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Dec 26. 2015

<스타워즈_깨어난 포스>-아날로그의 귀환

과유불급을 깨닫고 지쳐있는 눈과 뇌에 단비를 내리다

이 심플한 포스터만으로 나선다고 해도

충분히 손익분기점(BEP: Business

Even Point)을 통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라는 것에

영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동의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미 나와 같이 유년기를 보내며

스타워즈 4/5/6을 재탕한 TV 영화를

매년 명절마다 보고, 다시 보고,

신물까지 느껴봤던 사람들에게는

사실 1/2/3의 내용은 편한 회고보다는

이른바 인지적 부담을 가중시켰었다.


매력적인 배우들로 보강된

"깨어난 포스" 이전까지 나온

최근의 스타워즈 영화들이

명작으로는 불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한마디로 과도한 CG와 너무  앞서 나가고

이전의 스토리와 언뜻 잘 병합되지 않는

너무 세련된 인물들과 소재들,

비주얼의 변화는 스타워즈만이

가지고 있었던 정체성이랄까

성공공식이랄까 하는 것을 가려버렸다.


1/2/3의 스톰 트루퍼스의 확 달라진 모습은 정녕 4/5/6 이전의 세계가 더 앞서간 시대는 아니었나라는 이질감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1/2/3에서는 다양한 드로이드가 나왔는데, 이게 오히려 스타워즈 팬들의 식겁을 낳았던 것 같다.

어젯밤 와이프와 휴일동안 육아를 나누는

협상을 잘 마친 뒤에 홀로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를 보러 가는 내 머리 속에는

사실 1/2/3의 잔영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지난 수년간 CG로 승부해온 무한 경쟁의

영화판에서 그저 잘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사라져간 영상들로 남아,

스타워즈만의 고유성을 잃은 채로

생명력이 없는 메시지만을 남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깨어난 포스의 제작 전략은

30여 년 전의 관객들의 기억

또한 어린 스타워즈 팬들조차도

회고에 잠겨 살았던 내용들을

실시간적으로  부활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4의 오마쥬라도 된 것처럼

대부분의 미/일/유럽/아시아의

관객들이 원초적으로 갖고 있는

충격적인 스토리와 영상의 기억에

부합하는 비슷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지난날의 악당들이었던 제국의

잔당들이 거의 그대로의 모습과

영향력으로 퍼스트 오더로

데스 스타가 스타 킬러로

다스 베이더가 카일로 렌으로

레아 공주가 레이로

알투디투가 비비에잇으로

제대로 캐릭터화 되었다. 이미 개봉 전부터 베스트 셀러 제품이 되어 있을만큼 매력적이다.

약간의 변주만을 만들어내면서

온전하게 유사한 구조로 옮겼다.


이 와중에 루크 스카이워커가

극적으로 등장하고, 한 솔로와

레아 공주가 노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스태프와 배우들의 원탁 회의 같은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가 영화를 제작하는 내내 계속되지는 않았을까?

새로운 인물들의 카리스마나

매력과는 상관없이 전 시리즈의

마니아들의 신화적 상상력,

원초적이고도 복고적인 내용을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세련성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들였다.


시리즈 성공의 핵심일 수 있는

부분들을 아날로그적 정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화면 전환

속도를 다소 느리게 만들면서,

일일이 관객들이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


물론, 모든 여자 관객들이

귀여워서 감탄을  마지않는

비비에잇의 모습은

이 제품의 판매량이 얼마가

될지 언뜻 예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어필되었다.



더 빠르게 더 세련되게를

외치고,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경쟁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또한 애국심 마케팅과 배급사들의

절묘한 조화로 또 한 번의 천만 관객

입장 스토리가 일어나고 있는

극장가에서 이 영화의 흥행성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깨어난 포스의 현재까지의

전세계 흥행은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몇 편 읽지는 않았지만 관람 후의

평도 그렇게 호의적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의

가치는 아직도 밝음과 어두움

인간 간의 가치와 용기를

밝고도 희망적으로 그려내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구닥다리에 가깝게 그려진

이 영화가 과도한 그래픽과 너무

스피디하고 복잡한 스토리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는 아날로그의 반격과도

같았다라고 하고 싶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이런

아날로그적 가치를 본의 아니게

표현했던 터미네이터 5를

왜 그렇게 욕했을까 하는

후회도 몰려오려 한다.


카일로 렌의 무자비한 행동은

자칫 스토리 전체에 암울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되었지만, 아직 순진무구한

이 시리즈의 희망이 살아 있다면

나중에는 결국 좋은 방향으로

전화위복이 될 것 같다.


변함없는 메시지는

강하고 영향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마음이 약한자는 악해진다는 거다.

약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더더욱 악의 힘에 기대는 인간의 심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불변의 진리 같다.


다음 편이 기대되고,

디지털화되어 있는 세계에

영화 본연의 빛을 내리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복귀한

이 작품이 또 한번 승승장구하기를

희망하게 된다.


이 영화가 주는 것은

재미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본연의 생명력을 잃지 않는

스토리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게 느끼게 해 온

빛과 정의라는 환타지이다.


이게 빠지면 포스 없는 제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사서독과 무간도>_마음의 감옥과 지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