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뒤 바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패치를 다운로드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를 지키는 말 88"은 묶음 동시 읽기 방식의 독서를 하는 나에게 어필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브런치 작가 이벤트의 수상자 중에 한 분이자,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https://brunch.co.kr/@ihearyou)인 "손화신"님이 발간한 책에 대한 작가 본인이 시도한 깜짝 서평 이벤트에 참여해서 손수 이 분이 보내준 책을 읽었다.
"양심 서평"을 남겨야 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것 같아서, 일단은 먼저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로 하였다.
각각의 책을 읽어 마친 시간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독서 방식은 3~4권 정도의 책을 각각 30분에 한 챕터 분량 정도를 보면서 동시에 읽는 것이다. 모든 챕터를 다 읽은 책 한 권씩을 빼고 다시 채워서 읽는 방식인데, 이렇게 읽으면 지치지 않고, 좀 더 지루함을 벗어나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읽고자 한 모든 책들을 가능하면 다 볼 수가 있고, 멈춤 없는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치는 시간은 길어지고, 대신에 전체 3~4권을 다 읽는 시간은 좀 더 빨라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장점은 독서 습관의 지속성이 유지되고 각기 다른 책들 간의 화제의 연결, 확산적 사고라는 것이 나타나는 것이다. 단점은 집중이 분산될 수 있으며, 정확한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기에 어려울 수 있다. 또 하나 '이렇게 서평을 써야 할 시간이 많이 뒤로 밀리게 된다'.
나는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서의 습관을 읽어버리게 될까 봐 두렵고, 앞으로 수많은 책들을 가능한 한 많이 읽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줄어들 것 같아서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를 지키는 말 88"은 묶음 동시 읽기 방식의 독서를 하는 나에게 어필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왜냐면 이 책이 바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한 권으로 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명백히 "자기 계발서"는 아니다. 또한 일반적인 수필이나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스피치와 작가의 미디어 직종 경험에서 오는 디테일과 깊이가 가미된 "기교와 기술"이 나와 있으며, 마음 자세와 세계관, 심리, 마케팅, 홍보, 스피치 동호회의 사람들을 포함한 주변의 여러 지인들의 얘기들을 맛갈지게 엮어서 독자로 하여금 지치지 않고 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고, 읽은 뒤에 실제의 말하기에 적용할 수 있게끔 써졌다.
말을 잘하기에 앞서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무엇인지, 자기 자신다운 말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또한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에 관련된 사색과 깨달음이 연속적으로 이뤄진다. 진지하게 설득을 당하고 난 뒤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은 내용을 기억하도록 만들기보다는 납득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깨달음을 내재화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읽는 이는 읽기 전의 독자와는 적어도 말하기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의 글에 하나의 주제만을 배치한다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적용했기 때문에, 각각의 챕터가 독립적이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잘 통합되어 있고, 모순 없이 잘 배열되어 있다. 무언가 앞 뒤가 잘 안 맞는 요소들을 찾아보려고 앞 뒤로 찾아보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치밀한 글쓰기가 이뤄졌고,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 허점을 발견해 내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이전부터 버그가 있었거나 문제/위험의 소지가 있거나 호환성이 모자랐던 부분이 거의 "저절로" 바뀌어 간다.
처음에 이 손화신 님의 글을 읽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브런치 내에서의 발걸음 때문이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였는지도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다. 아마도 브런치 작가 이벤트에 나온 작가들의 글들을 무작정 보고 다니다가 아주 운좋게 만난 링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분명히 나이를 지긋이 먹은 중년 여성이거나 스피치 강사라든가 말하기 자체에 대한 공인된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글의 내용은 적지 않은 경륜과 경험, 독서, 사색, 고민, 걱정, 반성, 회개, 구도의 경험이 없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내용들로 보였다. 글의 바탕은 직업적 경험과 전문적인 교육, 개인적인 성찰의 과정에서 얻어진 통찰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알고보면 굉장히 젊은 분이다.)
그럼에도 이 글들은 지나치게 기술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매스미디어적이지 않다. 분명히 교재 같은 성격을 지니려고 하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고 신변잡기나 생활 블로그 수준의 영역에서 멈춰있는 것도 아니다.
어깨에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친 골프채들만이 공을 제대로 멀리 또는 정확한 위치 가까이에 보낼 수 있듯이. 지나친 전문성이나 도식화, 형식화를 강조하는 어깨의 힘을 빼고 마치 골프채와도 같은 말의 힘 자체로 말하기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부담 없이 상당히 먼 거리로 날려 보낸다.
더군다나 내가 20여 년 가까이 붙잡고 있는 화두인 "나 자신 되기가" 언급되고 있고, 어설프게나마 찾아왔던 궤적과 단편적이나마 맞물리는 부분들이 있다. 때문에 사실 책을 받아보기 전에 2일여 만에 책의 내용을 담은 브런치 매거진 " I hear you"의 모든 발행된 글들을 다 읽었다. 그만큼 책장은 보다 수월히 넘어간다.
마치 소프트웨어 패치 업데이트를 받듯이 글은 능수능란하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내부로 흘러 들어와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요소들은 건드리지 않고, 나 자신 스스로도 굳이 바꾸지 않아야 할 부분에 노심초사하게 만들지 않는다. 다만, 이전부터 버그가 있었거나 문제/위험의 소지가 있거나 호환성이 모자랐던 부분이 거의 "저절로" 바뀌어 가는 기분이 든다.
나의 말하기 그리고 또한 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글쓰기의 적지 않은 부분들이 이 책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절대 변화하지 않는 핵심적인 요소들까지 송두리째 바꿀 필요가 없이 "바로 의당 그래야만 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한 말하기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나 내용들이 있는 페이지를 하나하나 귀퉁이를 접다 보니 34가지가 된다.
브런치 매거진으로 순식간에 읽을 때와는 다르게 직접 손에 쥐게 된 이 책은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수월하게 스크롤을 내리면서 읽었던 경험과는 다르게 이 성찰의 과정들이 좀 더 눈에 선하게 와 닿기 시작했고, 과연 종이 위에 쓰인 글의 무게감은 전자적 정보 위에서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달았다.
이북 등 전자책과 웹과 동영상을 통한 교육이 미래의 방향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나에게는 인쇄된 책이 갖고 있는 가치가 학습이나 사색, 깨달음을 더 증폭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서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나 내용들이 있는 페이지를 하나하나 귀퉁이를 접다 보니 34가지가 된다. 88가지의 내용 중에 내게 패치 업데이트가 이뤄진 부분은 적어도 이 정도의 분량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는 어떤 업데이트가 얼만큼 일어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물론, 백신 설정이 엄격한 제한을 갖고 있지 않아야 이 업데이트도 보다 유용하게 일어날 수 있으리라.
나머지 부분들도 소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내가 접은 그 34가지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22. 말 맛을 살리는 말: 단어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흑연을 만들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23. 오래 기억되는 말: 디자이너가 철학을 갖고 만든 명품 옷에 시그니처 문양이 있듯 당신 언어에도 그런 문양이 있는지 궁금하다.
24.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말: 글로 읽은 고전은 피아니스트에겐 음악이 되어 나오고, 요리사에겐 요리가 되어 나오며, 작가에겐 또 다른 글이 되어 나온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겐 "말"이 되어 나온다. 이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다.
25.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말: 시간을 벌어 상대의 말을 경청한 후, "너의 말은 이래."하고 논리적 허점은 반박하되, 상대의 인격을 판단하는 "너는 이래."같은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26. 나의 가치를 높여주는 말: 책을 읽는 일은 지식뿐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의 희소성도 높여주는 것이다.
27.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는 말: 적당 자기검열은 말의 수위를 조절해 말실수를 줄여주는 순기능을 하지만 지나친 검열은 말의 에너지를 떨어뜨린다.
30. 반전을 만드는 말: ~뻔뻔함을 무기로 '뻔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 이 친구처럼 소통의 백전무패를 위해 교과서는 덮어두고, 나만의 노트를 꺼내볼까 한다.
32. 내면의 힘을 강하게 하는 말: 최대한 고독해지는 그 시간들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힘을 얻고 우리의 생각은 창의성을 얻는다.
37. 나를 죽이는 말: 독침이 우리 몸속에 있을 때는 아무도 해치지 않는 물질이지만 입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상대도 해치고 자신도 해치는 무기가 된다.
41. 적재적소의 말: "(연암 박지원의 말 인용) 옛사람의 글이 제아무리 좋다 해도, 지금 여기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읽는 이에게 공연한 괴로움만 안겨줄 뿐일 걸세."
42. 살아있는 말: 있었던 '일'에 대해서만 말하지 말고, 그 일을 경험한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 속에 '자신'이 담기도록 생각 위주로 이야기를 편집한다면 감동과 메시지가 있는 말을 할 수 있다.
44. 밀고 당기는 말: 말이 하나의 예술이 되려면 리듬이 있어야 한다.
46. 간결한 말: 간결하게 핵심이 추려진 말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 진실을 가리는 말, 품위를 손상시키는 말들이 걸러지고 남은 알맹이다. 그래서 간결한 말은 언제나 옳다. + 절제하는 말하기는 절제하는 삶을 모방한다.
50.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는 말: (스피치 동호회에서) 말 연습을 시험이 아닌 도전으로 생각한 부류의 사람들은 훈련을 할수록 자신감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재미를 느낀다.
60. 버려야 좋은 말: 글이든 말이든 영화든, 버려야 할 것을 못 버리면 좋은 작품도 없다.
62. 가치 기준을 세워주는 말: 스마트폰으로 얻은 정보를 자신만의 가치 기준으로 선별하고 엮어 하나의 정제된 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에 걸맞은 '말 잘하는 사람'이다.
63. 질문으로 얻는 말: 질문도 하나의 능력이다. 섬세하고 세련된 질문, 본질을 간파하는 질문, 각성과 변화를 유도하는 질문...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에게선 품위가 느껴진다.
65. 감각적인 말: 다시 강조하지만, 순발력 있는 말하기를 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 또한 용기도 필요하다. 자신이 뱉은 이야기가 어떻게든 흐름을 타고 이어져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임을 믿는 용기야말로 순발력 있는 말하기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67. '함께'임을 깨닫게 하는 말: 서로의 소통 방식이 다름을 아는 것. 그리고 알게 된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68. 의지를 다지는 말: 구체적인 말의 힘은 내면에도 적용된다. 자기 암시의 말을 구체화시켜보면 알 수 있다.
69. 입체적인 말: 입체적 화법(그리는 방법)으로 소묘를 하듯, 어떤 주제에 대해 입체적 화법(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한 권의 책처럼 풍성한 말하기를 할 수 있다.
70. 독설을 이기는 말: 독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상대의 독설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비난의 말을 피하지 않고 대면한다는 의미이다.
71. 두려움을 이겨내는 말: 당신은 떨림보다 위대한 존재란 걸 잊지 말라.
72. 고통을 덜어내는 말: 말을 하는 것, 노래를 하는 것, 춤을 추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자기를 '툭'하고 한번 털어내는 일들이다.
73. 상대와 눈을 맞출 수 있는 말: 아이 콘택트는 영혼과 영혼의 살이 닿는 농도 짙은 스킨십이다.
75. 깊고 담백한 말: 영혼을 울리는 말은 멋 부리고 꾸민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난 담백한 말이다.
76. 영혼을 감싸주는 말: 상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가슴속에 고이 품은 꿈은 무엇인지, 그가 바라는 행복의 근원은 무엇인지 살피는 말.
77. 향기를 품은 말: 시스루 룩처럼 감정이라는 속살을 노골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드러내는 말이 더 아름답다.
78.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말: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말은 정해진 규격에 맞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가장 잘 묻어나는 말이다.
79. 분노를 다스리는 말: 누구도 부정적인 기운을 뿜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거나, 마음을 열지 않는다.
81. 희망이 시작되는 말: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중단하는 비폭력 대화 역시 수동적인 행위라기보단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다.
82. 마음속 매듭을 풀어주는 말: 무심한 듯 진지하게 건넨 상사의 '이름 풀이'가 나의 마음속 작은 매듭을 풀어준 것이다.
84. 손이 하는 말: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손짓을 사용하며 말하는 버릇을 들이면 표정이나 목소리만으로 표현할 때보다 더 감정이 풍부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87. 나를 다스리는 말: 스스로의 감정을 '자각'하고 '통제'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EQ'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