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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Apr 01. 2024

왜 현대차 말고 기아차 샀어요?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10년 전, 차를 샀다. 보기는 2개였다.


1. 아반떼

2. K3


사실상 같은 차다. 현대와 기아가 같은 회사라는 건 전 국민이 다 안다. 엔진이며 미션이며 거의 똑같다. 디자인만 좀 다르다. 현대차는 푸른빛 LED를 쓰고, 기아차는 빨간빛을 쓴다는 정도? 가격도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왜 나는 현대차 말고 기아차를 샀을까?


그 비밀이 10년 만에 풀렸다. 바로 이 책 덕분이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 정답이 나와 있었다. 그게 뭐냐면


"내가 현대차 말고 기아차를 사기로 한 건 이미 초등학생 때 결정함"


흠, 물론 저자는 독일인이다. 벤츠와 아우디 bmw를 놔두고 현기차를 언급했을 리는 없다. 책에 나오는 원문은 정확히 이것이다.


"어떤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답은 사실 한참 전에 이미 나와 있었음"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초등학생 때 기억으로 2천만 원을 태웠을까? 어처구니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바로바로


[프로농구]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땐 프로농구 인기가 상당했다. 나는 경상남도에 살았다. 부산과 가까웠다는 뜻이다. 그런데 부산을 연고지로 둔 프로농구 구단이 바로 '기아 엔터프라이즈'였다. 결국 나는 기아 팬이 되었다.(허재, 강동희, 김영만과 같은 유명한 선수가 한 팀에 있었던 이유도 컸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어떤 구단 때문에 우승을 못 했다. 1998년으로 기억한다. 그 망할 상대팀은 바로바로


[현대]였다


기아가 준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욕을 했는지 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초딩인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기아 좋은 팀, 현대 나쁜 팀'


어처구니없을 것이다. 당시 현대 프로농구 구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전자'쪽이었다. 걸면 걸리는 걸리버 그거 말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이미 나는 삐졌다. 현대는 나쁜 넘이다. 기아가 착한 넘이다. 그게 다다.


그 초딩은 십수 년 뒤 통쾌하게 복수했다. 바로 현대가 아니라 기아차를 산 것이다. 현기차가 한 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나도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차를 산 지 10년이 지났다. 내가 늙은 만큼 K3 녀석도 늙었다. 누적 주행거리가 20만 km를 향해간다. 여기저기 골골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 녀석도 언젠간 떠나보내야겠지.


그럼 다음 차는 뭘로 살까? 현대일까 기아일까?


"어떤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답은 사실 한참 전에 이미 나와 있었음"


요새 테라와 참이슬을 섞어먹는데.. 설마?



사진: Unsplash의George Bak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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