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오래된 노래를 추억하는 것

by 리을의 생각

이용 -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0월의 은행냄새와 쌀쌀한 바람, 얄궃은 일교차가 익숙해질 때쯤 어김없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이별노래야 많고 많지만 10월의 길목에서만큼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독보적으로 부상되는 것 같다. 1982년에 발표된 곡이니, 40년 넘게 한국인들의 가을감성을 지피고 있다.


나의 첫 잊혀진 계절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라디오에서였다. 그 당시 집에서 엄마의 주도하에 라디오에 영어 듣기파일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넣어 공부하였는데, 사실 그닥 영어에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애초에 나의 의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자리를 지키는 수준이었기에 당연히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흐름을 끊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멈추고 쉴 때 조금이라도 더 길게 쉴 요령으로 라디오를 틀곤 했는데 그때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흘러나왔다. 휴식시간이 초과해 평소 같았으면 다시 진도를 나갔을 엄마는 추억에 잠긴 듯 노래를 나즈막하게 따라불렀던 것 같다. 엄마가 학생 때 정말 인기가 많은 곡이었다고. 11살 짜리 아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어머니의 회한을 이해할리 만무했겠지만, 그때 엄마의 노래가 참 듣기 좋았던 것 같다.


가사를 짚어가며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아마 각자의 이루어지지 못한 무언가를 생각할테지만, 오래된 노래를 들으며 때때로 그런 추억들을 소환하는 것에, 어떤 의미나 가치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정말로 잘 모르겠다. 다만 대부분이 눈깜짝할 새 사라지는 삶 속에서 아무튼 저 노래에 담긴 추억은 살아남았나보다. 다른 말과 생각은 전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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