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_03

2022. 10. 01 ~ 2022. 10. 10 (3일 차)

by RRoice


게르에서 무사히 첫날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이동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공용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현지 식당에서 점심으로 양고기를 먹었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게걸스럽게 먹지는 못했다. 오후에 말을 타는 일정이 있다는 소식에 장갑이 없는 팀원들은 장갑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인천공항에서 반 팔로 활보하던 팀원과 나는 장갑을 미리 챙겨 와서 구매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반 팔 여자는 뭐라도 사고 싶어 했다. 장갑 말고 양말을 한참 만지작 거리더니 양말을 샀다.

말 탈 때 양말도 필요한가 보다.

다른 팀원들은 각각 장갑을 고른다. 나름 만족해하며 구매한 장갑을 껴보면서 푸르공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 법한 광활하고 멋진 계곡이자 골짜기였다.
더 맑아질 수 없을 만큼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도 유유히 지나간다. 골짜기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주변 산 능선과 바위들, 한가로이 걸어 다니는 말들까지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팀원들 모두 감탄하면서 걸어간다. 원래 일정은 말을 타고 들어가는 일정이었으나 말들이 준비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 말을 타기로 한다. 다들 장갑은 잘 끼고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길은 걷기에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면 갈수록 예쁜 풍경들을 놓칠 수 없어 최대한 깊이 들어갔다. 남들 장갑 살 때 양말을 산 이 여자는 제일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다. 키도 큰 데다가 팔다리도 길어서 그런지 자꾸 길이 아닌 곳으로 걷는다. 계곡 안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두리번두리번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가파른 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구면인 팀원이, 그것도 등산모임에서 만난 팀원인데 덜렁 혼자만 올라가는 모습이 헛헛해 보여서 같이 올라가 줬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곳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어달라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무서운 걸 참아가면서 올라왔는데 사진 찍으려고 보니 역광이다.



계곡을 다시 걸어 나오는 길 역시 아름다웠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며 행복해하는 팀원들 표정을 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이 모습들을 담으며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게르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고 마찬가지로 조용한 밤을 보냈다. 여전히 게임을 하고 싶다며 동분서주하는 팀원은 이제 더 이상 게르 출입문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는다. 익숙해졌나 보다. 서로 꼭 붙어 다니던 여자 팀원 두 명은 이제 조금씩 나를 쳐다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인천공항에서 날 못 쳐다본 건 아무래도 내가 역광 위치에 있어서 그랬나 보다.

수염이 멋있는 팀원은 저녁때마다 신사답게 보드카를 마신다. 여행 기간 내내 마셨지만 한 번도 취하지 않는 모습이 부러웠다.



아름다운 하루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름다운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오늘 걷는 구간이 길진 않았지만 긴팔원숭이 같은 팀원 장단 맞춰준다고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해서 그랬는지 조금은 피곤했다.

아무래도 다음 날 아침에는 늦잠을 잘 것 같았다. 그래도 뿌듯했다.

게르 안에서 모든 조명을 끄고 잠들 무렵, 긴팔원숭이가 나에게 외친다.



오빠 내일 아침 일출 보러 안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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