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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님들에 맞서는 최종학력 학사의 자세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by 알뜰살뜰 구구샘

최종 학력 학사입니다. 논문마저 써본 적 없어요. 졸업시험으로 대체했거든요. 대학원으로 세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3학기를 끝으로 자퇴했어요. 제 깜냥으론 도저히 학위를 딸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석박사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어떻게 그 과정을 다 뚫어내셨을까요? 친구 녀석 중에도 박사 학위를 받은 애가 있어요. 군대도 연구하는 걸로 다녀온 친구거든요. 만났을 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박사님, 학위 따면 뭐가 좋아요?"

"우리 분야는 취직할 때 써먹을 수 있지. 석사 학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진입할 수 있어."


네, 걔는 반도체 쪽에 일했습니다. 그쪽에서 일하려면 학위는 필수래요. 학사 가지고는 힘들답니다. 그래서 다들 석박사 학위가 있대요.


"혹시 IT분야도 석박사 학위가 있으면 좋으려나?"

"글쎄, 그건 우리 분야가 아니라서 모르겠네. 거기도 나름 전공자가 노는 파트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물어본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쓰는 앱들이 너무 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인스타,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어떤 분이 만드셨는지 정말 대단해요. 헤어 나오고 싶어도 잘 안됩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 혹시 석박사님들이 만드신 거 아닐까요?



IT회사가 지향하는 건 뭘까요? 당연히 많은 고객이 자사의 앱을 사용하게 하는 것일 겁니다. 그것도 오래오래 오래요. 하지만 21세기에 총칼을 들이밀 순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련되게 유도해야 합니다. 아마 이런 걸 연구하는 데 석박사님들이 투입되겠죠? 쇼츠, 릴스, 알고리즘.. 그분들이 만든 거 맞죠?!


사실 저는 남들과 다를 자신 있었습니다. 쓸모없는 영상 보러 가는 거 아니거든요? 저에게 딱 필요한 정보만 먹고 나올 거예요. 레카영상 볼 생각 없습니다! 제 시간은 소중하니


엥?


주위를 둘러봅니다. 언제 해가 졌대요? 시계를 봅니다. 2시간이 지났네요. 허허. 직전에 봤던 영상을 봅니다. LG와 KT가 한국시리즈 2차전을 했는데, LG가 극적으로 역전했대요. 관중이 찍은 직캠 영상이었습니다. 뭐야 이거! 심지어 저는 LG와 KT팬도 아닙니다. 근데 제가 왜 이걸 보고 있는 거죠?


'석박사님들.... 하...'


그분들의 전략이 통했나 봅니다. '남 탓'이라는 방어기제를 총동원합니다. 사실 석박사님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자제를 못한 제 탓이죠. 아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말이 있습니다. 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시간을 돌릴 순 없어요. 2시간은 이미 날린 목숨입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익숙하죠? 며칠 전에도 이런 일이 또 있던 것 같은데요? 아주 익숙한 기시감입니다. 후회하면서도 습관적으로 또 이 짓을 하고 있네요.


이런 습관, 저에게 도움이 될까요?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석박사님들께선 의도치 않으셨겠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든요.


-시력저하

-거북목

-과체중

-책 덜 읽음

-문해력 부족


저에게 일어난 일을 5가지만 꼽아보았습니다. 네.. 남 탓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맞습니다. 으아! 석박사님들! 알고리즘을 도대체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요새 100세 시대라는데 저는 반도 못 채우고 가는 거 아녜요?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앱을 지울 순 없었어요. 레카 콘텐츠 사이에서도 가끔 빛나는 보석 콘텐츠들이 있거든요. 제 삶에 도움이 되는 녀석들요. 그것까지 안 볼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앱은 살려둬야죠.


나름 고민해서 내놓은 저만의 전략은 이겁니다.


1. 유튜브

시청기록 저장해제. 그러면 알고리즘신이 영상 추천 안 해줌. 홈화면이 구글처럼 깨끗. (덜 재밌다는 뜻)


2 인스타

도움 되는 것만 새 소식으로 뜨게 함. 스크롤 내리다가 턱 걸리는 구간 있음. '3일간 올라온 새 소식은 여기까지야. 이 밑은 알고리즘신의 영역이지. 그래도 스크롤 내릴래?' 물어봄. 그때 바로 뒤로 가기 키 눌러야 함.(마지막 기회)


3 스마트폰 치우기

사실 이런 거 다 필요 없이, 물리적인 제한이 가장 좋음. 시야에서 스마트폰을 치워야 함. 집 가장 구석진 곳에다가 충전. 꼭 필요한 알림만 골라서 워치로.


잘 통했을까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립니다. 석박사님들 이기기 힘들더군요. 혹시 뇌과학 공부하신 거 아닙니까? 제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조금 다를 겁니다. 왜냐고요? 이 책을 읽었거든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입니다. 유명한 고전이죠.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입니다.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좋은 습관은 강화하고, 나쁜 습관은 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 많은 전략을 원노트에 정리했어요. 언제든지 다시 꺼내볼 수 있게요.


이젠 주먹구구가 아닙니다. 매뉴얼이 생겼어요. 저에게도 무기가 쥐어졌습니다. 석박사님들? 이제 호락호락당하진 않을 겁니다! 후후...



한 달 뒤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평소처럼 좋지 않은 습관에 매몰되어 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바뀌었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네이버 캘린더에 알람을 걸어놔야겠어요. 한 달 뒤에 울리도록요.


-지금의 나: 과거 습관이 모인 결과물

-미래의 나: 오늘 습관을 모은 결과물


가즈아!



사진: Unsplash의Sneha Ce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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