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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 윤리적 AI 대 비윤리적 AI

911 이후 AI가 테러를 감시 통제하며 일반범죄에도 영향을 끼치는 상상

by Roman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5개 시즌이 만들어진 이 작품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살고 있었다. 그러다 한층 앞뒤로 "개천절"과 "한글날", "지정휴무일" 3일이 붙어 길어진 휴일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좀 길게 생긴 바람에 "AI툴"을 통해서 볼만한 작품을 고르다 처음 맞닥뜨렸다.


경로는 그러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든 급의 작품을 찾다 보니 그와 때로 공동 각본도 만들었던 그의 동생인 "조너선 놀란"이 참여한 작품의 목록을 연관해서 찾게 되었고, 그가 형과는 달리 "각본"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에, 영화 외에도 몇몇 블록버스터급의 드라마에도 참여했음을 알았다.


무슨 범인이라도 검거한 것처럼 "조너선 놀란"이 각본에 참여한 작품을 줄 세우고, 그중에서 강력하게 끌리는 이 작품을 모두 다 보기엔 주어진 시간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발췌해서 봤다.


우선 이 작품의 시놉시스를 발견해서 읽으면서 순식간에 뇌리에 떠오른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인공지능이라기 보단 예언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이 내놓은 정보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미리 판단하고 체포하는 스토리를 가진 "필립 딕"의 SF소설로부터 나온 고전반열에 오른 영화다.


'01년 "911" 테러로 3천여 명이 죽음을 맞은 사건 이후, 천재 "해커"이자 "프로그래머"인 억만장자인 "헤롤드 핀처(성은 가명)"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기계(The Machine)"가 거리와 건물 등의 모든 CCTV와 핸드폰, 모바일폰, 노트북 등의 영상 장치에 포착되는 사람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테러 관련된 인물의 정보 출력 과정에서 생성된 "일반범죄"에 관련된 "관심인물" 번호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의 변주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초현실적인 내용보다는 보다 현실성 있는 "인공지능 기계"로 거의 모든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여 테러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출력된 범죄에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POI(Person Of Interest:관심인물)"의 사회보장번호를 "기계"가 별다른 설명 없이 출력해서 전달하며, 이를 받은 인물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 POI를 식별하고 추적한다.


게임의 규칙에 몇 가지 한계와 규칙 등을 세세한 설정으로 걸고, 미국연방정부와 정부의 하부 조직인 NSA, OSC, CIA, FBI, ISA, NYPD 등의 실제 하는 기관과 더불어 가상의 기관인 "데시마 테크놀로지"와 자경단, HR, 뉴욕에 있는 이탈리안과 러시안, 아메리칸 아프리칸 갱단이 서로 상호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즌을 거듭하면서 "사마리탄"이라는 성경의 진정한 성인으로 언급되고는 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름을 땄지만 "해롤드"의 윤리적 기준과 같은 내용을 전혀 입력받지 못한 채로 "기계(The Machine)"보다 뛰어난 기능만을 장착한 채인 "사마리탄"에게 통제받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존 그리어"의 "데시마 테크놀로지"라는 조직 때문에 파국으로 달려가게 된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의 뜻
직역: "관심 인물"범죄학 용어: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 즉 요주의 인물/문제 인물
인공지능 “기계=더 머신(The Machine)”이 범죄와 관련자의 사회보장번호를 제공하면서,
그 인물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전개됨

"해롤드"는 억만장자 천재 해커/프로그래머로서 "테러 관련자"들에 대해서만 감시하기로 결정하면서 원래는 "일반범죄"에 관련된 정보는 계속 삭제하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또한 수많은 이의 생명과 관련 있는 것이므로 따로 미연방정부 기관으로부터 나와서 "기계"와 길가나 여러 곳의 전화기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붙잡아 때론 수수께끼 같은 암호로, 어느 순간부터는 음성 정보로 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살아오면서 쌓아온 각각의 삶으로부터 얻은 경험과 지식, 정보, 인맥 등을 동원해서 받은 "POI" 번호만으로 각종 범죄를 추적해서 해결할 능력까지 갖춘 여러 인물이 "해롤드"와 연결되어 같이 일하게 된다.


"기계"를 대 테러 사업에 사용하는 계획을 실행한 미연방정부 기관인 "노던 라이츠"에서 이탈해 나온 그는 이렇게 일반범죄와 마주하여 해결하는 과정이 결국에는 이른 죽음에 이르는 결과를 맞을 것이란 예감을 갖고 일한다. 그 예감을 같이 받아들이면서 비장한 각오로 같이 일하게 되는 인물은 그저 자신이 일을 하기 전엔 살아가야 할 충분한 목적을 갖지 못한 이들이지만 이 일에 동참하며 변한다.


"해롤드"의 윤리성이 높게 반영되어 만들어진 "기계"는 처음에는 단순히 번호만을 던져주고 아무런 단서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냉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를 받아서 단서를 스스로 찾아내고, 수없이 많은 범죄자의 총과 칼, 여러 종류의 위협과 마주해서 싸워야 하는 이를, 몸이 불편하고 소심한 "해롤드"는, 드물게 하나둘씩 찾아내서 같이 일하게 되며, 이들은 원래 자신이 아닌 자가 되어간다.


무고한 인간의 희생을 막기 위해 죽음에 가까워질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며 싸우고, 그 과정에서 마치 번호를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걸 다 거는 모습을 납득하게끔 만들어가는데, 매화 긴박감과 더불어 철저하게 잘 만들어진 스토리와 영상이 설득력 있기에 끌려갔다.


윤리를 갖춘 "기계"와 윤리 같은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마리탄", 두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인공지능이 피 튀기게 싸우는 내용은 긴박감을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았다.



각화가 대략 50여분 가량 되기 때문에 모두 정주행 하는 것은 추석연휴를 모두 다 쓴다고 해도 어려웠다. 그래서 웹상에서 대략적인 줄거리를 입수한 후에 주요 등장인물인 "해롤드"와 "존 리스", "샤민 쇼", "루트", "퍼스코" 등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각 조직과 인물 간의 관계 등등을 선행 학습한 뒤에 각 시즌의 첫 편과 마지막 편, 그리고 궁금한 내용이 있는 특정 화만을 발췌해서 봤다.


언젠가 정말로 많은 시간이 내게 여유로 남는다면 온전히 모두를 볼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미련은 남았지만, 지금의 관심이 오랜 세월 뒤에 지속될지는 모를 정도로 그 정도만 봤어도 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2011~2016년의 상상력이 다시 다음 시즌으로 연속되지 않거나 못한 것은 이미 출연한 AI가 보여주는 양상이 이 작품에서 이야기한 양상과 일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일단, 천재적인 해커이자 프로그래머인 "해롤드"만의 능력으로 완벽할 정도의 통제 감시 기능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여러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는 능력의 AI가 "프로그래밍"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상상은 "알파고"등이 개발되면서 "인공신경망"에 "머신 러닝"을 통해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넣어서 만들어낸 현재의 AI의 개발사가 2020년대에 보여준 내용과 큰 괴리를 갖고 있다. 유효하지 않다.


또한 이 작품에서 나온 내용처럼 근접하여 쉽게 쉽게 핸드폰을 복사하고 장악해서 모든 잠재적인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를 감시 통제 하는 내용은 비슷하게는 여기저기 깔린 "스파이웨어"를 통해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각 정보기관의 노출된 정보에 따르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쉽지는 않다.


이 작품에 이전에 등장했던 테러 이후의 미연방정부의 통제 감시가 합리화되는 작품이나 이 작품 이후에 등장하는 AI관련된 영화 등을 보다 보면, AI가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조종하는 내용을 전체 시리즈에서 잘 정립하고 현실처럼 보이게 잘 만든 작품 중에 하나로 이 시리즈를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상의 산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극적인 감동을 높이기 위해서 이 작품에서 언급하고 있는 AI와 인간 간의 교감, "해롤드"를 애타게 "아버지"라고 부르는 "기계"의 처절한 대사 등은 이 시대가 '그거 그렇게 묘사된 것처럼 되긴 아직 많이 힘들 거다'란 탄식을 시청자가 흘리게끔 만든다.


처음에는 사이코패스급의 이중인격 빌런으로 등장했던 "루트"가 개과천선하여 "기계"와 동기화되다시피 하는 중요 인물로 변화하는 것은 띄엄띄엄 화를 건너뛰어서 보는 것으로는 솔직히 납득이 어렵지만, 사이코패스인 "루트"와 감정장애를 가진 "샤민" 두 여자가 서로를 사랑하고 열렬히 원하는 모습이 전체 극화에서 나오는 중요한 로맨스다. 그게 퀴어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연출의 묘미다.


"존"은 사랑하던 여자를 잃은 뒤 그 어떤 여자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고, "해롤드"는 자신과의 관계가 연인에게 위협이 될까를 두려워하며, 최근 피해야 할 연애유형으로 유행하고 있는, "회피형"으로서 자신을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떠나버린 뒤에 멀리서 지켜보며 냉가슴을 앓는 역할 정도로만 최종화 직전까지 나왔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연애관은 지고지순하며, 동시에 연인을 사랑하는 방법이 그 사람 자체를 모두 수용하며 장애와 위험, 다른 부분조차 모두 수용하는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작품에서 벌어진 동성 간의 사랑이 이성 간의 사랑과 다른 것으로는 솔직히 느껴지지 않았다.


2016년에 시즌 5를 화수를 축소하면서 조기종영시키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새로운 시리즈나 연관된 작품이 안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법안 등을 밀어붙이며 지지층인 기독교 원리주의자에게 호응하는 정권이 2017년에 미국에 들어섰기 때문인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많고, 이런 종류의 드라마 작품을 혹 찾고 계신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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