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기_06

2022. 10. 01 ~ 2022. 10. 10 (6일 차)

by RRoice

어느덧 여행의 절반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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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들도 있었지만 모난 팀원들이 없어서 무탈히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슬리퍼가 찢어져서 버리고 오는 팀원도 있었고 일회용품이 다 떨어져서 다른 한국인 일행들에게 구걸을 하는 경우도 생겼지만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하루 중 날카롭게 집중하는 시간은 푸르공 자리 선정 시간이다. 여섯 개의 자리마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그중에 창가자리 그리고 다리를 조금 뻗을 수 있는 자리가 명당이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긴 시간 앉아 있다 보니 자리 선정 게임은 늘 치열했다.

대부분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자리를 정하다가 이 날은 색다른 게임으로 자리를 정했다.



농구 자유투다. 게르 주변에 덩그러니 농구코트가 있다. 사막과 농구 코트가 한 시야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다행히 코트 안에는 농구공도 있었다. 먼저 넣은 순서대로 앉고 싶은 자리를 정하기로 한다. 남자와 여자 동일한 위치에서 공을 던지기로 한다. 당연히 나는 남자라서 더 멀리서 던지는 줄 알고 있었다가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잠자코 있었다.


꽃과 잎은 한 번에 성공한다. 별은 두 번째에 성공, 그다음이 나, 하늘, 마지막은 달까지. 농구공을 던질 때마다 숨죽여서 지켜보고 들어가면 나오는 환호성이나 아깝게 농구공이 돌아 나오면 들리는 탄식들까지.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모두가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즐거웠다.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방금 전까지 농구공을 던지며 소란스러웠지만 푸르공에 앉자마자 각자 상념에 잠긴다.



몽골 여행하면서 가장 길게 보낸 시간은 이동시간이었다. 푸르공 안에서 지루하게 이동하는 시간이 길었다. 흐리멍덩하게 멍하니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고민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참 많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취업을 내가 다시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이가 많은데 날 받아줄 곳이 있을까,

부모님의 성화에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할까 등등 생각만 많았지 명쾌히 해결방안이 생기진 않았다.

결혼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당연히 했다.



푸르공을 타고 이동 중 허허벌판 가운데 가판대가 덜렁 서있다. 가판대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내려서 구경을 시작한다. 구경을 하고 있으니 멀리서 가게주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다. 강아지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팔찌, 반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검은색 팔찌랑 비취색 반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마땅히 선물해 줄 사람이 없어서 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다른 팀원들은 조금 더 서성이다가 돌아왔다.



반나절이 넘게 이동해서 유적지를 돌아본 다음 게르에 도착했다. 이제는 익숙하게 각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쉰다. 저녁 이후에 야식은 꽃이 요리해 준다. 남편인 하늘에게 요리를 자주 해준 솜씨다. 이날도 야식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요리하는 손을 자세히 보니 검지 손가락에 아까 낮에 본 비취색 반지가 끼워져 있다.

아무래도 부부인 하늘이 꽃에게 사준 모양이다.



이래서 내가 아직 결혼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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