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 가득 차 오르는 주말 아침! 느릿느릿한 마음과 몸은 기지개를 켜고 긴 하품을 한다. 창밖 햇살이 오랜만에 눈이 부시다. 밖의 날씨는 메마른 대지의 초록들이 나오기에는 아직 겁나는 겨울이다. 이부자리의 온열은 몸의 노곤함을 쉴만한 여유와 함께 찌릿한 온기를 세포들에게 보낸다. 늦잠이 꿀잠이 되어 한 시간가량 더 잤다. 늦은 아침을 준비하여 뱃속의 세포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한다. 습관이 중요하다. 첫 시작이 어렵지 매일 반복해서 걷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2년 6개월째, 내 몸은 소파에 그대로 누워 있게 하지 않는다. 발바닥이 먼저 알아채는 듯 양말부터 신기 시작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걷기 좋은 길!
이곳저곳 인터넷을 검색하며 트레킹 코스를 찾다가 경기도 철원군에 있는 한탄강에 대한 블로그 후기에 마음이 동하였다. 물윗길이라는 길 이름이 예쁘다.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어 물 위에 부교를 따라 걷거나 바윗길을 가다 보면 야생화와 화산절경이 볼만하다니 저절로 몸이 반응한다. 물 위를 걷는다니? 물윗길은 단단한 플라스틱 통을 연결하여 부교처럼 물 위에 띄워놓은 길이라 한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부표가 있다고 하니 느릿느릿 걸어도 될 듯하다. 부교는 미끄럼 방지와 물 빠짐을 고려하여 제작된 것으로 바닥이 약간 둥글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스릴이 있다니 망설일 것 없이 채비를 하였다.
운영기간이 11월부터 4월까지다. 늦추면 안 될 거 같다. 철원 한탄강 물윗길은 하루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혹시나 해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둘러서 예약을 마쳤다. 항상 꾸리던 행랑에는 간단한 간식으로 초콜릿과 물, 귤을 담았다. 점심은 미리 김밥으로 준비하여 차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다. 차는 태봉대교 주차장을 도착지로 입력하고 달린다. 약 2시간을 달려 태봉대교를 지나니 대교 아래 왼쪽에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입구 매표소에 예약상황을 알려주니 손목띠와 철원사랑상품권을 준다. 예약자의 경우는 손수건을 선물로 주었다.
한탄강 물윗길은 약 8km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트레킹 할 수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물윗길 위로 되돌아오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되는데 철원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된다. 초보의 경우 구간이 길다면 중간에 은하수교와 고석정에서도 입장할 수 있다. 트레킹 코스의 모든 절경을 보기 위해서는 태봉대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입구를 지나니 한탄강이 넓게 펼쳐지고 바로 부표다리가 나온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잠바에 털모자와 귀마개까지 꼭꼭 싸맨 차림이라 고산을 오르는 복장처럼 보여 우습기도 하였다. 부표다리는 적당히 출렁출렁 흔들거려서 물결이 흐르는 듯 몸이 같이 움직여진다. 겨우내 꽁꽁 언 얼음이 걸을 때마다 부표와 부딪치며 부스럭 댄다. 다리 위에는 알록달록 바람개비가 살랑살랑 흔들며 길 안내를 하고 있다. 물윗길은 전 구간 물 위만 걷는 게 아니고 바위와 돌길로도 연결되어 있다. 바위는 의자처럼 생긴 것도 있고 평평하여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여도 넉넉한 크기로 발을 멈추게 한다. 강을 배경으로 산은 현무암의 주상절리 바위와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이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돌길은 은하수교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계속 끝까지 걷다가 다시 은하수교로 올 계획이어서 그대로 직진하였다. 길의 돌들은 바윗덩이가 강물에 닮고 달았는지 다양한 모양인 체 발 밑에서 적당히 오글거리며 나그네의 발바닥을 자극한다. 큰 바위아래 돌 위에는 사람들의 소망을 올린 작은 돌탑들이 군데군데 봉오리처럼 올라와 있다.
일정하게 납작한 모양이다. 약 5시간가량 걸었던 한탄강 물윗길은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계곡이 아름다운 길이다. 4월 말에는 강 위에 띄워놓은 물윗길을 장마에 대비하여 거둔다고 하니 그전에 다시 또 가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비경이 많다. 주말을 이용하여 걷는 길로 강추하고 싶은 물윗길!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