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의 기억 속에서 어떻게 당신이 나이를 먹겠는가?
2. 나는 왜 젊은 날에 그토록 이 책에 몰두했는가? 그 무렵 나의 삶이 너무 고달팠다는 게 첫번재 이유이겠다. (…) 꿈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허영이었을 것이다
3. 나는 처음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영웅전을 썼으나,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이 글은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4. 플루타코스 영웅전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또 다른 교훈은, 당신도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수없이 많은 ‘나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인생이 아름다울 수는 있으나 그만큼 나쁜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사필귀정을 수없이 들어 온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 말이 더 정직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되돌아보면 의롭지 못한 사람에게 지고 저쪽이 비겁했다고 탓하는 것은 지혜로운 삶이 아니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고수는 암수를 이겨낼 수 있었어야 한다. 나 또한 젊은 날에 그런 아픔을 수없이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5.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많지만 다 잊으련다. 그저 고마운 일만 기억하고 싶다. 아울러 그동안 나로 말미암아 상처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하다. 나는 너그럽지 않았고, 매몰스러웠으며, 많은 사람을 미워했다. 설령 그것이 내가 겪은 한(恨) 때문이었고 그들의 잘못이었다 해도 잘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점을 후회하며 거듭 용서를 빈다
6. 나는 이 책이 절망의 아픔 속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야망을 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이 책의 번역과 출판은 가난하고 좌절했던 나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조국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거나 눈앞의 고난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7. 되돌아보니 이토록 무능한 내가 그 교정에서 산 것이 52년이었다. 남들의 한평생에 맞먹는 시간이다. 그동안에 나는 남자란 밥 먹으면 집을 나가야 하며, 해가 지기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3년에 걸친 번역 작업을 놓으며 돌아보니 한 여인이 저만치에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표정이 애잔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동갑내기 아들의 온갖 투정을 50년 동안 묵묵히 받아 준 아내 최명화의 모습이다. 가난한 고학생이자 생활 능력도 없는 시간 강사였던 나는 신접살림 시절부터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눌려 매우 괴로워했다. 그래서 아내와도 많이 다투었지만, 되돌아보니 고마움이 더 크고 미안하다. 그는 가난한 삶에도 한결같이 나의 밥상에 새로 지은 밥과 더운 국을 놓아 주었으며, 출근길에는 구두를 닦아 밖으로 나가는 쪽을 향해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14년을 감옥에서 보낸 항일 투사의 딸답게 강인했던 그는 심신이 허약한 나를 고무해 주었다
8.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원한다니, 나는 그를 위해 내내 온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의 바보는 난생 처음, 제가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9.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자기 자신도 새처럼 다뤄야 한다. 내가 내 삶을 지켜야 하고 나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 아이를 보호할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므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10. 식사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절제할 수 있습니다. 식사를 절제하는 것은 마음에 안정을 주고 몸을 보살피는 근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11. 오히려 그 반대야 내가 그 남자와 친구가 된 건 내 아내가 그와 잤기 때문이었어. 나는 이해하고 싶었어. 왜 내 아내가 그 남자와 자게 되었는가. 왜 그와 자야 했는가. 적어도 맨 처음 동기는 그거였어. (…) 끝까지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삶의 자세였다. 설령 아무리 극심한 고통이 닥친다 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을 통해서만 인간은 강해질 수 있으니까
12. 자신의 것이라고 할 만한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대를 사랑하게 된 그 시간에 감사드린다. 이 문장에 내 인생 전체가 담겼으면 좋겠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시간과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이고 삶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나오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므로, 삶은 결국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말할 줄 알게 되는 하나의 과정이다
13. 세상에는 교환 아닌 것이 별로 없으므로, 좋은 글을 얻고 싶다면 이쪽에서도 가치 있는 것을 줘야 한다는 것.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은 생명이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니, 줄 수 있다. 생명은 ‘일생’이라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시간이라는 형태로 분할지불이 가능하다. 생명을 준다는 것은 곧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14. 어떤 책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려면 그 작품이 그 누군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더 과감히 말하면, 위로받는 것은 이해받는 것이고, 이해란 곧 정확한 인식과 다른 것이 아니므로, 위로란 곧 인식이며 인식이 곧 위로다. 정확히 인식한 책만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15. 어떤 부분들이 지금의 내게는 일종의 ‘재치’의 산물로 보인다. 웃기려 했다는 뜻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지불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어내려 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뜻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에나 감히 시도할 수 있고 또 가끔은 성공하기도 하는 거래였다고 생각한다. 이를 너그럽게 보아준 분들이 많아서 지금도 읽히고 있지만 나는 이제 그 책을 얼마간 부끄러워 한다
16. 대체로 내 삶을 이해하고 버텨내기 위해 쓰인 글들이어서 내 글의 시야는 넓지 않고, 살아낸 깊이만큼만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므로 나의 책이란 결국 나의 한계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의 책에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가끔 무언가를 용서받는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단 한 문장을 아직 찾지 못했으므로, 나는 이제 또 한 권의 책을 만들 수밖에 없으리라
17. 삶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다. 나는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괴로움을 겪는다. 더 나아지려고 애쓴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18. 나는 세상에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데 세상도 나에게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마치 나에겐 사랑이 필요한데 누가 나를 사랑해줄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때 당시 나는 더는 무의미하게 살고 싶지 않았고, 무의미하게 살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믿었다.**
19. 이따금 그녀가 부러워졌다. 그녀가 지금 열세 살이라는 게 말이다. 그녀의 눈에는 갖가지 일들이 모두 신선하게 비치리라. 음악이며 풍경이며 사람들이. 그것은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의 모습과 아주 다를 것이다. 나 역시 옛날에는 그랬다.
“지금도 듣고 있지. 좋아하는 곡도 있고. 하지만 가사를 외울 만큼 열심히 듣지는 않아. 예전만큼은 감동하지 않아.”
“정말 좋은 건 아주 적거든. 무엇이든 그래.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 하지만 예전엔 그런 거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무엇을 듣건 제법 재미있었어. 젊었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게다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 시시한 것에도,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떨림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어. 내가 하는 말 알겠어?”
20.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될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제 서른네 살이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인가? 나는 서글프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책임이었다. 그녀가 내 곁을 떠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렇게 될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도 알고 있었고, 나도 알고 있었다.
21. 나는 아주 불완전한 인간이야. 불완전하고, 노상 실패하거든. 하지만 배워. 두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왜 그럴까? 간단해 왜냐하면 내가 어리석고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그런 때에는 역시 인간은 스스로를 혐오하게 돼.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세 번은 저지르지 않으려고 결심하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지.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건 분명해
22. 가끔 기도는 할게. 그대의 슬픈 내력이 그대의 생을 엄습하지 않기를, 나보다 그대가 덜 불운하기를, 그대 기록 속에 내가 없기를.
23.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내가 질투가 났다고, 미안하고 내가 부족했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소년이다.
24. ‘내가 문제있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야죠. 좋은 관계는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합니다.
25. 그때 나는 끝났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끝이다.
26. 실망과 상처는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헛된 기대 때문이었다는 것을.
27. 깊이 사랑하는 여인의 매력을 항목별로 조목조목 읊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그냥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28.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흥미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열심히 철저하게 파고드는 성격입니다. 어중간한 지점에서 ‘뭐 됐어.’하고 멈춰버리지는 않습니다. 나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합니다
29. 애석하게도 내가 밤의 적막을 켜켜이 들춰 보는 동안 그만큼의 아침을 전부 놓친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30.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자네라는 존재가 지겹지도 않나?“
그건 정말 멋진 질문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31. 인연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나고 보면 모든 인연이 소중했는데 항상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내가 있었다.
32. 내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은 결국, 평범한 인물들이 절박한 순간을 견디는 모습이다.
33. 말해봐, 너는 뭘 했니, 너, 바로 여기 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34. 사랑은 다른 사람의 행복이 본질적으로 당신의 것이 되는 조건인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사랑의 본질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소
35. 사회관계적 모순 중 하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보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훨씬 더 잘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36. 내가 남과 다른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글의 마지막에서 깨닫는 것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남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37.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느낌을 가질 것.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은 현명하게 포기할 줄 알 것. 부정 속의 긍정이요, 체념 속의 의지다
38.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39. 고통이 주는 가장 큰 결실은 무엇을 성취했는가가 아니다. 그 시련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40. 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없다면, 사랑도 대게는 권태롭기 짝이 없는 의무가 될 뿐이다.
41. 그녀가 몹시 불행해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그녀를 결혼했을 당시보다 더 사랑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냈기 때문이다
42.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사랑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나를 사용하렴.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적어 보내면 당신이 필요해요 라는 답장을 받게 되던 한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43. 여기는 결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세속에서 큰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리겠다. 너는 앞으로 경험을 많이 해야 하고, 아마 결혼도 해야 할 것이다. 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고, 할 일도 많을 것이다. 나는 너를 믿기 때문에 속세로 보내는 것이다.
44. 아무리 시시한 일이라도, 매일 계속하면 거기에는 어떤 종류의 의미 같은 것이 생겨난다.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
45.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게 훨씬 힘들다. 거짓은 진실을 도둑질 한다.
46. 완벽함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성취된다
47.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 그가 말했어요. 하지만 완벽한 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48. 최고의 복수는 상처를 준 사람과 같아지지 않는 것이다.
49.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건네는 무의미한 자극을 흘려보내야 한다. 저 사람은 의도가 없고 내 인생을 흔들만한 사람이 아니다
50. 모든 것이 신에게 달린 것처럼 기도하고, 모든 것이 너에게 달린 것처럼 행동하라.
51.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52. 플로렌티노의 사랑을 흔히 ‘한결같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은 끝까지 한결 같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사랑은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며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은 희미해지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는 방식으로 모양을 바꾸어 살아남았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그 대상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헌신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그의 연인이었던 페르미나 다사가 없는 부재의 시간을 견디는 한 인간의 집요함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 소설이 사랑의 이상을 말하기보다는, 시간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기억은 나쁜 것을 지우고, 좋은 것만을 과장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무게를 견디고 현재를 살아간다. 플로렌티노의 사랑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그것은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인 동시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다.
마르케스가 말하고자 했던 무언가는 어쩌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견디는 한 인간의 생존 방식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젠 나도 그렇게 살 수 있는 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53.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는 것,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54. 사랑 앞에서는 도덕도, 윤리도, 선악에 대한 판단도,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조차도 모두 힘을 잃는다. 사랑은 그런 판단 자체를 넘어서는 어떤 쏠림이자 힘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 오늘날까지 언급된 유일무이한 진리는, 바로 그것이 ‘위대한 신비’라는 것 뿐이며, 그 밖에 사랑에 대해 말하거나 쓰이는 모든 이야기는 어떤 결론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는 문제들을 새삼스럽게 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55.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두는 거야
56. 불안해도 버틴다. 불안정한 마음을 안고도 계속하는 것, 그것이 버틴다는 것이다.
57.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건 더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부디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 사람, ‘참 다정했지’라고 남고 싶다.
58.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신에게 구걸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 목하는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59. 무언가를 진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그동안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야 온다.
60. 사람의 세상이란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 노을이 비추는 세상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저녁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61. 인간이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릅니다
62. 죄란 보통 생각하는 것 같이 무엇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일이 아니었다. 죄란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인생 위를 통과하면서 자기가 거기에 남긴 발자국을 잊어 버리는 일이었다.
63. 경박한 비둘기가 허공을 가르며 하늘을 날다가 문득 공기의 저항을 느끼고 이런 생각을 품는다. 이 공기만 없다면 훨씬 더 잘 날아다닐 수 있을텐데. 진실한 깨달음이 일어나는 곳은 공기가 없는 공간이 아닌 지금 이 모양의 세상 한복판, 인간 존재의 문제상황 속이다
64.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그 사람이 가지고 올 불확실한 미래까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면, 신오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었다.
64. 좋아하는 마음이란 본래 믿을 만한 게 못 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믿을 게 못 된단다. 하지만 한 번 믿어볼 만한 것이지. 그 애가 좋으면 그 애를 좋아하면 돼.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한 사람이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65. 얼마나 사랑할 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66. 공자는 사랑을 ‘사랑하는 대상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예전엔 이 말이 너무 관념적으로 다가왔다. 사랑이란 결국 ‘나’의 열정이고, ‘우리’의 가능성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말의 의미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잘 되기를, 행복하기를, 이제는 내 품 안이 아니라 먼 자리에서 바라게 되는 마음. 그런 마음이어야 한다고. 어쩌면 그 마음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67.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