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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더하기 물방울

이건&최준철, <워런버핏 바이블 2021>

by 알뜰살뜰 구구샘

"1+1=2"


이걸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오전에 마이쮸 하나 먹고, 오후에 하나 더 먹었으면 그날 먹은 건 모두 몇 개냐고 물어야 할까요? 초등 담임 10년 차 짬밥으로 예상 답변을 늘어놓자면


"마이쮸 안 먹을래요. 안 좋아해요."

"하나 더 주시면 안 돼요?"

"다 녹아 없어졌는데 왜 2개예요?"


어후, 마이쮸는 건들면 안 되는 녀석이었네요. 일단 '첨가' 개념은 넘어가 봅니다. 에라 모르겠어요. '합병'의 개념으로 가 볼게요.


"아, 그럼 다른 예를 내 볼게요. (접시 위에 흰색과 노란색 분필을 하나씩 올린 뒤) 선생님이 들고 있는 분필은 모두 몇 개일까요?"


이러면 꼭 나오는 답이 있습니다.


"선생님,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을 더하면 물방울 하나잖아요. 그럼 1+1=1 아니에요? 왜 1+1=2만 되는 거예요?"


끄아, 대학 다닐 때 이런 거 배운 적 없습니다. 지금 수업 중인데 검색해 볼 수도 없고, 저 어떡해요? 그냥 모르겠다고 할까요?



초임교사 시절에는 모르겠다고 하는 게 참 부끄러웠습니다. 왠지 선생님은 다 알아야 하는 줄 알았어요. 명색이 교사잖아요. 가르치는 스승.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 했습니다. 잘 모르는데 아는 척도 했어요. 왜냐고요? 무서웠으니까요. 모른다고 말하면 권위가 떨어지는 줄 알았거든요. 선생님이 그것도 모르냐고 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뭐라도 얘기했습니다. 당연히 헛소리들이 튀어나왔죠. 정돈되지 않은 설명에 학생의 동공이 흔들립니다.


"자, 그래서 그런 거야. 알겠니?"

"네, 선생님."


알긴 뭘 알아 인마, 설명하는 너도 잘 모르잖아. 스스로도 이해 못 했으면서 남을 가르치는 게 말이 되니? 어후, 애가 착하다 착해. 잠자코 들어주는 학생이 천사야.


그럼 지금은 어떻게 말하냐고요?


"선생님도 어린 시절에 그게 궁금했어. 물방울 두 개를 더하면 물방울 하나잖아? 그런데 왜 1+1은 2만 되는지 궁금했지. 선생님이 책도 읽고 검색도 해 봤는데, 아직 딱 떨어지는 답을 찾지는 못 했어. 나도 잘 모르겠더라. 우리 길동이가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서 찾아본 뒤에 선생님한테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정말 멋진 수학자가 될 것 같은데?"


혓바닥 무엇




이 책엔 워런버핏의 말이 담겨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그가 한 말들을 모아 놓은 것이죠.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의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이 말을 자주 쓰더라고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본인의 주력 분야는 보험과 전통적인 미국의 산업들이랍니다. 그건 빠삭하게 안답니다. 하지만 그도 모든 분야를 다 알진 못한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요 글쎄,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멋진 거 있죠? 스웩이라고 하나요? 그런 게 느껴졌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물론 가르치는 걸로 밥 벌어먹고살면서, 무작정 모른다는 말로 때울 순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알아봐야 했죠. 지도서도 다시 훑어봅니다. 구글에 검색도 해 보고요. 그래도 안 나오면 논문도 찾아봅니다. 모르면 무섭지만 알면 맘 편합니다.


"그건 선생님도 정확히는 모르겠네. 한번 알아보고 알려줄게."




"선생님, 물방울 더하기 문제 있죠? 그거 답은 2도 아니고, 1도 아니에요. 0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해?"

"물방울은 시간이 지나면 증발로 사라지잖아요. 그러니까 0이죠."

"우와! 완전 창의적인데?"


다음 멘트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선생님, 사과 더하기 문제도 답은 0이에요. 언젠간 썩어 없어지잖아요. 나무 블록 더하는 문제도 0이고요. 그래서 다 0이에요. 참 쉽죠?"


... 교과서 만드시는 교수님들, 이제부터 덧셈 예시는 '금덩어리'로 부탁드립니다. 이거 영원불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뭐라고요? 태양계는 언젠가 소멸한다고요? 아오!



사진: Unsplash의Herbert Goe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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