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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누군가 비트코인을 추천한다면

구본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by 알뜰살뜰 구구샘 Apr 18. 2023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만납니다. 실없는 얘기를 합니다. 누군가 운을 뗍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냐고 묻습니다. 모든 녀석들이 똑같은 결론을 냅니다. "비트코인 사야지"


비트코인은 2009년 발행되었답니다. 그때로 돌아가면 군대를 한 번 더 가야 합니다. 이왕이면 전역하고 난 뒤면 좋겠습니다. 2011년 정도면 좋겠네요. 열심히 알바 해서 비트코인을 모으겠습니다.


다른 운명은 안 바뀌면 좋겠습니다. 아내도 당연히 지금 아내여야 하고, 딸도 당연히 지금 딸이어야 합니다. 이거 틀어질 거면 그냥 안 돌아갈래요. 암튼, 다른 조건 다 그대로 해준다면 당연히 비트코인입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코인 거래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어떻게 구매하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비트코인의 운명은 전 국민이 다 알지 않나요? 매수 방법이야 지식인에 물어보면 되죠 뭐.


"그럼, 비트코인 한 번 사봐요."

좋은 제안입니다. 일단 이것부터 확인하고요.


"지금이... 몇 년도죠?"




이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엄청 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너무 뻔한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일일 4시간 몰입

-미라클모닝

-퍼스널브랜딩


하루 4시간씩 자기 계발에 투자하랍니다. 저녁 시간은 방해받기 쉬우니, 새벽을 이용하래요. 미라클모닝 하려면 일찍 자야 한답니다. 습관만 좋게 만들어 놓으면 성공은 따라온대요. 퍼스널브랜딩도 잊지 마랍니다. 홈페이지에 기록하래요. 그게 나중에 명함이 될 거랍니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습니다. 요새 이런 말 너무 많이 들었어요. 심지어 요즘 작가들은 쉽게 설명해 주는데, 이 책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좀 딱딱한 느낌이에요. 특히 초반부는 논문 읽는 줄 알았다니까요?


책을 다 읽었습니다. 몇 쇄나 찍혔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맨 앞 쪽을 봅니다. 거기서 충격적인 것을 보았습니다.


[2001년 발행]


세상에! 이 책은 20년도 더 전에 나왔습니다. 무려 2002 한일월드컵 하기도 전이에요. 그때 저런 말을 했다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유가 다 있었네요. 클래식이잖아요 이 책?!


책에는 작가의 메일과 홈페이지 주소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퍼스널브랜딩을 하셨던 겁니다. 심지어 도메인도 본인 이니셜이었습니다. @hanmail.net 이 아니었어요.




지금 저에게 비트코인을 추천하셔도 구매는 불가능합니다. 하나에 3,900만 원인데, 세후 연봉 정도를 태울 용기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추천한 것들은 도전해도 됩니다. 밑져도 본전이기 때문입니다. 미라클모닝 못했다고 연봉 날리고 그러진 않습니다.


그래, 결심했습니다! 오늘부터 미라클모닝 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위이잉... 알람이 울립니다. 시계가 08:00을 가리킵니다. 비트코인이고 미라클모닝이고 뭐고 일단 지각부터 걱정해야겠습니다. 어쩐지 일어날 때 유독 개운하더라니!



사진: Unsplash의André François M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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