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에 시작된 시리즈가 2025년에도 나와서 보여주는 과거와의 교차
(표지 출처: 프라임 비디오)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겠지만 마지막까지 꽤 치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느끼고 웃으면서 계속해서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1980년대부터 흘러넘쳤던 미국 영화를 본 기억과 이 영화 속 장면이 그럭저럭 매치가 되면서 웃음이 나온다면 재미있다. 뻔하지 않고, 재기 넘친다.
시리즈 전편의 원작 감독인 "데이비드 쥬커"가 아닌 "아키바 샤커"가 만들었지만 품질 수준이 더 상향되어 있었다. 그리고 패러디로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내부에서 흐르고 있는 스토리도 나름 재미있는 구성으로 괜찮게 만들어져 있다. 그 시대에서 통할 영화 패러디 코미디급의 효과를 이 시대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데이비드 쥬커"와 "짐 에이브람스" 두 감독은 80-90년대에 미국 패러디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연 일종의 "사단"으로 당시 초중고 학생과 성인 모두에게 각광받았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를 만들 시점이 이 두 콤비의 시간이 끝났던 시기로 추정이 된다. 그 시리즈 1과 2편 정도를 보고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웃음이 생기질 않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3~5편까지 나왔다는 것도 한참 나중에야 알았다.
오랜 미국 영화의 팬도 아니고,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나 "에어플레인", "못 말리는 비행사(탑건 패러디)와 람보(람보 패러디)", "무서운 영화 시리즈"같은 작품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거나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재미없었고, "리암 니슨"과 "파멜라 앤더슨"이 어떤 위상을 가진 배우인지 잘 모르는 관객이나 시청자라면 이 작품은 완벽하게 비추천한다.
악에게 복수하는 액션물에서 진지한 역할로 인상적인 킬러 연기를 줄기장창 하거나 고전물과 판타지, SF 등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하던 기골장대한 배우인 "리암 니슨"이 작고 땅딸하면서도 중후한 백발의 외모를 지니고 줄기장창 진지한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던 작고하신 배우 "레슬리 닐슨"의 "프랭크 프레빈 반장"의 아들역인 "프랭크 프레빈 주니어"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이 갔다.
이 작품이 재미있으려면, 아주 고고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가 처절하게 망가지면서 그 위치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웃음 발생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어야만 한다. 한 때 술을 먹은 채로 바지에 약간의 소변을 지린듯한 "리암"의 모습이 사진으로 웹상에서 떠돌아다닐 때, "테이큰"과 "스타워즈" 등에서 진지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 액션 스타의 기행은 정말로 많은 이의 웃음을 낳았었다.
그 효과를 캐스팅에서 참고했었을 것이 분명하다. 여러 광고와 포스터를 통해서 진행한 홍보 내용을 보면 이런 식으로 이전까지 주로 출연했던 작품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를 지난 수개월간 자꾸 등장시켜서 그를 아는 나 같은 이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 "죠커"가 은행을 커다란 차로 부수고 들어가서 터는 것을 패러디한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꽤 오랜 시간 실감 나고도 진지한 앵글과 배우의 연기로 영화가 몇 분간 진행되어서 순간 내가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잠깐 들뻔했을 정도였다.
이 은행강탈 장면 뒤에 발랄한 걸음으로 커다란 사탕을 빨며 은행으로 들어간 작고 귀여운 유치원생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은행강도 앞에서 모자를 벗고 "리암"으로 변해서 은행 강도를 일거에 제압하는 내용은 거의 즉각적인 웃음을 만들어냈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게 과장된 무력과 초인적인 여러 능력으로 수많은 악당을 처치하는 역할이므로 이 취지에 충실하게 맞추자면, 총 같은 것을 쥐지 않고도 손가락으로 쏘는 시늉만 해도 악당에게 총알이 맞고, 방패처럼 사용하던 악당을 들어서 은행 강도 무리 위로 던지면 이것이 표적인 줄 알고 쏘다가 같은 편끼리 쏘게 되는 일도 일어나는 법이다.
이 작품은 과거의 작품인 "못 말리는 람보(Hot Shots)"에서 신랄하게 "람보"를 패러디해서 깐 것처럼 무의미할 정도의 대량 살인을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미국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희화화하는 장면을 여기에서도 22년여 만에 다시 반복했다. 당시 "찰리 신"이 연기한 람보는 싸우는 중에 적이 몰려오자 총알을 한주먹 쥐어서 뿌리기만 해도 적이 맞아 쓰러지거나 화살 대신 닭을 쏴서 적을 죽이기도 한다.
이 은행강도 장면에서만 반복한 것이 아니라 뒤로 가면 악당이 운영하는 술집에 방문해서 보안실을 급습하는 장면에서 몰려온 악당을 번호표를 뽑게 한 뒤에 순서대로 호출하며 각기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공격해서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의 원조격인 작품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리암"은 또한 웃음의 일관된 공식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기계인양 무감각하고도 기계적으로 반복된 행동을 아무 의미 없이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를 움직여 가는 동안 여러 번 탈 것에 탄 사람을 치어서 차 지붕에 부딪쳐 뒤로 날아가는데도 거의 눈하나 깜짝 안 하고 무심히 지나가거나 매번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화면 가장자리 등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손이 나오며, 이를 받기 위해 마시던 커피를 계속 그냥 뒤로 던져 버린다. 의미 없이 계속 커피를 마시는 미국인의 무의식적인 소비를 비꼬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에 더 와닿는 거 같았다.
자, 여기에서 한국의 관객이 "리암 "은 혹시 좀 안다고 하더라도 "파멜라"의 캐스팅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도 작품 속에서 식별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을 해보고 싶어졌다. "SOS 해상구조대"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방영된 원제목이 "베이워치"란 미국 드라마와 "바브 와이어"라는 노골적으로 당시에 화제를 낳았던 "파멜라"의 육감적인 몸매를 과도하리만치 강조한 작품을 봤던 이라면 오히려 식별이 어려웠을 것 같다.
'24년도에 "더 라스트 쇼걸"에 주연으로 등장해서 연기력을 호평받았다는 것을 뒤늦게에야 알았는데, 주로 몸매를 강조하는 배우로서 유명했던 때의 그의 외모만을 주로 기억해 온 나로서는 사실 "총알탄 사나이 4"에 출연한 "파멜라"를 그 예전의 배우 "파멜라"와 동기화시키는 게 매우 어려웠다.
분명히 "리암"과 "파멜라"가 같이 토크쇼 등에 나가서 작품을 홍보했던 장면이 잠시 눈앞을 스쳤던 것 같기는 한데, 그 기억이 없는 잠시간의 시간 동안 고령의 "프레빈 주니어"의 연애 상대인 또한 고령의 "베스"역을 하고 있는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가 "파멜라"임을 깨닫게 된 것은 작품이 한참 진행이 된 뒤였다.
그만큼, 그에게는 그 젊은 시절에 그를 휘감고 있었던 당당함과 더불은 특별한 몸매를 강조하는 아우라가 사라져 있었다. 왕년의 이름을 떠올려서 연기를 하면서 그가 그런 몸매를 갖고 있음을, 극 중 남자 배우가 모두 관심 있게 쳐다보는 장면이 두어 번 반복되고 "프레빈"과 그와 겨루는 라이벌 악당인 "리처드 케인(대니 휴스턴이 연기)"이 "베스"에게 빠져드는 장면이 나오며, 강요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그에겐 그 리즈시절에는 거의 없다시피 했던 연기력이 생겨 있었다. 평범한 노인 여성의 모습이 분명하지만, 스스로 푼수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보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장면이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했고, "리처드"의 술집에서 그의 주의를 "보안실"을 습격하는 "프레빈"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엉뚱한 노랠 부르고 엉뚱한 행동과 괴성을 천연덕스럽게 질러대는 연기를 보면서 그간의 세월이 그에게 무엇을 주었는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파멜라"를 이 배역으로 캐스팅한 것은 원래 "엘비스 프레슬리"의 부인으로도 유명한 "프레실라 프레슬리"가 원작에서 맡았던 배역의 무게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거웠기 때문에, 이 시대에 있어서도 그만큼의 중량급 배우가 맡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남편의 사후 어두웠던 "프레실라"의 이미지가 이 작품으로 급변할 수 있었듯이, "파멜라"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코믹 연기를 보이며 이미지의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1988의 "총알 탄 사나이 4"의 공식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면서 나 같은 노년층의 팬의 기억을 되살리면서도 그보다 연령층이 낮은 관객도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도록, "전기차"와 "인공지능", "AI 신약 개발" 등의 시의성 있는 소재도 잘 끼워 넣었다.
물론, 한국인이 보기에는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웃음보다는 어색함이 생기는 장면과 안 웃기는 코미디도 일부 있지만, 너무 적어서 전체적인 극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의 비중은 아니었다.
블록버스터급의 진지한 작품성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앞 서의 원작과 그 이후에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졌던 유사한 작품과 비교해서 이뤄져야 정당할 것인데, 앞 서 오래 전의 유사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서 더 시대 변화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원조를 찾아보겠다고 다시 돌아가서 볼 필요는 솔직히 없을 것 같다.
전작들이 어이없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사실 "위대하고도 강력한 미국"이 그렇게나 익살스럽게 자신을 희회화 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이 시대는 여유로움을 통해서 그런 유머를 발휘할 국가가 아니란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문화적인 위대함과의 동조를 잃어버린다면 다신 재미있게 볼 수가 없는, 특히나, 시의성을 잃어버린 코미디 전작 보기는 비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