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게 내 의지와 꽤 무관하다는 걸 알게 된다.
몇 번을 보아도 기억에 남지 않는 사람이 있고, 어쩌다 한 번을 스쳐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문장도 비슷한 거 같다. 책 한 권을 완독해도 한 문장도 기억에 남지 않았던 적도 있고, 반대로 스쳐지나가는 댓글 한 줄이 또렷하게 기억되기도 했다.
내 언어는 내가 기억하는 문장들로 조합되고 또 구성된다. 그렇게 언어는 나의 표상(表象) 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값지고 좋은 것, 많은 잊혀짐 속에도 내 안에 깃든 순도 높은 이 문장들이 아닐까. 그것들을 나누고 싶다.
—
1. 무리해서라도 시계추의 끝까지 움직여본다음,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가장 편안한지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2. 사람이란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3. 너에게는 너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네 사랑으로 채워야 할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 삶은 단순해질수록 아름답다. 그러나 단순해지는 데는 무수한 복잡함이 선행된다.
5. 인생이란 약하게 사는 시간이 의외로 더 긴 법이니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추억을 남기는 거야.
6. 누구에게나가 아니야, 너니까 그런거지. 누구에게나 친절하기에는 내 인생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어.
7. 사람의 입체성은 그 사람이 매혹당한 세계의 수 또는 그 세계를 파고든 깊이에서 나온다
8.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들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9. 설사 상대방이 가진 것에 매혹되면서 관계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그 관계가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이해로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질 때에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10.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한 사랑을 줄 수는 있습니다
11. 문학이 귀한 것은 가장 끝까지 듣고 가장 나중에 판단하기 때문이다
12.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13. 경황이 없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찌 보면 사치와 같은 걸지도 몰라. 그래서 나의 사랑은 너에게 있어서 공정하지 못하고 부담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
14.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물론 글로 써보고 나면 나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의 아주 일부분 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누군가에게 뭔가 적어 보내고 싶다는 기분이 든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로선 행복해
15.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16. 나는 다만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니까 써온 것뿐이다. 어째서 쓰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무엇인가를 글로 써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7. 옳은 것보다 중요한 것은 친절함이다
18.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계절에 쉽게 사랑에 빠진대요 진즉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19. “무언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랑할 수 있어. 기분 좋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어. ”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거군요?”
”그 이상은 운이야“
20. 아무 일 없다는 듯 곁에 머물러 있는 오늘이 언젠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1. 때때로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으로써.
22.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이루는 중심이 있기 마련이다
23.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24.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형태로 표현할 지 ,어떤 형태로 살아갈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나는 그것이 개성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5. 친절함과 마음은 별개의 것일세. 친절함이라는 것은 독립된 기능이지.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표충적인 기능일세. 그건 단순한 습관이지. 마음과는 다른 것이라네.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훨씬 깊고, 훨씬 강한 것이지. 그리고 훨씬 모순된 것이야.
26. 나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미워하시는 줄로만 알았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그 마음 또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할아버지의 사진 앞에 목놓아 우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서야 난 알아차릴 수 있었다.
27. 그 사람은 자주 나에게 달다가 쓰다가 하였다. 달콤한 날에는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 없었고, 쓰디쓴 날에는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28. 훌륭한 번역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두말할 필요 없이 어학 실력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름의 편파적인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것만 있다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내가 내 작품이 번역될 때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입니다. 편파적인 사랑이야말로 내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29.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나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자신이기 때문이다
30. 사람들은 저마다 석연치 않은 무언가를 몇개씩 끌어안고 살고 있다.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있어도 즐겁게 살 수 있어
31. 내 가슴 속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하나 더 있소. 그 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 그저 멀뚱하니 가만 바라볼 뿐… 세상 넘쳐나는 다른 힘들에 비하면 너무나 무력하고 덧없는 시선이오. 그런데, 눈앞에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그 눈은 있는 힘껏 나를 노려보고 있소. 마치, 어서 도우라는 듯. 그게 네가 배운 도리가 아니냐는 듯 외치는 것 같지. 그러나 그건 내 마음속에 있는 무력한 눈빛일 뿐이오. 무시한다고 하등 문제될 것 없는… 그래서 난 가끔 정말 그 눈을 무시하지. 몇번 더 그러면, 눈빛은 힘을 잃고 허망하게 흐려질 것을 알아.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사춘기 지나듯 사라져 버릴 테지. 하지만 난 끝내 그 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볼 수가 없소. 그 눈은 결국 나의 눈이니까. 사라져버리면 되찾을 수 없을 예전 나의 모습이니까. 지금 그 눈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