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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Apr 02. 2024

구독자는 1명이면 족합니다. 그 외엔 나가주세요

스티븐킹, <유혹하는 글쓰기>

나는 SNS에 미친놈이다.


-기존 블로그: 누적 방문자 130만 / 이웃 4000명

-신규 블로그: 누적 방문자 40만 / 이웃 2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6000명

-유튜브: 팔로워 200명


맞다. 나는 관종이다. 내가 싸지른 콘텐츠를 많은 분이 봐주면 좋겠다. 방문자 수, 팔로워 수, 좋아요 수, 구독자 수 전부 다 신경 쓴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한다는 말을 넣고 싶은 마음도 굴뚝이다. 민망해서 안 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구독자는 1명이면 족하다. 왜냐고?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콘텐츠 많이 봐주면 좋겠다면서 구독자는 1명이면 좋겠다는 게 말이 되냐고? 자자, 내가 말하는 구독자는 실제 그 구독자를 뜻하는 게 아니다. 가상의 독자라고 해도 좋겠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 딱 한 명의 독자를 떠올리면 좋다는 뜻이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는다.


첫 책 <선생님 블로그 해요?>를 쓸 때였다. 경남교육청에서 책 쓰는 법도 자세히 알려줬다. 명색이 도교육청 지원사업인데 허접한 책을 낼 순 없지 않은가. 덕분에 글쓰기 팁도 많이 익혔다.


강사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독자를 딱 한 명으로 설정하라고.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하는 거다. 책을 수십 권 쓰신 분의 말씀을 거역할 순 없었다. 그래서 가상의 독자 한 명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글이 쭉쭉 써지는 거다. 덕분에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책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 스티븐킹도 그렇게 말했다. 단 한 명의 독자를 만들라고 말이다. 스티븐킹의 독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사랑하는 아내였다. 글 쓰다 길을 잃을 것 같으면 아내를 떠올렸단다. 그러면 다시 궤도로 올라올 수 있었단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 마음속 단 한 명의 구독자는 누굴까? 바로 유치원 다니는 내 딸이다. 내가 넷플릭스 덜 보고 이 짓거리(?)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딸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다.


딸이 컸을 때 내가 쓴 글을 봤음 좋겠다. 딸이 육아로 힘들 때 우리 부부가 자기를 길러낸 영상을 보면 좋겠다. 내 기일에 내가 싸질러 놓았던 콘텐츠를 보며 나를 추억하면 좋겠다. 병풍 앞에 향불 피워서 절하지 말고, 와이파이 빵빵한 스타벅스에서 무선이어폰 귀에 꽂고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나를 떠올리면 좋겠다. 그게 내 소원이다.


유튜브를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조회수를 높이고 싶다. 구독자를 늘리고 싶다.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오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초심을 잃은 거다. "어차피 딸 한 명만 보면 된다며? 너 이 자식 말이 다르다?"라고 나 자신을 후려쳐야 한다.


그러므로, 구독자는 1명이면 족하다. 물론 내 딸은 5살이라 아직 유튜브 계정이 없다. 그런데 어느덧 유튜브 구독자가 200명을 넘었다. 목표치보다 200배 떡상이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 말은 이렇게 했지만 '구독과 좋아요'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사진: Unsplash의Karsten Wineg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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