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00이가 스스로 해볼까?"이다. 이 말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 옷을 입는다거나 신발을 신을 때, 먹을 때나 정리할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 사용된다. 아이들의 독립심이 자라는 시기에는 "내가 할래요, 내가 할 수 있어요."와 같이 먼저 나서서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고 "나 힘들어. 도와주세요."라던지 "나는 아직 못해."라며 원래 잘하던 것들도 갑자기 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고집이 세지는 시기에는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기다려 준다면 원활하게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위험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주 양육자가 기다리지 못하고 "엄마가/아빠가/할머니가 도와줄게."라고 이야기하거나 아이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아이는 혼자 해보겠다며 나섰는데, 자신의 의견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다시 스스로 못 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할까'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도 주 양육자들이 도와주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렇다고 생각된다. 자신이 신발을 신기 위해 앉아 있기만 해도 신발이 신겨지고 그냥 미디어를 보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입에 밥을 넣어주면 얼마나 편할까! 마치 일하고 돌아왔는데, 누군가가 우렁각시처럼 집안을 정리해 준 느낌이지 않을까?
특히 먹는 것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그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왜 밥을 잘 안 먹을까요?"라며 묻는 학부모님들에게 "혹시 가정에서는 식사 시간에 어떤 모습인가요?"를 여쭤보면 밥을 잘 먹지 않아 한없이 움직이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먹인다던지, 미디어를 보상으로 건네주고 먹인다는 말씀들이 있었다. 물론 부모들도 '밥을 안 먹으면 아이가 찾겠지'라는 마음에 아이가 밥을 거절하면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아이가 안 먹으면 '아이가 잘 크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도 들어 다시 조금이라도 먹여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먹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전혀 먹지 않던 음식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나도 이제 형님이라 스스로 먹어"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의 경험에선 잘 먹지 않던 아이에게 다양한 반찬을 작게 잘라 조금씩 건네주며 "한 번만 먹어볼까? 먹어보고 별로면 더 안 먹어도 돼."라며 권해주고 (이때 아이가 거절하면 더 권유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만약 먹고 나서 입맛에 맞으면 스스로 더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친구들이 골고루 먹는 모습을 보며 "우와 00이는 나물도 잘 먹네. 대단하다."라며 칭찬을 건네고 "친구들이 엄청 맛있데. 00이도 조금 먹어볼래?"라고 권해보면 작게나마 스스로 시도해보기도 한다. 이후 원에서는 스스로 잘 먹는데, 가정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똑같은 모습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부모님들과 수시로 식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원에서 "00이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깐 집에서도 잘 먹겠다."라거나 "오늘은 집에서도 잘 먹고 내일 선생님한테 자랑해 줘"라며 아이와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른 경험으론 원에서 잘 먹기는 하지만 스스로 먹기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 힘들어서 혼자 못 먹겠어."라고 말하며 도움을 청하는 아이에게는 "그럼 선생님이 3번만 도와주고 나머지는 00이가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고 끄덕이면 숫자를 세며 도움을 제공한다. (3번이라고 말은 했다만 거의 다 먹여주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가정과 연계를 위해 부모님에게 "00이가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두거나 아예 여유 시간을 두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권유해 드리기도 한다. 가정과 교사 모두의 노력을 들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다시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건 정답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저 아이가 스스로 해내기를 바라며 "00이가 스스로 해볼까?"라며 반복해서 이야기해 주고 혼자 해냈을 때 격렬한 칭찬과 리액션이면 아이들이 그 기억을 바탕으로 스스로 하는 것에 다시 자신감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