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기록 (1)
“나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계속 사물을 관찰하고 싶다.”
관찰 자체가 삶이게 하는 그 강력하고 수그러들지 않는 관심
삶의 가장 주요한 동력을 넘어 삶 자체가 될 정도로 강렬한 알고 싶은 욕구
그럼에도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즐거웠다. 사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팔에 잠깐 손을 얹었다가 - 아니, 당신은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 - 나는 슬쩍 사라지겠다. 아니, 계속 구경하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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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요즘 내내 나를 맴도는 키워드인 것 같다. 나의 정체성은 결국 나의 기억이고,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내게 남아있는 기억들이 결국 나다, 내가 기억을 잃는다면 나는 내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기억만이 내가 쓸 수 있는 전부다. 나는 내게 남아있는 것 외에는 쓸 수 없다.
줄리언 반스가 좋아 그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읽고 있다. 대표작들은 대부분 읽었고 남은 건 초기작과 에세이다.
이건 내 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억지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한 시기에 한 작가의 책만 읽다 보면, 그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물론 모든 작품을 읽는다고 작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마치 농사와 같아서 당장 읽는다고 바로 수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더더욱 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중요하다, 당장은 그 무엇도 수확할 수 없는데 끝까지 밭을 갈게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반스는 77세의 나이에 그의 마지막 작품을 출간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로서 그의 마지막 문장이 참 좋았다.
‘당신이 있어서 나는 즐거웠다. 사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그가 왜 내 안에 맴도는지 알지 못한다. 그의 문장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도 알지 못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이 있었다. 그를 더 알고 싶다는 욕망, 그의 지성을 흡수하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무엇보다 울림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균형을 이룰 때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걸까.
나는 지금 내가 무엇에 대해 쓰려는 건 지 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이건 지금 완성된 글이 아니다. 단지 내 사유의 기록일 뿐이다.
다만 나를 맴도는 저 키워드 ‘마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대해 조금이라도 발산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결국 남는 질문은 나는 왜 ’ 자연스러운 마음’에 집착하는가? 일 것이다
아마 그건 내가 올해 30살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사람은 점차 ‘젊지 않음’으로 분류될수록 삶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는 ‘자기 보존’의 욕구가 승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