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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이 Jan 20. 2024

유튜브는 신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내가 몰랐던 이름들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턴탠님, 하츄핑 알아요?", "나 옛날에는 폴리 좋아했는데, 지금은 고고다이노 좋아해"라며 정말이지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을 이야기해 준다. 물론 폴리나 뽀로로 같은 매체는 모를 수 없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시청하는 영상들이 많아지며 새로운 이름들을 이야기한다. 

원에서는 안전교육 영상 외에 다른 영상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대게 가정에서 보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데, 가끔 '신비아파트'같은 이야기를 할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내가 아는 신비아파트는 아직 너희가 보기에 많이 무서울 텐데...?'라고 생각하며 아이들과 '신비아파트'는 보지 않기로 약속한 적도 있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상매체에 익숙해져 있는지 몸소 느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사촌동생과 나이차이 많이 나는데 함께 식당을 갈 때나 영상을 보여 달라고 할 때면 잠깐이지만 '내가 보육교사인데 미디어를 이렇게 보여주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스쳐가곤 했다. 결국 모두의 평화를 위해 영상을 틀어 건네주면 고사리 같이 아주 작은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위로 올리고 옆으로 넘기기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고른다. 그렇게 영상을 넘기다 보면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기도 하고 누를 있게 된다. 또 한 번 그런 콘텐츠를 보면 아이들이 자극적인 것을 알게 되어 또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아이들도 다 안다. 어린이집과 다르게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어떻게 하면 영상을 볼 수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내가 밥을 잘 먹으면/잘 먹지 않으면 보여주겠지?' 또는 '내가 지금 식당에/차에 있으니 영상을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과연 아이들이 어떻게 알게 되었을 까? 아이들은 학습된 거다. 밥을 잘 먹으면 또는 잘 먹지 않으면 보상의 개념으로 영상을 보여주고, 식당이나 차로 이동 중일 때는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니 영상을 보여주었던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루틴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외의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만 경험 속에서 아이가 제일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던 경우들이다. 

나의 어렸을 적을 생각해 보면 가족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저녁을 먹었었는데, 요즘은 퇴근하고 돌아와 아이들 먼저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나서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아이의 밥을 먹일 때, 씻길 때 등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생기니 편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어른들도 미디어에 이미 중독되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미디어를 시청할 때면 내 시간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억지로라도 꺼내 읽어보려고 한다던지, 글을 쓴다던지 하는 식으로 조절하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미디어를 끊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먼저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여유시간에는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보기도 하고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행동을 하기 위해 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면 어른들이 먼저 좋은 습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아이가 내가 바라는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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