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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랍속의 동화 May 20. 2020

넌 널 위해 뭘 해주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들은 인상적인 대사



"익준아, 넌 널 위해 뭘 해주니?"


최근 유일하게 정주행하고 있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전미도)가 친구 이익준(조정석)에게 던진 대사이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응답하라 시리즈 모두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캠핑용 화목난로 거치대라는 걸 샀다고, "날 위해 그냥 샀어, 나 이거 살 때 엄청 행복했다"라고 해맑게 이야기한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의사 채송화는 캠핑이 유일한 취미이며, 캠핑 관련 상품을 지르고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이익준은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라고 은근슬쩍 고백 같은 대사를 던진다.


자연스러운 고백이 핵심인 장면이었지만, 나에게 가슴속으로 깊이 후비고 들어온 건 "넌 널 위해 뭘 해주니?"라는 질문이었다. 최근 날 위해 별로 해준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뒤통수를 강하게 한방 때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일이 정신없이 바쁘고 그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지만, 순수하게 내가 좋아해서 신나게 하는 일이 거의 하나도 없었다. 친구들을 자주 만나거나 소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좋아하는 물건을 사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오히려 최근 재택근무 동안 집 안을 정리하며, 한동안 불필요한 물건들을 당근 마켓 판매를 통해 지름 대신 정리를 하곤 했다.


더 어릴 때처럼 신나게 취미 생활을 하거나 그러지도 않고 있다. 한때는 사진과 카메라를 즐겨서 카메라와 렌즈를 돈을 모아 사 모으고, 사진 찍는다는 명목 하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시들해졌다. 가볍게 카메라를 즐기고자 무거운 DSLR 대신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도 야심 차게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주로 아이폰으로만 찍는다. 작년 멀쩡한 아이폰 8에서 값비싼 아이폰 11프로로 바꾼 이유도 초광각/망원 카메라가 있으면 훨씬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아이폰 사진 앨범은 생각보다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즐기던 러닝과 산책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아니 그 보다는 아마도 귀찮음 때문에 멀리 하고 있다. 건강한 라이프를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지만 서서히 멀어져 갔고, 그냥 움짐임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의욕 저하에서 좀 벗어나고 신이 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게 나이를 먹는 기분인 건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이대로 나를 방치하면 안 될 듯하다.



전미도가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ost가 공개되었고, 이 노래 마지막에는 위의 먹먹한 대사가 나온다.(오늘 여러 번 반복재생하였다.)

https://youtu.be/rOCymN-Rw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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