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투약함이다. 약으로 꽉 찬 투약함으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어린 영아들은 특히나 감기에 잘 걸린다. 또한 어린이집은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처음엔 한 두 아이가 콧물을 흘렸다면 일주일 후에는 반 이상의 아이들이 콧물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는 아이들도 교사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여서 그나마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실내마스크가 해제된 후 아이들도 교사들도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자 감기 걸리는 확률이 급격하게 늘었다.
나는 작년에 겨울에 한번 감기에 걸린 후 몇 달을 감기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집순이인 내가 감기에 걸린 이유는 딱 하나. 출근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콧물을 수시로 닦아주고, 또 잠바를 입혀주다 기침을 내 얼굴로 직면하고, 점심을 먹다가 갑작스럽게 나온 재채기 묻은 밥도 그냥 먹어서 그랬던 것 같다. 늘 나의 일상이었던 것들도 환절기가 되면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나도 함께 걸리게 되는 것이다.
하루는 열이 38도가 넘어서 정신도 어질어질하고 목도 너무 아프길래 아이들 점심 다 먹이고 양치까지 도운 후 원장님에게 "저 열이 너무 나서 혹시 병원 좀 잠깐 다녀와도 될까요?"라고 여쭈어보았더니 "아이들 낮잠 다 재우고 가세요."라며...
아이들 재운 후에는 병원 점심시간이라 결국 아이들 낮잠을 다 재우는 동안 추위에 덜덜 떨면서 기다리다가 병원 점심시간 지나고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아 교사는 아파도 아프면 안 되는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직종에서 일해도 그럴지 궁금하기도 했다.
부쩍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욱 아이들 컨디션 관리에 열중하고 있는데 요즘 하루종일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모든 아이들이 감기가 없는 사회에서 살 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약을 먹으면서 지내는 하루가 너무나도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