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_05

2022. 10. 01 ~ 2022. 10. 10 (5일 차)

by RRoice

하늘(탱게르)의 배우자는 팀원 모두가 몽골어로 된 이름으로 여행 기간 동안 불리길 원했다.

가이드님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드리자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주셨다.



별(얻뜨), 하늘(탱게르), 꽃(체쳌), 달(사라), 잎(낲쳌), 우주(앙카랔)



몽골어 발음이 어려워 완벽하게 소리 내진 못했지만 서로 몽골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긴팔원숭이는 별이 되었고 칭기즈칸은 하늘이 되었다. 하늘과 꽃은 부부이다.

달과 잎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온 각별한 친구 사이다.

나는 우주라는 이름을 받았다.


어색했지만 또 다른 이름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신선했다.

마침 한국에서는 기태라는 이름이 은근히 들릴 무렵이라서 그랬는지도.

(수리남을 봤다면 변기태를 모를 수 없지)



별은 전날 보드카 과음으로 인해 오전에는 누워있었다. 점심을 먹고 회복하더니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머리가 묶여있는 걸 보더니 본인이 토했는지 우리에게 물어본다. 민폐를 끼치지 않았냐며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기억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꽃은 매일 밤마다 게임에 목말라 있었다. 몸으로 말해요 같은 게임을 정말 하고 싶어 했는데 결국 해주지 못했다. 충분히 해줄 수 있었는데 못해준 것 같아서 조금은 미안했다.

한국에 가서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게임을 주구장창 외치는 꽃에게 말로는 핀잔을 주지만 눈으로는 다독였다.


달과 잎은 전날 사막을 오르느라 힘들었는지 아니면 어젯밤 술 취한 별을 챙기느라 힘들었는지 별과 비슷하게 오전 내내 누워있는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하늘과 꽃보다 더 부부 같았다. 오래된 친구라서 그런가 보다. 달과 잎 모두 이날쯤 돼서야 조금씩 낯을 덜 가리는 것 같았다.

여행 중에 먼저 말을 꺼내거나 질문이나 요청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날 달이 나에게 질문한다.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이 어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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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다 달랐지만 통신이 원활하게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도 많아서 휴대폰을 한국만큼 만지지 않게 되어서 좋았다. 그러다가 식기를 반납하러 가이드님 게르에 갔는데 아무도 계시지 않아 연락을 해보다가 알게 되었다.


가이드님 게르 근처에는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힌다는 걸.

팀원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해 줬는데 달과 잎이 잘 못 들었는지 나에게 확인차 물어본다. 어디가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는지. 가이드님 게르 근처로 가서 해보라고 다시 알려줬다.

둘 다 눈이 동그래져서 알겠다고 하며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한참 뒤에 돌아왔다.

각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온 모양이다. 흡족한 표정이다.



나도 전화 통화를 할 겸 가이드님 게르 근처로 나갔다가 바로 돌아왔다.

부모님에게 하자니 잔소리 들을 것 같고, 동생에게 하자니 그냥 싫었다.

친구들 중에서는 전화하고 싶은 친구들이 없었다.

친구에게 전화하면 분명

몽골까지 왜 갔어? 무슨 일 있어? 회사는?

등등 이런 질문을 답변해야 할 텐데 답변하기 귀찮았다.



우주에는 인터넷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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