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ㅈㅇ하지 말자. 나쁜 거다.
김상운, <리듬>
조언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나쁜 거다. 웬만하면 득 될 게 없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일단 한 번은 참자. 함정일 수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에도 나온다. 인간관계를 파탄 내는 네 가지 항목은 '충조평판'이라고 말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줄임말이다. 웬만하면 이 네 가지는 하지 말자.
나는 여태 함정에 많이 빠졌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이라는 낚싯대를 던졌다면? 나는 열흘 굶은 피라미처럼 낚시찌를 덥석 물었다. 바로 조언을 갈겼다는 뜻이다. 그렇게 인간관계를 수십 년 파탄 냈다.
나는 항상 어리둥절했다.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요즘 난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이 뚝딱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프리미어프로'로 일일이 편집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 실내에서 찍은 영상은 잡음이 없는데, 시내버스에서 찍은 영상은 버스 소음이 달달달 들어옴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 선생님(유튜브 영상)을 찾아뵈었다. 그랬더니 해결책을 알려주시는 거다.
내 알고리즘은 보통 이렇다. '문제 -> 조언구함 -> 해결!' 기적의 3단 논법이다.
그런데 만약 유 선생님께서 이런 반응을 보냈다면?
Q. 유 선생님! 버스 소음 어떻게 없애요?!
A. 다 잘 될 거예요^^
Q. 아니요 선생님, 저는 이걸 해결하고 싶어요!
A. 해낼 수 있어요. 힘내세요!
...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약 올리는 거 아니지? 암튼, 내 알고리즘은 이랬다. 조언을 구하면 조언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내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
나는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누적 방문자 수도 100만을 넘겼다. 일 방문자도 1,000명 정도 꾸준히 방문한다. 블로그 교육 관련 책도 썼으니, 나름 왕초보는 벗어났으리라.
나에게 블로그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많았다. 맞다, 대부분 낚시였다. 미끼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뭣도 모르고 덥석 바늘을 물었다. 그리고 아가미가 쫙 찢어졌다.
Q. 구구샘! 블로그 잘하고 싶어! 조언 좀 해줘~!
A. (상대 블로그 진단 후) 이거 바꾸고 저거 바꾸고 해 봐~! 책에도 다 나오는 거야!
결과는? 처참했다. 대부분 나를 싫어했다. 왜냐고? 본인이 애써 키운 블로그를 욕보였으니까. 이거 바꿔라, 저거 수정해라.. 요샌 시어머니도 이런 말 안 한다. 그런 몹쓸 짓을 내가 한 거다.
나는 이렇게 반응했어야 한다.
Q. 구구샘! 블로그 조언 좀 부탁해!
A. 다 잘 될 거예요. 할 수 있어요. 힘내세요!
책 읽은 뒤로 바로 적용해 봤다. 마법처럼 인간관계가 좋아지는 거다. 유레카! 시간도 적게 걸리고, 우리 관계도 좋게 유지된다. 이것이 바로 신세계 아닌가!!
물론 아주 가끔 집요한 녀석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한 번 더 허들을 넘는다.
"아뇨, 형. 공감은 됐고요. 실제적인 해결책 좀 부탁해요. 저도 방문자 수 높이고 싶은데.. 진짜 해볼만큼 다 해봤는데 안 되네요. 너무 답답해요."
명심하자,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 잘못이라는 말이 있다. 지능형 낚시는 아니겠지?
사진: Unsplash의Mélanie TH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