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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시즌 3 : 의외성으로 점철된 작품

바로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간단하게 감잡을 수가 없는 신선한 작품

by Roman

(표지 출처: Rotten Tomato)


이 작품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뻔한 것은 모두 갖다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매 장면과 매 스토리가 모두 신선하고도 치밀하게 다가온다. 매우 복잡한 스토리인데, 여기에 원작 팬들의 반발을 살만큼 원작의 여러 요소를 다르게 첨삭하고 가공했지만, 원작자의 전작 스토리를 다시 가져와 시즌 3에 붙이면서 그 팬들의 원성을 가라앉히며 다시 드라마의 팬으로 만드는 흥행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주인공인 "가알 도닉"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면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시즌 3의 1화의 배경에서 어필한다. 그의 예지 능력이 보여준 대로 나타난 우주에 종말을 가져올 절대악이자 최강자인 "뮬"의 가공할만한 등장이 이뤄지는 장면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자 압도적인 분위기여서 울렁거림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래서 잠시 "슬로 호시스"로 도망갔었지만 돌아와서 본 바 계속 보게 되었다.


(출처: Soap Central)


인류의 오랜 역사를 이미 세세하게 뒤돌아본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원작은 "클론 왕조"에 대한 내용이 지속되는 시즌에서 보다 평범하게 단독의 제왕이 클론 후손을 통해 왕조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써져 있고, "파운데이션"의 위용이 훨씬 더 강대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3인이 돈->데이->브라더가 동시에 클론으로서 태어나 살아가면서 "데이"가 통치자, "브라더"가 조언자, "돈"이 수습생의 역할을 하는 구조로 색다르게 그렸다. 수명 연한이 다한 “브라더”를 빛의 먼지로 만들어 버리는 홀로그램도 되풀이 된다.


압도적인 제국의 영속성의 비결을 "클레온" 왕조의 치밀하고도 강력한 왕권을 견조하게 유지하는 모습으로 더 설득력 있게 그리는 동시에 이렇게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강대한 국가가 어떤 식으로 망해가게 되는 지도 더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초반의 임팩트가 사라지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 왕조의 역사를 사실 모두 관통하면서 실질적인 왕조의 흑막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클론 없이도 영생을 가지고 유지하는 존재인 인공지능 로봇 "에토 데머즐"이다. "아이작"의 전작인 "강철동굴(내가 봤던 기억으로는 제목이 강철도시였는데, 아마 이게 원작의 올바른 번역인 듯하다)"로부터 이어진 그의 로봇 세계관에서 "로봇과 제국"에 이어진 이야기로써 나오고 있다.


(출처: Collider)


방대한 "아이작"의 세계관에 다시 회귀하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인내심 있는 시청자는 이 심오한 시리즈의 참맛을 향해 끌려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지만, "아이작"이 누군지 그의 전작들이나 "파운데이션"이라는 원작이 왜 인류의 SF사에서 그렇게나 위대한 작품인지를 모르고, 사실 알 필요도 없는 젊은 시청자를 위해서는 이 시리즈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의외성으로 점철된 스토리다.


그 점을 무시하지 않기에 원작을 비틀어 "제국"의 라이벌인 "파운데이션"의 "해리 셀던"이라는 실질적인 원작과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이 창시한 "심리역사학"에 의해서 정밀한 계산으로 측정하여 예정된 "제국 패망" 후의 역사를 지연시키거나 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제국"의 3인 "클론왕"의 갖가지 조치와 새롭게 등장한 인류에게 재앙과도 같은 "뮬", "파운데이션"의 대결을 흥미롭게 했다.


다만, 이 흥미로움에 빠지게끔 만들어야 할 현시대의 OTT 시청자에겐 더 재미있는 대체제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이전 시대였다면 거의 모든 이의 관심을 끌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이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화에 들어간 자본과 인력, 배우의 면면을 보자면 그저 엄청난 작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에 비해 이 작품의 팬덤은 미미하다.


"아이작"이 "해리"를 통해서 "파운데이션"이 성장하고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서 부패하게 되고, 영향력 하에 들어온 행성 등에 대한 전횡을 일삼게 될 것을 미리 예측했던 것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며, 그가 자신이 가진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독재적인 군주가 되기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세상의 변화를 측정해서 미래를 예견하면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이에도 대처하는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상징성 있는 인물임을 뚜렷이 느끼도록 만든다.


그 대극에 위치한 존재로서 "클론 왕조"를 그려내기 위해서 "데이"는 보다 권력 지향적인 동시에 승부에 집착하고 통제에 집중하며, 말초적인 쾌락에 탐닉하는 욕망 덩어리와도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아직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를 추구하는 "돈"과 오랜 경험을 통해서 깊이 있는 사고로부터 상황에 대한 회고적 성찰을 끌어내는 "브라더" 3인의 모습도 상징적이다.


(출처: Empire)


"해리"가 "파운데이션"의 예측을 담은 시뮬레이션 기계를 "데마즐"에게 제공한 것은 이러한 세계의 변화를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라는 뜻이고, 그 욕망으로 덩어리 진 "클론 왕조"의 3인 왕보다 보다 극단적인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로봇"이 "제국"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 인류에게 주어질 재앙이 미칠 시간을 줄이도록 만들 것이란 정밀한 계산과 판단에 의한 것임을 감잡게 만든다.


각각의 존재는 서로 다른 위치에 속해서 다른 세계를 꿈꾸며 투쟁하지만, 명확한 선과 악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역사를 자기의 뜻대로 움직이고자 하는 존재와 역사의 흐름을 예측하며 이 흐름에 몸을 제대로 맡기며 대응하는 존재 간의 투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이 신선함을 극대화시키는 설정이다.


"가알"이 내레이션으로 오랜 우주의 시간 동안 살아 변화를 겪어냄으로써 점차적으로 능력이 강화되고 있는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일면 동떨어져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극화 내의 우주의 변화가 급박하게 1화를 장식하면서 결국 그가 깨어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2화로부터 펼쳐질 이야기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의외성으로 점철될 것임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이 시즌의 끝까지 다 보게 된다면 초반에 기대한 것 이상의 내용과 만나게 될 것이란 확신에 가까운 감각을 느끼며 보게 된다. 흔하지 않은 작품이다. 시즌 1과 2가 기억이 잘 안나도 끌려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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