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 김주환
회복탄력성? 제목만 보면 빵점이다.
1. 회복: 추상적인 낱말이다.
2. 탄력: 역시나 추상어다.
3. 성: 성질? 특성? 역시 추상어다.
책 좀 읽어본 사람은 다 안다. 추상어는 필패라는 것을. 왜냐고? 우리 인간은 추상어에 익숙하지 않도록 진화했으니까.
그런데 어쩌나? '회복탄력성'은 그걸 뚫어냈다. 추상어 3콤보로 제목을 지었는데도 전 국민을 설득했다. 이젠 모든 사람들이 '회복탄력성'을 들어봤다. 다들 이게 뭔 뜻인지 대충이라도 짐작은 한다. 나도 그랬다.
'멘탈 나갔을 때,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
네이밍의 승리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제목 안에 모든 원리가 다 들어가 있다. 책을 안 읽어도 회복탄력성이 뭔지 알 것 같다.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는다. 도대체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기르는데?
저자인 김주환 교수는 다양한 비법을 전수한다. 마치 50년 전통의 맛집 사장님처럼 다 떠먹여준다. 그런데, 다 뻔한 말이다.
1. 운동하세요^^
(3종 세트 다 하세요. 유산소+근력+스트레칭)
2. 감사하세요^^
(요즘 말로, 럭키비키하세욬ㅋㅋ)
이건.. 내가 우리 반 학생들한테 맨날 하는 말이다.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맨날 했던 말이다. 이쯤 되면 원로가수 아이유를 또 소환해야 한다.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운동하라, 감사하라. 이거 말고 또 뭐 쌈박한 거 없나? 책장을 더 넘겼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50년 전통 맛집 사장님의 특제 소스! 셰프의 킥은 바로바로!!
"셀프 보이스피싱을 하세요"
(실제로 이런 워딩을 쓰진 않으셨다. 내가 내 나름대로 소화한 거다;;)
김주환 교수님은 강력히 주장한다. 셀프로 뇌를 속이라고 말이다. 시련이 왔을 때, 셀프로 중얼거리란다. 뭐라고 중얼거리면 되냐고? 이것도 내 나름대로 해석한 건데, 그 멘트는 이것이다.
"와, 이거 ㅈㅁ 재밌겠는데?"
(ㅈㅁ은 '정말'이다)
바로 특제 소스 사용법을 예시로 살펴보자.
1. 집에 물이 새네?
=> 와, 누수 어떻게 잡는지 알게 되겠다! 일상 배상책임보험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참에 알게 되겠네! "이거 ㅈㅁ 재밌겠는데?"
2. 우리 회사에서 나만 일하네?
=> 나만 새로운 거 배우겠다! "이거 ㅈㅁ 재밌겠는데?"
어처구니가 없을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사람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속는 셈 치고 몇 년 동안 따라 해 봤다. 그랬더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실제로 뇌가 속는 것이다!!!
우리 뇌는 은근 멍청(?)하단다. 셀프로 즐겁다고 생각하면, 진짜로 즐거운 줄 안단다. 드럽게 잘 속는단다. 그러므로 우리는 치열하게 우리 뇌를 속여야 한단다. 그러면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단다.
저자인 김주환 교수는 말했다. 회복탄력성은 근력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이다. 날 때부터 근육량이 많게 태어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운동을 안 해도 몸이 다부지다. 하지만 근육량이 적게 태어난 사람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면 무조건 몸이 좋아진다.
회복탄력성도 마찬가지란다. 날 때부터 회복탄력성 좋은 사람이 있단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래도 괜찮단다. 누구든 꾸준히 연습하면 멘탈 좋아질 수 있단다. 오케이, 다시 정리해 보자. 회복탄력성 키우려면 3가지를 하면 된다.
1. 운동
2. 감사
3. 셀프 보이스피싱
내가 지금 이 글을 싸고 있는 지금은, 일요일 오전 10시 20분이다. 솔직히 서평 쓰기 ㅈㅁ 귀찮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저 멘트를 떠올렸다. "와 이거 ㅈㅁ 재밌겠는데?"
그랬더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서평 쓰는 게 진짜 재밌어진 것이다! 그새 뇌가 속았나 보다.
효과는 ㅈㅁ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