 스토리란 이야기로 간단히 극의 내용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나이가 많던 적던 레이싱에 관심 있을 수많은 관객(주로 남자겠지만, 브래드의 여성팬까지 포함)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60대 배우인 그가 50대 퇴물 레이서를 연기하면서도 내뿜는 절대적인 수준의 매력이다. 포스터에서도 압도적으로 그의 비주얼만 나타날만한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아들과 함께 이미 로블록스에 만들어져서 올라온 "F1 더 무비"의 경기장과 출전한 레이싱팀과 레이싱카를 구현한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은근슬쩍 영화 속에서 느꼈던 현장감을 비슷하게라도 느껴보려 했지만, 아직 게임의 세계는 실사를 더 제대로 반영한 영화 속 그래픽보다 더 현실감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의 레이싱 경기에서, 경쟁심과 질투 등으로 "소니"가 코너에서 한번 추월하는 것을 참고, 직선 주로에서 추월하라고 한 말을 무시한 "죠슈아"가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공격적인 주행 능력을 강화시킨 레이싱차로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다가 날아간 내용을 다시 레이싱 시뮬레이션으로 복기하면서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닫는 장면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음을 그 게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게임의 세계,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등등의 여러 영화 속에서 종종 언급되는 첨단의 기술문명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나온 영화를 젊은 관객보다 더 잘 이해하기는 어렵겠구나란 생각이 홀연히 들었다. 그래도 난 40살 어린 아들 덕에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게임과 영화 속 장면을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데에 안도감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