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01 ~ 2022. 10. 10 (4일 차)
게르에서의 아침은 분주하다.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간단히 얼굴 세수와 양치만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해서 짐을 챙기기 바쁘다.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가 더 자잘한 짐들이 많아 보인다.
나를 제외한 유일한 남자 팀원인 이 남자는 매일 밤 칭기즈칸 보드카를 마셨다. 아침마다 짐을 가장 늦게 챙기기 시작하지만 출발 시간에 늦지는 않는다. 말년 병장 바이브처럼 여행을 많이 다녀본 바이브가 느껴진다.
여행 중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멋진 곳을 봐도 달려가지 않고 아침이든 밤이든 분주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어젯밤 별들이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다른 모든 팀원들이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느라 동분서주할 때도 이 칭기즈칸은 한가롭게 가만히 게르 밖에 서서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카메라 설정을 조절해 가며 사진으로 담으려고 애쓰는 배우자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항상 여유 있고 느긋해 보였다.
사막을 올라가는 날이었다. 여행 중 유일하게 이틀을 머무르는 게르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바로 사막으로 이동했다. 본격적으로 사막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모래에 푹푹 박히는 발 때문에 한 걸음 내딛어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신발 안으로 모래가 잔뜩 들어와서 팀원들 모두 신발을 벗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칭기즈칸은 팀원 중 유일하게 신발을 신고 사막에 오른다.
모래는 차가운 곳도 있었고 따뜻한 곳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래를 밟는 느낌이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사막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손으로 거의 기어가면서 올라갔다. 과연 이 사막을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연하게 높아 보였다. 빠르게는 올라가지 못했고 느리게 천천히 그리고 간신히 올라갔다. 모든 팀원들도 무사히 올라갔다. 사막 정상에서도 우리들은 사진 찍는 데에 몰두했다.
칭기즈칸은 여유롭게 주변을 감탄하며 둘러본다. 아마도 위를 보는 것 같기도.
사막을 내려오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올라가는 일보다 훨씬 쉬웠고 모래 썰매로 경사를 내려오기도 했다. 모래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래 썰매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라 유쾌했다. 여행 중 가장 활동량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매일 밤은 조용하고 길었지만 이날 밤은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우며 가장 짧은 밤을 보냈다.
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팀원들 첫인상을 이야기하거나 서로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모닥불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에 때문이었을까.
긴팔원숭이가 취했는지 갑자기 모닥불에 보드카를 붓는다. 높은 도수의 술이라서 모닥불이 마술쇼에 나오는 불처럼 화려하게 커진다. 아까운 술을 왜 버리냐며 칭기즈칸은 빠르게 긴팔원숭이에게서 보드카를 빼앗는다. 칭기즈칸이 제일 빠르게 행동한 건 이 순간이었던 것 같다.
모든 여자 팀원들이 긴팔원숭이를 보듬으며 침대로 눕힌다. 요란한 밤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칭기즈칸은 게르 밖에서 또 위를 바라본다.
이 날 밤은 별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데도 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별을 바라보는 건지 달을 바라보고 있는 건지 도통 잘 모르겠다.
다음 날 칭기즈칸은 가이드님에게로부터 몽골어로 하늘(텡게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마도 그가 위를 계속 쳐다 본건 하늘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